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봉중학교 ‘아빠와 함께하는 힐링캠프’

“사랑해요” “사랑한다” 대화 속 부쩍 가까워진 아빠와 아이

단 하루 같이 한 것뿐인데 … 참가자들 “함께하는 기회 더 많아지기를” 한목소리

지역내일 2013-07-31 (수정 2013-07-31 오전 12:04:56)

지난 13일(토) 오전 9시 월봉중학교 도서관에 20쌍의 아빠와 아이들이 모였다. 월봉중학교가 기획?추진하고 천안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진행한 ‘아빠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힐링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40명은 제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그중에는 아이와 커플룩을 입고 온 세 쌍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살갑게 대화가 오가는 아빠와 아이는 많지 않았다. 어색함이 맴돌았다.
단 아홉 시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아빠를 바라보며 갑자기 눈물을 훔치는 여학생, 그동안 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것이 미안해 말을 잇지 못하는 아빠의 가슴 깊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소통과 교감이 오간 후 도서관을 나서는 아빠와 아이는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 월봉중학교에서 진행한 ‘아빠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힐링캠프’ 참가자들. 
   캠프에 참가한 아빠들은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가 나에게 관심이 있어요?” … 갈등 깊어지는 사춘기 =




월봉중학교(교장 김기수)는 올해 처음 아빠가 참여하는 힐링캠프를 실시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인성교육을 취지로 한 ‘아빠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힐링캠프’는 학부모회 학교참여활동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월봉중학교 최순희(47) 학부모회장은 “어릴 때는 그나마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학업에 열중하게 되면서 소통시간이 많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아빠와 아이들이 점점 멀어지고 사이도 서먹해진다.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진심을 아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아빠와 함께 하는 힐링캠프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은 “최근 학교폭력이 큰 문제인데, 가해 학생들에게서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가정이 행복하고 엄마와, 특히 아빠와 교감을 이루는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도 건강하게 이끄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회의 제안에 학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진행은 천안지역사회교육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맡았다. 협의회 손현정 사무국장은 “협의회는 부모교육, 지역사회교육, 시민교육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오는 곳으로 아버지들의 교육 참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교육에 있어서 늘 엄마가 주도적이지만, 실상 아버지의 역할이 상당하다. 방법을 몰라서 함께하지 못했던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에게 이해받고 싶은 아이들에게도 정말 좋은 자리라 기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 진행했다”고 말했다.




강의 - 친해지기 - 속마음 이야기하기로 천천히 마음 열어 =




프로그램은 강의로 시작했다. 아빠들에게는 평택대학교 교수이면서 피어선심리상담원장인 차명호 교수가, 학생에게는 Q TV ''슈퍼내니코리아‘ 진행자이며 미술치료사,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는 정주영 강사가 서로에 대해 맘을 열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연 후에는 보드게임을 통해 아빠와 자녀가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누고, 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아빠와 아이는 그동안 서로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캠프에 참가한 임용석(42)씨는 “그동안 아이를 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막상 캠프에 참가해보니 달랐다”며 “평소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위주였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니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 아이를 대하는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캠프 이후 아들 임형철(중2)군은 “아빠가 내 마음을 알게 돼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중1 딸과 함께 캠프에 참여한 유병무(47)씨는 “평소 아이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여러 이유로 다가가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캠프에서 긴 시간 함께하며 아이를 여러 각도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캠프 후 아이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려는 나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씨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 학교와 학부모회 등 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 유병무(47)씨와 딸 유지영(중1)양


* 임용석(42)씨와 아들 임형철(중2)군.

사랑하지만 표현방법 모르는 아빠들을 위한 자리 필요 =




이번 캠프를 담당한 3학년 부장 이용숙 교사는 “처음에는 솔직히 엄마들에게 등 떠밀려 온 모습을 보인 아빠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난 후 아빠들에게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들었고, 아빠에게 이해받은 아이들도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순희 학부모회장은 “첫 캠프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며 “앞으로 해마다 캠프를 실시해 아빠와 아이가 더 가까워지는, 건강한 가정을 제안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는 인근 초등학교와 천안시내 고등학교 등 다른 학교의 학부모들도 참석,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협의회 손현정 사무국장은 “가득한 사랑을 아이에게 전하지 못해 아이와 관계가 어긋나는 아빠들을 위해 아이와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알리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요즘은 학교 등에서도 다양한 부모교육을 하는데, 아빠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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