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경제교육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체험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학문으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분야가 바로 경제다.
가장 필요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중심 교육에서 경제는 대표적인 비인기 과목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경제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한솔고등학교 송승민 교사가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송 교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경제를 위해
열정을 쏟아 온 1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경제교육의 해법이 보인다.
개념 주입식 수업 벗어나, 생활 속에서 경제 찾아
문과와 이과의 통로역할을 하는 경제는 우리네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다. 그럼에도 경제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을 기피한다는 점이 늘 안타까운 송 교사다.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경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선택할 때 항상 기회비용을 고려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등급받기 수월한 과목만을 선택하는 것도 마땅한 경제행위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는 없겠죠.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요. 경제가 정말 재미있고,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송 교사의 첫 시도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념위주의 교과서 대신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에서 발행한 실생활 체험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교재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서 수업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이 꼭 알아야할 경제개념을 중심으로 15개의 주제를 선정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냈어요. 소란스럽기만 하던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경제를 주제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KDI에서도 인정한 우리나라 체험경제 수업의 개척자
수업방식과 성과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송 교사는 수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한국개발연구원(KDI)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KDI측으로부터 ‘수업제안’이라는 커뮤니티 공간도 허락받았다.
“지금은 많이 활성화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체험경제’는 낯선 말이었어요. 수업과 학생들의 수업후기에 대한 반향이 컸던 덕분인지 이후 많은 선생님들이 이 공간을 통해 수업을 공유하고 선의 경쟁을 이어갔습니다.”
KDI는 경제교육을 활성화시킨 이유로 송 교사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함께 ‘체험경제교사연구회’를 결성해 경제 관련 교재에 대한 집필활동과 논문, 신문기고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학생들에게 어려운 것일수록 쉽게 이해시키는 방법. 우리가 집중했던 것이 바로 이 점이에요. 선생님들이 경제수업을 연구하고 참관하고 공개수업을 하면서 서로를 모니터링하죠. 학생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는 경제수업을 하기 위한 방법, 오직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수업일기 쓰면서 경제개념 잡히고 논술력 향상돼
2008년 한솔고등학교가 수업혁신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송 교사의 그간의 연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주어졌다. 수업에 대한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수업도 진행되었고, 수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받았다.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마는 식의 수업이 아니라 매 수업마다 체크리스트를 주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학생들에게는 수업일기를 쓰게 했고, 모든 활동은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로 만들었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핵심 경제 요소를 익히게 되었고 논술실력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몰입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이다. 때문에 TV뉴스, 신문기사, 폐품 하나 조차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모두 수업의 자료가 된다고 강조하는 송 교사다.
“기업이 이윤을 내는 과정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폐품을 만들어 사고팔거나, 물건을 팔기 위해 홍보물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경제 개념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답니다. 어렵게만 보이지만 경제는 사실 몇 개의 핵심개념들만 정확하게 알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랍니다.”
경제교육 활성화 공로 전국 각 기관에서 인정받아
경기도교육청 제59회경기도 교육자료전 대상, 경제교육협회 제1회 실용경제교육 경진대회 대상,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교육 티칭 가이드북 공모전 우수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43회 전국교육자료전 1등(2인공동) 등 거의 모든 경제와 교육관련 기관에서 송 교사의 열정과 노력을 인정했다.
“전국교육자료전에 내보냈던 수업자료가 제게는 가장 의미있는 수업이에요. 수능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경제개념 10개를 뽑아서 후배교사와 함께 체험경제 수업모형 샘플 10개를 만들었어요. 수업방법과 과정은 찍어 QR코드와 CD로 만들어 누구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경제교육 활성화 작업은 방대한 프로젝트이기에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경제연수교육을 찾아다니며 여전히 경제교육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송 교사다.
“학생들과 논술수업을 하고 있어요. 수능 비문학 지문도 그렇지만 논술지문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분야가 경제입니다. 지문만 잘 이해해도 글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제가 지문을 쉽게 독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지도 하는 이유입니다. 논술지도 뿐만 아니라 경제와 경영 분야의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을 찾아 진로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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