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편지 4. 반항하지 않고 순종적인 아이라 좋으신가요?

지역내일 2013-07-21

 
재은(고1, 여)이가 상담실에 들어왔다. 보통 상담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불만이 많아 궁시렁거리고,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물론 간혹 호기심에 상담에 적극적인 아이도 있긴 하지만. 반면 재은이는 체념한 듯, 목적 잃은 아이처럼 그렇게 상담에 응했다. 
그 옆에는 말씀 똑 부러지게 잘 하시는 엄마가 계셨다. 재은이가 점점 무기력해지면서, 공부를 많이 하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데리고 왔다고 했다. 상담 내내 재은이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심리검사중인 재은이 옆에서 계속 참견 하시는 엄마로 인해 원장실에서 재은이만 따로 남게 해 검사를 진행 했을 정도였다.
 
검사 결과 재은이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게 됨을 알게 되었다. 교육문제는 엄마의 소관이라는 아빠의 묵인아래 엄마의 권위적인 양육이 계속 되었다. 어릴 때 학원 문제로 엄마에게 정말 소극적으로 바람을 얘기 했을 때 오히려 혼나고 설득당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이후 부모가 원하는 생활만을 한 재은이는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다. 공부도 학원에 가고, 책상에 앉아 있어야만 잔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에 억지 시늉이었다. 재은이는 자신은 없고 엄마의 껍데기만 남은 아이였다. 이미 내면에는 공부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해줄 아무런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는 재은이에게 자존감을 넣어주어야 했다. 어릴 때의 강요와 좌절감의 기억을 지워주었다. 최근에는 이야기도 곧 잘 하고 운동도 배우기로 했다고 자랑한다. 자존감 프로그램이 끝나면 집중력 프로그램을 진행 할 예정이다.
이 정도 압박감이면 엄마에게 반항 할 만도 한데, 착한 재은이는 꼬박 꼬박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매순간 온순하게 복종하는 재은이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될 거라고 믿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쌓인 상처는 언젠가는 터진다. 청소년기의 반항기는 오히려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면역주사와 같을 수도 있다. 재은이와 상담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온순해 보이던 재은이에게도 그 상처가 시한폭탄처럼 언젠가 크게 터질 수 있었다는 것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자신이 그려주는 인생대로 살 길 원한다. 그래야만 100%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순수불변이라 믿었던 자녀에 대한 사랑에 나의 자존심과 체면이 개입되어 혹시 변질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부모라면 항상 경계하셨으면 한다.

김은수원장
김은수 원장
미래행복최면심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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