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특집 - 서울·경기권 나들이 ① 서울 이태원
올 여름방학엔 이태원으로 체험학습을~
리움 미술관, 세계음식거리, 앤틱가구거리 등 볼거리 많아…어른아이 모두 색다른 체험
서울과 경기권은 심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자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충청권에서 만나기 어려운 체험시설이 많다. 청주내일신문 리포터들이 직접 다녀오고 돌아보며 준비한 나들이 코스 3곳을 소개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멀리 눈을 돌려 색다른 체험에 도전해보자. <편집자주>
충북지역을 벗어나 화려하면서도 복잡한 서울거리를 엄마와 함께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색다른 체험과 경험이 될 수 있다. 서울 이태원은 청주에서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각 나라의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이태원은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쇼핑 매니아들에겐 숨겨진 쇼핑장소로, 미식가들에겐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이슬람성원, 앤틱가구거리 등 굵직굵직하면서도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흥미로워 한다. 과거, 술과 사건사고, 타락의 장소로만 여겨졌던 이태원이 다양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고미술품부터 현대미술까지, 리움 삼성미술관
지난 7월 14일 일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리포터는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와 함께 이태원 나들이에 나섰다. 날씨는 안 좋았지만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렘과 둘만의 여행이라는 기대로 아침 일찍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1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며 두런두런 나누는 딸과의 대화는 이번 나들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기쁨이었다.
이태원 나들이는 일단 ‘리움 삼성미술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전시간, 피곤해지기 전에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움은 한국고미술품(MUSEUM 1), 국내외 현대미술(MUSEUM 2) 등 2개의 상설전시관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MUSEUM 1의 한국고미술품 중에는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고려 13세기, 국보 133호)’ 등 국보급과 보물급에 해당하는 작품이 여럿 있어 고미술품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가이드를 이용하면 작품마다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어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MUSEUM 2에서는 추상화, 조형물 등 국내외 작가들의 근현대미술작품 8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교과서에서만 봤던 이중섭의 ‘황소’, 백남준의 작품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리움 미술관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직진한 후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걸어서 10분.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7~18세)은 6000원이고 디지털가이드 사용료는 1인 2000원이다.
세계 각국 음식 만날 수 있는 세계음식거리
미술관 관람 뒤 점심은 세계음식거리에서 먹는 것이 좋다. 미술관에서 음식점 밀집지역인 해밀턴호텔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이다. 아이와 천천히 걸으며 외국인도 구경하고 특이한 모자, 신발 등 소품도 구경하면서 가다보면 어느새 식당가에 이른다.
해밀턴호텔 뒤편에는 멕시코, 인도, 그리스, 이탈리아, 중국, 터키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있다. 골목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입구가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로 밀집해 있고 일부 식당에서는 옆 사람과 어깨를 붙이고 음식을 먹을 정도로 북적였다. 주로 술과 함께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등을 파는 식당이 많아 아이와 함께 가기엔 어려웠다.
많은 음식점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수제 햄버거를 파는 ‘스모키살룬’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기존의 햄버거와는 다른 맛과 크기(8900원)를 자랑한다. 매장이 작고 손님이 많아 직접 햄버거의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햄버거 맛은 그 명성이 자자하다. 스모키 향이 밴 두툼한 햄버거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또 달콤한 후식디저트 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타르틴’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타르트는 종류가 많고 맛이 좋아 미식가들에겐 이미 유명하다. 손바닥만한 타르트 하나에 7000~8000원으로 꽤 비싼 가격이지만 타르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슬람 성원, 앤틱가구거리
해밀턴호텔 세계음식거리 맞은편에서 우회전한 후 약 20분정도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이슬람성원을 볼 수 있다. 성원에 가는 길목에는 인도, 터키 등 전문식당과 옷가게가 있어 이슬람 문화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히잡을 쓴 외국인도 종종 볼 수 있어 식당거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가는 길에 터키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외국인도 구경거리다. 어눌한 한국말로 아이스크림(3000원)을 떨어뜨리는 듯한 퍼포먼스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슬람성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남녀 예배실이 구분돼 있으며 이슬람 건축양식과 코란이 빼곡히 적힌 벽면도 구경할 수 있다. 관광객이 5~6명 정도 모이면 성원과 관련된 안내자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박물관 못지않게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는 빈티지, 앤틱가구 거리 구경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해밀턴호텔 맞은편 버거킹 매장이 있는 골목부터 시작되는 가구거리는 100미터 정도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100여곳에 이르는 가구점들이 모여 있다. 고가구, 법랑식기, 골동품, 앤틱 스타일의 소품을 흔히 볼 수 있어 아이가 액세서리나 장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앤틱가구거리가 형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전, 이태원에 살던 주한미군 군인들이 가구를 구입하고 처분하면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더위와 밀린 공부로 자칫 따분해지기 쉬기 여름방학. 강과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거나 실내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 아이와 함께 이태원 나들이를 한다면 엄마나 아이 모두에게 색다른 기쁨과 추억이 될 것이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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