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지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캘리그래피’를 통해 대구시민과의 공감에 나섰다.
대구의 디자인 전문회사 밝은사람들(대표 이석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캘리그래피 연구회’를 조직해, 지역에서 처음으로 그룹전을 열고 손글씨를 통한 마음 나누기에 나선 것. 마음과 감정을 담은 손글씨 ‘캘리그래피’를 통해 시민과의 소통에 나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디지털시대, 손으로 말하는 아날로그 감성에 주목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 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캘리그래피는 몇 해 전부터 책 표지, 영화 포스터, 제품 브랜드·로고 등을 만들 때 애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광고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분야.
편지는 메일로, 필기는 컴퓨터 자판으로 대체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손글씨는 언뜻 조금 뒤쳐진 언어 전달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같은 글자를 써도 쓰는 사람의 손길이나 마음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손글씨’는 그림보다도 더 많은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 작업을 하던 홍보 전문가들이 손과 먹, 종이를 사용해 글씨를 쓰는 ''캘리그래피‘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씨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다
각급 지자체 대학 병원 기업 등의 홍보물 및 서적 디자인, 기업의 CI와 네이밍 등 전반적 디자인 홍보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밝은사람들은 업무의 특성상 글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 그들의 작품인 ‘난초꽃피다 조희태안과’나 유방갑상선 전문 병원인 ‘분홍빛으로’ 등은 브랜드 CI와 네이밍에 캘리그래피를 접목한 우수 사례다. 신선한 네이밍과 감성을 살린 캘리그래피 CI로 주목받은 이들에게 캘리그래피 연구는 업무의 연장 작업으로 시작됐다.
밝은사람들 ‘캘리그래피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제작팀 안수연 팀장은 “처음에는 업무에 좀 더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몇몇 디자이너가 모여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는 정도였다”며 “점차 한두명씩 참여하는 직원이 늘었고 지금은 제작팀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기획팀까지 전직원이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같은 글자를 써도 쓰는 도구에 따라 글자의 느낌이 달라지고, 쓰는 사람에 따라 또 다양한 매력이 생겨납니다. 캘리그래피를 함께 연구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나 결속력도 높아졌고 , 인간적인 친밀도도 높아졌어요. 감성을 터치하는 캘리그래피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대구 최초 캘리그래피 그룹전 개최 ‘호평’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캘리그래피 연구회’라는 이름을 만들고, 평일 업무 후나 주말 등 짬짬이 작품을 만들어 온 이들은 지난 달 30일~8월 4일까지 대구 최초의 캘리그래피 그룹전 ‘밝은사람들의 캘리그래피 작품전_우리는 손글씨가 좋다’ 전시회를 열었다.
“캘리그래피라는 분야를 지역에 알리고 싶어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전시장엔 그동안 밝은사람들이 작업한 공공기관 홍보물, 책표지, 광고, 포스터, 선거홍보, CI, BI 가운데 대표적 작품 50여점을 선보였습니다. 한글 뿐 아니라 한자와 영문 캘리그래피도 선보였고요. 체험코너도 만들어 직접 손글씨를 써볼 수 있도록 했어요. 의의로 관람객 여러분들의 호응이 커서 큰 힘이 됐습니다. 전시회 비용이며 장소 섭외까지 모두 도맡아주신 대표님께도 감사드리고 싶어요.”
밝은사람들은 캘리그래피의 힘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이를 활용한 재능기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주의 아동보호시설과 대구의 요양시설에 그들의 재능을 기부해 음습하고 어두웠던 이들 시설의 한쪽 벽을 그림과 글씨로 채우는 재능기부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좋은책 나누기, 산사랑 캠페인, 무료급식소 후원 등에도 뜻을 모으고 있다.
안 팀장은 “캘리그래피를 통해 대구시민들과 좋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지역 공사현장의 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에 캘리그래피를 도입한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 것이 회원들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팀장은 “캘리그래피에 대한 보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한글의 아름다움을 적극 표현함과 동시에 신선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글씨 작업에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런 연구가 디자이너 역량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이것이 곧 지역 디자인 업계를 살리는 힘이 될 것이라 회원 모두가 믿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취재 김성자 리포터 saint0531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