수원시 인계동에 사는 A씨(38)는 몇 달 전, 감기를 심하게 앓은 이후 귀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시 지나가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인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심해졌고, 앉았다가 일어서면 어지럼증까지 나타났다. 주변의 권유로 한의원을 찾은 A씨는 ‘이명(귀울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A씨처럼 이명(耳鳴) 치료를 위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든 이명 등의 질환은 ‘원인치료 중심의 한방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주장은 얼마나 사실일까?
‘이명의 한방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수원 소리청보성한의원 이만희 원장을 만났다.
이명은 왜 생길까?
“이명이 소리와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귀만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입니다. 이명은 각종 자극에서부터 건강의 문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수원 소리청보성한의원 이만희 원장은 “이명은 청각기관의 이상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이명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耳鳴)은 외부로부터 청각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삐∼’하는 고주파음을 비롯해서 매미소리, 모기소리, 바람소리 등 불쾌한 잡음이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주변이 조용하거나 잠잘 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심해진다. 이명이 직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이명은 증상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17% 정도가 앓고 있는,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문제는 이명의 치료 효과가 제한 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각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그 원인도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이명의 원인을 단순히 ‘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뇌의 문제, 신체의 문제로 보고 접근을 한다”며 “대뇌의 일정 영역이 시청각과 관련된 감각신경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뇌에서 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도 이명이 생긴다. 이럴 때는 귀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이명이 치료된다”고 했다.
한방의 이명치료는 어떻게 진행될까?
한방 이명 치료의 핵심은 귀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 과정도 귀를 비롯해서 인체 전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한의학적으로 판독해 이명의 원인을 찾고 바로 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료는 주로 한약으로 이루어지고 약침이나 테이핑요법, 수기요법 등이 보강된다.
이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한의사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의 기준으로만 설명을 하면 인체에서 이명을 유발하는 인자는 수십종에 이른다. 그 원인이 뇌의 문제일수도 있고, 위장의 문제일수도 있고, 심장의 문제일수도, 방광이나 신장의 문제일수도 있다. 각종 검사를 통해 인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한의학적으로 정확하게 찾는 것이 치료율을 결정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인체의 ‘수액대사 장애’가 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람의 인체는 경락(생체전기)과 수액이 흐르는 공간을 기준으로 심장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특정 영역에 문제가 생겨서 달팽이관에 독소를 보내게 되고 이 독소 때문에 이명이 생기게 된다는 것. 이렇게 발생한 이명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독소를 보내고 있는 특정 영역을 치료해야 이명이 치료 된단다.
이명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나 증상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이명 치료를 해 보면, 일주일 이상 이명 현상이 계속 되면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분들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다만, 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이명의 경우 특정 시기가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 수원 소리청보성한의원 이만희 원장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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