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콩으로 만든 손두부, 할머니 생각 절로 나는 맛
고잔동 소방서 맞은편에 직접 만든 ‘손두부’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해 4월에 오픈한 ‘맛사랑 콩사랑’이 그곳이다.
맛사랑 콩사랑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안산상록구노인회 내 실버 인력뱅크에서 자리를 마련한 노인 일터로 60세 이상 노인들이 주방 일에서부터 홀 서빙까지 하는 곳이다.
맛사랑 콩사랑 손두부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국산 콩 중 품질 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연천 ‘장단콩’만을 사용해 두부를 만든다는 점이다.
장단콩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주콩, 그 중 경기도 파주군 장단면에서 생산하는 콩을 말한다. 현재 장단콩은 연천군과 파주군, 민통선 근처 청정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품질 좋은 콩으로 만든 소문난 손두부집 ‘맛사랑 콩사랑’을 탐방했다.
도심 속에서 맛보는 시골 손두부
큼지막한 초록색 간판이 눈에 잘 띄어 식당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친절하게 인사하는 할머니들의 안내를 받으며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식당 1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부’와 ‘된장찌개비빔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경자 할머니가 서비스로 콩물 한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비릿한 맛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릿한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매니저인 김경자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나이를 묻자 “61살입니다. 책임을 맡아 일하고 있지만 근무하는 할머니들 중 젊은 편에 들어요. 70세가 넘는 분들한테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어요”라며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냥 버릴 수도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있어서 기분 좋고 즐거워요”라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4가지 반찬과 함께 된장찌개비빔밥과 두부가 소박하게 차려졌다. 삼겹살이 들어간 된장찌개는 국물이 짜지 않고 부드러워 비빔밥과 잘 어우러졌다.
다음으로 이곳 대표 음식 두부를 먹었다. 두부는 맛이 고소하고 일반 두부에 비해 입자가 크게 씹혀 진한 두부의 풍미가 느껴졌다. 역시 다시 찾아 먹을 법했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은 콩물이나 두부를 사는 손님, 무료로 제공되는 콩비지를 가지러 오는 사람 등으로 분주했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두부 한모 가격은 3500원이다. 된장찌개비빔밥과 비지찌개, 순두부찌개 등 두부전골과 두부김치를 제외한 식사 류는 6000원을 넘지 않았다.
인생의 연륜, 진짜 맛을 만들다
이날 만난 할머니 4분의 평균연령 67세였다. 할머니들 중 주방 일을 보고 있는 김균례(74) 할머니는 인터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무뚝뚝한 얼굴로 주방 밖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균례 할머니는 더운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오늘은 날이 선선하네”라고 말하며 다른 할머니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리포터가 입구에 놓인 비지를 보고 “비지찌개 어떻게 하면 맛있게 끓일 수 있어요?”라고 질문하자 김균례 할머니는 “갖은 양념하고 끓이면 되는데 고기를 조금 넣어야 맛이 나지”라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홀 서빙을 맡고 있는 조경자(74) 할머니와 인터뷰해봤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라는 동요가 떠오를 만큼 조경자 할머니의 머리는 백발이었다. 식당에서 가장 연장자라는 조경자 할머니는 식사를 하고 나가는 손님들 뒤에서 일일이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인사를 한 후 할머니는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해요. 나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 너무 고맙고 손님들에게 늘 정성을 다하고 싶어져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고 좋아요. 80세가 넘는 노인들이 오면 노인들 입맛에 딱 맞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언제나 누가 오든 그저 최선을 다해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에요”라고 했다. 조용조용 존대를 쓰며 말하는 조경자 할머니에게서 연륜과 진심이 느껴졌다.
할머니들은 자꾸 말을 건네는 리포터가 낯설고 쑥스러운 듯 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할머니들에게 사진 한 장 찍기를 부탁했다. 연신 손을 내저으며 사진 찍기를 거부하던 할머니들에게 김균례 할머니가 “어여들 와서 앉아봐. 예쁘게 찍어준다고 하잖아” 하고 할머니들을 불러 모았다.
사진기 앞에서 어색한 듯 웃고 있는 할머니들을 보고 있자니, 진솔하게 일하는 할머니들의 단골손님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맛사랑 콩사랑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국경일과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 주차장은 건물 옆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뒤편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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