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대표 축제이자 세계축제로 자리매김한 부천국제만화축제. 올해 축제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누가 뭐래도 ‘설국열차’이다. 외국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한국 감독이 세계영화를 만들어 내놓았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설국열차 원작자들과 영화감독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만화와 영화 대담이 있었다. 부천에서 펼쳐진 만화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 인기 얻는 SF영화 ‘설국열차’
요즘 인사의 화제는 ‘영화 설국열차 보았느냐’이다. 상영관마다 일제히 관객 탑을 기록하는 이 영화. 평론가들은 한여름 귀신영화 대신 환경재난과 계급사회를 주제로 다룬 영화의 인기를 ‘귀신보다 더 사람이 무서워진 세태를 반영했다’고 해석하곤 한다.
때마침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프랑스 만화 스토리텔러 뱅자맹과 그림의 장마르크, 그리고 한국 봉준호 감독이 시민들을 만났다. 이들은 한마디로 영화와 만화의 관계를 ‘사람의 심리를 담은 마법의 세계’라고 말한다.
대담에 나선 뱅자맹은 “사실 만화에서는 유람열차가 지구온난화로 인류멸망을 맞아 마지막 설국열차로 질주하면서 운전자와 보조기사만 남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맨 앞 칸과 맨 뒤 칸에 탄 사람들의 사회 계급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단연 만화의 스토리가 중심이 되었다. 여기에 원작의 만화 그림은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만화 설국열차 그림의 장마르크는 “탈주와 선발대, 횡단 등의 주제에 따른 장면들은 부분적으로 각색되기도 했지만, 서랍으로 된 무기 등은 만화 그대로 되살려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사용한 봉준호 감독은 “시간 구애를 받지 않는 만화를 제한된 2시간 동안의 영화로 소화하려면 강력한 주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게다가 설국열차의 장면은 일직선의 기차 내부가 전부다. 따라서 만화의 스토리 중 탈주, 선발대, 횡단, 혁명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만화는 표현수단이자 상상력
대담에서는 영화 설국열차 얘기와 더불어, 만화작가 지망생 혹은 만화를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을 외국 전문작가들의 조언의 시간도 있었다. 스토리텔러 뱅자맹과 그림의 장마르크 두 작가는 먼저 안정된 스토리의 중요성을 먼저 꼽았다.
뱅자맹은 “만화는 물론이고 이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탄탄한 스토리가 좋아야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 만화 망가의 주제는 비현실적인 데 반해, 한국만화는 대부분 유럽만화처럼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어 읽는 사람의 공감과 만화 자체의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림의 장마르크도 “아무리 그림이 재미있어도 시나리오가 허수룩하면 사람들은 만화책을 덮어버린다. 그만큼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만화를 지도할 때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이야기 거리를 자꾸 써보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토리의 중요성에 백배 공감하는 봉 감독은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 역시 스토리가 우선이다. 따라서 만화를 꿈꾼다면 평소 많은 작품을 읽고 경험하면 좋다. 훌륭한 이야깃거리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소년중앙을 시작으로 최규석, 앙꼬, 박건웅 등과 같은 작가들의 만화에 탐닉한 것도 설국영화와 같은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 원작을 선택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었다”고 말했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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