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학기 중에 못 다한 과목 보충에 운동, 음악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동안 악기를 하나쯤은 연주하지만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롯 정도가 대부분이다. 학원에서도 특강반을 준비할 때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수 있는 악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국악의 매력에 빠져 가야금과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있다. 가야금 산조를 연주할 때 듣는 이로 하여금 모두 가야금의 음색에 흠뻑 취하게 했다. 국악을 사랑하고 가야금에 푹 빠진 아이들을 만나보자.
초등학생 소녀들, 가야금과의 첫 만남
‘딩덩 덩 둥덩~’ 아이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표정이 얼굴로 스친다. 현대음악이 2박과 4박자인 것이 비해 우리의 국악은 9박이다. 어디서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흥겨운 민요에 맞추어 아이들은 잘도 연주한다. 12줄 현을 이리 저리 튕기고 누르며 연습하기를 몇 번 겨우 쉬는 시간을 가진다.
초등학생들이 가야금 연주에 빠져 있는 이곳은 CBS 문화센터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할 동안 여기의 아이들은 12현 가야금을 뜯는다. 수강생 수도 많지 않다. 사실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도 있지만 많은 학생이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 개인 레슨 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3~4명 정도만 수업을 듣고 있다. 악기가 없어도 걱정이 없다. CBS 문화센터의 가야금교실에는 수강자들을 위해 가야금이 항상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CBS 문화센터 가야금 교실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전수현 강사, 민요가 좋아 민요를 부르다 민요의 반주를 맞추어주는 가야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가야금을 배우게 됐다. “국악이나 민요, 가야금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바르게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문화센터 강좌지만 민요와 산조, 꽃타령, 새타령, 방아타령, 아리랑 등 다양한 곡을 전수한다”고 전한다.
그렇다고 가야금으로 산조나 민요만 타는 건 아니다. “가야금이 산조를 길게 타야 가야금 구실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야금으로 기악곡은 물론 가야금 병창·동요·가요·창작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연주활동을 할 수 있다”며 “가야금으로 듣는 팝송이나 복음성가는 색다른 느낌이 난다”고 밝힌다.
가야금의 음색에 흠뻑 취해
사실 초등학생이 가야금을 배우는 것은 쉽지가 않다. 줄 연습을 하다보면 지루해하기도 하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기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가야금을 좋아한다. 음색이 맑아 아이들 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등촌동에 있는 등마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6학년 류가현양, 가야금과의 첫 만남은 작년이었다. “엄마가 중학교에 가면 악기 하나는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배우는 친구들이 너무 많고 뭔가 특별한 악기를 만지고 싶어 가야금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첫 시작이야 어찌됐던 가현양은 1년 넘게 꾸준히 연습한 결과 통영개타령이나 강원도 아리랑 외 산조 한 곡쯤은 거뜬히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 가현양은 가야금을 연주할 때 빠른 곡을 더 좋아한다. 느려지면 느려질수록 속이 터진단다. 차라리 빨리 연주하면 너무 신나고 푹 빠지게 된다고. 잠시 쉬는 시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가현양은 초등학생다운 모습이다.
가야금은 소리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연주하는 자태도 중요하다. CBS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가야금을 연주한다. 의자에 앉던 바닥에 앉던 가야금을 연주하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가야금 12현의 이곳저곳으로 손이 움직이며 소리가 나는 모양새나 악보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갈산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최소이 학생은 가야금을 배운지 1년이 넘는다. 엄마가 시켜서인지 자신이 선택했는지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가야금을 시작하면서 가야금이 좋아졌단다. “내년에 중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부로 바쁘지만 스트레스 없이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야금”이라며 “가야금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전한다.
일주일에 한번 한 시간 수업으로 얼마나 실력이 늘까 싶지만 전수현 강사는 “일주일에 한 시간이면 1년에 52시간”이라며 “가야금을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강조한다. 또한 아이들은 금방 배웠다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반복하다보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강사와 함께 곡을 맞추다 실수라도 할라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 아이들. ‘조금만 더 하자, 조금만 더 하자’는 마음을 가지다 보니 어느덧 가야금 음색에 흠뻑 빠져 버렸다.
초등학생이 가야금을 연주한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국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국악과 친해져야 할 터. 이를 위해 문화강좌들이 더 많이 생겨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가야금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m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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