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여름 한낮, 단원고 체육관 안은 더위도 잊은 채 탁구 훈련을 하고 있는 탁구부 학생들의 열기로 더 뜨거웠다. 이들은 ‘전국 종별 초·중·고 탁구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 여고부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이다. 그야말로 조용히 안산을 빛내고 있었던 주역들이다. 현재 단원고 탁구부는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은 실업팀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박세리(3학년) 양을 제외한 8명의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었다.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오윤정 코치는 “아이들 대부분이 탁구를 시작한지 9년에서 10년이 넘는다. 단원고 아이들과의 인연은 4년째인데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팀이다. 아이들이 노력한 결과는 2011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잠시 훈련을 멈춘 휴식 시간에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큰 꿈 안고 스매싱
팀의 주장인 정유미(3학년) 양은 ‘삼성생명’ 실업팀과 계약을 맺었다. 처음 유미 양을 탁구와 인연 맺도록 한 것은 유미 양의 부모였다. 부모 역시 젊은 시절 아마추어 일반부 탁구선수였단다. 유미 양은 “선수들 누구나 꾸는 꿈이겠지만 올림픽 대표 선수로 나가는 것이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그래서 부원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탁구장과 집을 오가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탁구부내에서 유미 양은 만능엔터테이너로 통한다. 탁구 말고도 잘하는 것이 많은 재주꾼이라고 부원들이 입을 모았다.
같은 학년 이다솜(3학년) 양도 졸업과 함께 실업팀 ‘포스코에너지’로 진로가 결정됐다. 다솜 양은 고2 때부터 이미 포스코에너지의 지명을 받고 일찍부터 진로가 정해진 상태다. 다솜 양은 “저희는 하루에 7시간 이상 운동을 해요. 사실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아요. 친구들이 방학을 하면 저희도 방학하고 싶어요. 하지만 열심히 한 결과, 좋은 진로가 결정되었고 더 열심히 배워서 국가대표로 뛰게 된다면 더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옆에서 연신 웃고 있는 최수진(3학년) 양은 유난히 수줍음이 많았다. 수진 양은 한남대 체육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재미난 것은 수진 양이 처음 탁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바로 ‘다이어트’ 때문. 지금의 수진 양을 보면 정말 의외의 대답이었다. 살을 빼기위해 시작한 탁구가 수진 양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수진 양은 “팀원들과 매일 함께 훈련하다가 혼자 떨어져 대학을 가려니 좀 두려워요. 졸업하고 일반인이 되는 것도 막막하고요. 책임져야 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그래도 더 열심히 하려고요. 제 목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출전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실력도 일등, 인간성도 일등
그랬다. 탁구부 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였다.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일까? 아이들 얼굴이 하나같이 밝았다. 탁구부의 막내 안영은(1학년) 양은 성대모사와 배우들 표정연기를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는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영은 양이 얼마 전 종영한 ‘너목들’의 주인공 ‘민중국’ 흉내를 내서 체육관 안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영은 양은 “탁구선수 서효원 언니가 제 롤 모델이에요. 효원 언니처럼 실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실력뿐 아니라 인간됨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될 거예요”라며 다부진 포부를 말했다.
다른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웃고 있는 2학년 조은진 양과 서채원 양에게 “며칠의 휴가를 받는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채원 양은 “여행가고 싶어요. 바다도 보고 싶고, 며칠 신나게 놀다오고 싶어요”라고 했다. 앞에 앉아 있던 은진 양도 “며칠 간 드라마도 원 없이 보고, 친구들이랑 여행하며 시간을 여유롭게 즐겨보고 싶어요”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1학년인 김민정 양은 “집에서 푹 쉬고 싶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냥 쉬면서 여유시간을 즐겨보고 싶어요”라고 했고, 어떤 친구는 수줍은 목소리로 ‘소개팅’이라고 말하고는 얼굴을붉혔다.
그러자 박시내 양(2학년)이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운동 사실 힘들어요. 놀고 싶을 때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아요. 하지만 노력한 만큼 성적을 낼 때 다시 힘이 생겨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대학을 놓고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탁구를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시내 양의 말에 학생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 학생들, 머지않은 장래에 올림픽 경기를 통해서 만나게 될 얼굴인지도 모른다.
단원고 탁구부는 전국 중·고 종합대회 2년 연속 우승, 문화체육부장관기 탁구선수권대회 2년 연속 우승, 2012년 전국체전 준우승, 2012년 전국체전 준우승, 2013년 대통령배 3위 등 많은 경기에 출전해 우승을 거두고 있다. 8월 5일부터 여수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시·도대항전’, ‘문화체육부대항전’, ‘한 ·중·일전’, 9월 ‘국가대표선발전’, 10월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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