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악기 통한 하모니로 꿈을 연주하다
저녁 8시, 늦은 시간이자 자습의 황금시간에 어디선가 울리는 음악소리. 조용한 열공 모드에 빠진 학교를 상상했던 예상을 깨고 들리는 음악소리는 성남외국어고등학교의 오케스트라 동아리 ‘칸타빌레’가 연습하는 소리였다. ‘칸타빌레’는 2007년 ‘PRESTO’로 시작해 2009년부터는 ‘칸타빌레’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봄에 열리는 성남학생 예능발표회와 초청공연, 그리고 학내 주요행사의 연주활동 등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정기연주회를 매년 가을에 개최하고 있다. 흔히 공부만 할 것 같은 공부벌레 학교라는 인식을 깨고 오는 9월 13일 열리는 제4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화려한 연주 실력보다는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이 먼저
“저희 칸타빌레는 연주 실력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물론 연주 실력도 중요하지만 매주 두 번의 정기연습과 대회나 행사, 정기연주회를 위해 이루어지는 많은 연습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만나는 시간이 많고 하나의 소리를 내야하는 동아리의 특성상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라며 선발 기준을 이야기 하는 김지현 악장(2학년). 실제로 동아리에는 중학교까지 오케스트라 경험이 전혀 없었던 친구들도 함께 활약하고 있다.
“1학년 때 했던 운동동아리와 비교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클라리넷은 중학교 때 조금 배운 게 전부였거든요. 하지만 학교에서의 인지도와 다양한 활동에 마음이 뺏겨 지원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요”라는 정성우 학생(2학년). 특히 정성우 학생은 동아리 단원 중 유일한 청일점(?)으로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한다. “현재는 저 말고도 3명의 남학생이 더 있어요. 학교 자체가 남학생 비율이 낮지만 혼자라고 해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동기와 선배들이 많은 배려를 해주었어요. 그 덕분에 실력도 많이 늘었고 처음엔 하나도 모르던 악보를 끝까지 연주해내며 맛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답니다.”
타악기를 맡고 있는 한예지 학생(1학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가 처음인 한예지 학생은 단지 활동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지원해 선발된 경우이다. 부족한 연주 실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한데 “박자를 리드하는 역할이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모르는 것이라 힘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선배들이 신경 써주니 용기가 납니다”라며 수줍게 웃는다.
학생이 주체인 ‘우리’의 오케스트라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
“중학교 때까지 경험했던 오케스트라는 대회에서의 성과만을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것 같아요. 지휘자 선생님의 주도하에 모든 활동이 이루어졌거든요. 그러나 지금 저희 칸타빌레는 모든 것을 학생들이 의논하여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휘자선생님이 계시지만 저희 의견을 대부분 반영해 주세요. 저희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신나고 연습도 더욱 열심히 한답니다”라고 김지현 학생은 말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열정은 오는 9월 13일 열리는 제4회 정기연주회 준비를 위해 3주의 짧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월, 수, 금을 연습에 투자했다. 집이 먼 학생의 경우는 집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여름방학 동안 기숙사에 남아 연습에 총력을 쏟았다니 그 열정이 대단하다. 개학한 최근에는 매일 점심과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오히려 공부할 때 체력적인 바탕도 되고 장시간 집중해 연습을 하다보면 공부할 때 집중도도 자연히 높아지더라고요”라는 정성우 학생.
동아리 담당인 김운경 교사는 “악기 연주를 통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사춘기 시절의 감정들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칸타빌레’의 장점이에요. 학생들의 합주가 주는 화음의 울림, 어울림 등을 통해 세상 속에서 함께 화합하며 어울리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녁 자습시간을 할애한 연습시간에는 모든 부원들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이 서로의 귀가 되어 하나 된 소리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서로의 꿈을 연주하는 곳
정은송 학생(1학년)은 “학교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지원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정기적으로 내는 것이 힘들지만 연주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려 오히려 공부하는 데 활력소가 됩니다. 제가 노력한 만큼 정직한 보상으로 답해주기에 성실을 배우고, 많은 학교 행사에서 존재감 있는 것이 저희 동아리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라며 한 학기를 지낸 동아리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다.
“다른 동아리에 비해 인원수도 많고 만나는 시간도 많아 친구와 선, 후배 간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어져요”라고 덧붙이는 이하영 학생(1학년). “부원끼리 서로 믿다보면 협력심도 커지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해요. 처음엔 제 방식으로 친구들에게 연습을 강요했는데 이제는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의 소중함과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김지현 학생에게서 성숙함이 느껴진다.
국제회의 전문가, 외교관, 앵커, 그리고 방송작가 등 다양한 미래를 꿈꾸는 칸타빌레 부원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함께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알기에 연주를 마치고 박수 받을 때의 짜릿함은 모든 부원들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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