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선생님 - 구성고등학교 정승재 교사

지역내일 2013-08-05 (수정 2013-08-05 오후 4:56:22)


잘 나가는(?) 스타 강사에서 진정한 스승이 되기까지





“우리 선생님은 콜라다. 처음에는 맛있고 톡 쏘는 맛에 아이들이 무작정 달려들지만 아이들이 장난으로 흔들기도 한다. 너무 많이 흔들어 뚜껑을 열면 폭발하고 한 사람한테가 아닌 사방으로 튀어서 모두가 찝찝하다.”
웃음이 쏟아지게 만드는 이 비유는 용인 구성고등학교 국어교사 정승재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한 학생의 평가 소감이다. 때론 톡 쏘기도 하고, 때론 달콤하면서 때론 학생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주어서 콜라같다는 선생님. 이른 아침 하얗게 눈 덮힌 운동장 한가운데 ‘정승재샘 짱~’이라는 하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선물 받는다는 선생님. 학생들 사이에서 ‘애정과 열정의 아이콘’으로 통한다는 그가 풀어놓을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매 학기 학생들에게 수업 평가받고 공개하는 선생님
칭찬이든 비판이든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평가받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정 교사는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허심탄회하게 평가할 기회를 준다.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정 교사만의 소통방식이다.
“매 학기마다 성적표를 받아드는 학생처럼 저도 학생들에게 수업평가서를 받는답니다. 칭찬도 있고 비판도 있죠. 제 수업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모든 걸 감수하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잘 가르치려면 학생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성고에 부임하기 전에 근무했던 서현고에서 정 교사는 그야말로 ‘스타강사’였다. 방과 후 보충수업으로 개설한 언어영역 수업은 신청자가 100명이 넘었다. 선착순으로 등록받는 강좌는 새벽 5시에 등교해야 겨우 등록할 수 있을 만큼 인기였다.
“강남의 유명학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내주는 것이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최고의 스타 강사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었으니까요.”


성적 올려주는 선생님이 최고? 그게 아니더라! 
인기가 높아질수록 정 교사는 바빠졌고, 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학생과의 상담약속을 잊어버리는 등 맡고 있는 반 학생들에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어요. 인기가 많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거만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게 등을 돌리는 반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언어영역 수업이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죠. 그런데 어느 날 종례시간에 교실에 들어갔더니 반 아이들이 모두 엎드려 있는 거예요. 의도했든 아니든 아이들이 저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밤 늦게까지 수업을 준비하며 고생했는데, 학생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다는 정 교사. 학생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출근하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 됐다.
“그해 졸업식 날 인사하러 온 학생이 단 한명 뿐이었어요. 순간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엄습했어요. 10년 교직생활 최대의 위기였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학생들 앞에 설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변화에 대한 절박감,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출연
분명 변화는 필요한데 용기가 없었다.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EBS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자신을 완전히 바꿀 각오로 출연을 결심한 것.   
“제 스스로 쌓은 단단한 옹벽을 깨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제게 있었어요. 변화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코칭 선생님의 말씀이 그때처럼 와 닿을 때가 없었습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제 문제는 학생들과의 관계 맺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맞이하기 2.달콤한 것 먹이기 3.눈 맞추기 4.들어주기 5.이름 부르기 등등 몇 가지 떠오르는대로 백지에 적어보았다. 하나씩 실천에 옮기면서 변화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을 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변하니까 아이들도 바뀌더라구요. 이 무렵에 매일 끼고 읽었던 것이 바로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이었어요. 저에게 선생님의 꿈을 심어주었던 어린 시절 선생님도 떠오르게 만들어줬고, ‘늘 그 첫 마음을 돌아보라’는 말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했어요.”


수업은 소통의 기술이 가장 필요한 순간, 쌍방향 수업방법 연구
정 교사는 아침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직접 맞이한다. 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과 손 가락을 맞추고, 눈을 맞추고, 때로는 허그도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그날그날 아이들의 기분을 섬세하게 읽게 되더라고 그는 말한다.
“교사의 에너지는 학생들에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저를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힘을 잃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죠. 아이들에게 제안했어요. 자신의 기분을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방법인데 기분이 좋을 때, 별로일 때, 우울할 때, 슬플 때 등등. 그때마다 다르게 인사하도록 하지고요. 저는 아이들의 기분을 알 수 있고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수업도 달라졌다. 언어의 달인인 정 교사는 여전히 수업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최근에는 내신과 수능을 접목한 그만의 수업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소통의 기술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바로 수업시간이에요. 문학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활용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독해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수능과 내신을 접목한 수업을 개발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정말 좋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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