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찬성 혹은 반대
2013년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선행학습 찬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선행학습 금지를 외치고 있고, 학원가 및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선행학습금지법반대 서명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가장 혼란스러워 할 이는 학생과 학부모일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과 상담을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교과서에서 시험이 출제된대요. 교과서 문제들 좀 확실하게 잡아주세요.”,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에서 시험이 나온다는데 어떻게 대비해야할까요?”, “이번 OO학교 수학시험의 출제경향은 어떤가요?”와 같이 대다수의 학부모들의 관심은 우리아이의 수학실력을 높이는 방법보다는 이번 시험성적을 높이는 비법(?)에 쏠리고 있다. 10여년 강의하며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이 번뜩 떠오르는 순간이다. “선생님! 수학공부는 왜 해야 하나요?” 수학공부는 왜 해야 할까? 수학이 우리 생활에 매우 유용한 학문이기 때문에? 아니면 물건 값을 지불하며 한 푼이라도 손해 보지 않는 계산을 하기 위해? 어쩌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라는 말 한마디면 아이들도 반발 없이 끄덕끄덕 할 모양새이다. 하지만 수학은 분명 계열을 초월한 모든 분야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서 학문적인 효과 외에도 인간의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하여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수학교육의 현장에 비추어보면 이해하기 힘든 교육목표일지도 모르겠다. 수학교육과정에 나름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요즘, 가르치는 쪽이나 배우는 쪽,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쪽에서도 수학교육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한 학생이 뜬금없이 묻는다. “선생님은 선행학습을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 나의 대답은 “필요하다면 당연히!”이다. 쉽게 생각해보아도 더 배우고 더 가르치겠다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게 웃음 나는 상황이 아닌가.
得이 되는 선행, 毒이 되는 선행
매년 5월에는 학원을 찾아오는 신입생 중에 중1 학생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 중간고사 결과로 아이의 실체(?)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서 수학적 감각이 있다는 말을 들으며 중등과정 몇년치를 선행하고 준비했는데 믿을 수 없는 중간고사 결과를 받아보게 되었고, 이 같은 상황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한차례 더 반복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원인은 「선행진도=실력」이라는 어느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식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고등(상) 과정을 마무리 해줄 수 있나요?” 최근 한 중3 학부모의 요청이었다. 그 다음엔 무엇을 시키시려고 하는지를 물어보니 아이가 이과를 가야하니 2학기에 고등(하)를 끝내놓고 겨울방학엔 수1을 선행시키려는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의 다급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 계획은 분명 초점이 잘못 맞춰진 학습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고등학교 진학 시 수1까지 선행을 마치게 되겠지만 역시나 충격적인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행학습이 이루어짐에 있어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성취도’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선행학습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과정이 선행학습 되고나면 학생의 이해와 성취도를 기준으로 몇 번이고 반복심화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같은 과정의 반복보다는 한 과정이라도 더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적인 부모들의 입장이다.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학부모보다도 학생 자신이다. 학원을 찾아와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어디까지 공부했다는데 중점을 두고 이야기 하지만 학생은 배웠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입학TEST를 보지 않고 등록을 하면 안되는지를 묻는다. 분명 배웠지만 간단한 TEST 하나에도 한숨을 쉬고 고개를 떨구어야 하는 毒이 되는 선행을 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교육부에서 중고등교육과정을 절대 대충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제때 배워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고, 선행학습은 그 기준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이다. 결코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 得이 되는 선행학습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여 그에 꼭 맞는 학습계획을 세우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성취도를 확인해가며 진행해야 한다. 선행학습은 찬성/반대를 논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를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열강학원 박노승
- 열강학원 중등수학 부원장
- 특목,자사고 입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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