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노는 아이들
청주의 아이들 놀이문화가 바뀌고 있다
학업으로 인한 시간부족, 실내놀이 증가, 위험한 외부환경 등이 주요원인
아이들의 놀이가 바깥에서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놀이터를 중심으로 한 바깥놀이보다는 게임, 독서, 각 기관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실내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등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됐고 아이들의 필수품이었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롯데마트는 지난해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등 롤러 용품 매출이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라인 스케이트 매출은 10년 전의 5.2%, 보호대와 헬맷 매출은 6.2% 수준까지 추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자완구 매출은 3배가량 늘었고, 남아완구 전체매출은 2배, 여아완구는 70% 가량 증가해 달라진 놀이문화를 실감케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학원 등 학업에 따른 시간부족, 놀이공간의 상업화, 위험한 외부환경, 변덕스러운 날씨, 가족을 중심으로 한 놀이문화 확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내놀이터, 1~2년새 20곳 이상 새로 생겨
‘실내놀이터가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최근 실내놀이터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영유아 및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실내놀이터(키즈카페) 급증은 아이들의 실내 활동이 많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청주지역의 실내놀이터는 30여 곳으로 추정되며 최근 1~2년 사이에 20곳 이상이 개업해 성업중이다.
지난 4월 흥덕구 개신동에 150여평 규모 실내놀이터 ‘플라잉덕’을 개업한 민창현 씨는 “현재 청주지역 실내놀이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절정기를 맞고 있다”며 “점차 대형화, 특성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개신동에 사는 주부 최미애 씨는 “3~4년 전 만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키즈카페가 이제는 동네마다 생겼다”며 “실내놀이터 수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그 특성도 다양해져서 아이 특성에 맞게 골라서 갈 정도”라고 전했다.
성화동에 사는 주부 변은미 씨도 “요즘은 유괴, 성범죄 등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증가하고 외부 환경이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아이들끼리 놀게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며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도서관, 실내놀이터, 부모가 동반한 나들이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깥에서 놀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
아이들의 실내 활동이 증가하는 데는 학업(학원)으로 인한 시간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2011년 사교육비 조사 실태’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71.7%가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생은 학원에 다니는 비율이 무려 84.6%에 이르러 공부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도서관 등 각 기관에서 실시하는 무료수업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는 방학기간에는 물론 평상시에도 상, 하반기로 나눠 독서교실, 문화교실, 과학교실 등을 열고 한 강좌 당 많게는 20~3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방학기간에는 70~80여개 달하는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개설돼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실제 바깥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주부 김선희 씨는 “중, 고등학생들은 학과 공부하느라 바쁘고 초등학생 아이들은 학원이나 좋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바쁘다. 놀고 싶어도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가서 실제로 놀 아이들이 없다”며 “이런 현상은 토요일과 방학기간에 더 심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들로 실내놀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여유롭게 또래끼리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며 “자연에서는 자연스럽게 놀이재료를 구할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놀이방법을 통해 즐거움과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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