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일고 영어 내신시험의 비밀

<부모는 모르고, 학생은 알고 싶어 하지 않고, 학원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들……>

지역내일 2013-08-28

얼마 전 학부모 소개로 신규생이 들어왔다. 영동일고 1학년 학생인데 나름대로 유명한 A영어학원에 수개월 다녔다고 했다. 의례적으로 학원을 옮긴 이유를 물으니 300학원에 다니는 정신여고 1학년 학생이 중간고사 70점대에서 기말고사 거의 만점을 받았다는 학부모의 소개를 받아서이고, 당연히 학생이 기말고사를 잘 못 봤다는 것도 이유였다.

수업을 몇 회 진행하면서 머리도 제법 있고, 단어도 곧잘 외우는데 시험은 ''왜 그렇게 못 봤니?` 라고 물으니,`문법을 다 틀렸어요.` 라는 학생의 답이 돌아왔다. 이 대목에서 학부모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문법이 부족하구나.’ 다음엔 좀 더 확실하게 가르쳐 달라고 쌤한테 부탁을 해야겠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유는? 필자는 내신대비라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한다고 자신한다. 목동에서 수십 개의 고등학교를 몇 년씩이나 대비했었고, 3년 동안이나 지방 고교에 특강을 다닐 때에도 내신시험강의를 했으며, 지금도 대구에 300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학교별 내신 시험문제를 분석하는 게 연중일과이기 때문이다. 잠실에 300학원을 개원한지 이제 5년차이니 내신에 대한 느낌을 너무나도 잘 안다.   

단언컨대, 영동일고의 1학년 시험문제는 가장 대비하기가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하기 힘든 시험범위와 문법문제에 있는데 영동일고만 사용하는 이 별난 부교재를 완벽히 마스터하고 응용문제까지 풀어야만 좋은 점수를 맞을 수가 있다. 위 학생은 지난 시험에서 이 문법 부교재를 학원에서 대비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놀랄 일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영동일고 특별반 시간표를 만들지 않는 한 완벽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투자할 수 있는 학원은 많지 않다. 영동일고 학생만 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법 영역을 제외하면 교과서와 모의고사 변형 대비를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수월하다. 변별력이 없다는 얘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학원에서 가장 많이 대비하는 범위가 바로 이 부분이란 것이다. 지금 영동일고 자녀가 있다면 한 번 물어보시라. 중간기말 때 어디서 많이 틀렸는지를……. 며칠 전 한 학생에게 메시지가 왔다. 영동일고만 너무 수업을 많이 하고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애교 섞인 불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우리는 영동일고 학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내 몸 조금 편하자고 알고도 모른 척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기대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때 오히려 학부모가 죄송해 할 정도다. 필자는 300학원을 개원한 후로 줄곧 내신 시험을 강조해오고 있다. 그 진짜 이유는 학생들의 성취감 문제에 있다. 시험대비 기간에 최선을 다해 쏟아 부은 에너지에 대한 보상이 점수로 표출되었을 때보다 더 좋은 동기부여란 없다.

종종 ‘300학원은 내신만 잘해요?’라는 문의를 받는다. 내신이 잘 나오는 학생이 수능도 잘 나오는 게 상식인가 아니면 수능을 잘 보는 학생은 내신이 좀 떨어져도 되는 것이 상식인가? 내신이 잘 나오기 시작하면 수능모의고사 정복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원장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300학원은 내신기간 유독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선생들은 그 기간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시험생각만 한다. 어쩌면 학생의 인생을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한 번의 성취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신여고,배명고,잠실여고,잠신고,잠일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지금 시간이 오후 11시 40분인데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나름 버틸 만하다. 지옥 같던 여름도 서서히 물러가는 게 느껴진다. 휴…….이제 또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준비 할 시간이다

심민호심민호 원장
300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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