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시곡초 학부모회

엄마가 만든 동극 아이를 울리네

시곡초 학부모 게임중독 예방 동극 만들어

지역내일 2013-07-24

지난 한 주내내 시곡초등학교 시청각 실은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우선 이 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과 관심가진 학부모와 안산시장, 시의원, 교육청 관계자들까지 시곡초등학교 시청각실을 방문했다. 초등학교 시청각실에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몰린 이유는 오직 하나 엄마들이 만든 동화연극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시곡초

시곡초 학부모회(회장 전미숙)가 지난 3월부터 준비한 연극을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15차례나 무대에 올렸다. 엄마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짜고 의상을 제작하고 연기까지 펼친 공연이다. 연기와 노래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에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엄마들이 만든 연극 관람을 위해 지역 유지들 까지 나섰다니 궁금한 마음에 리포터도 어머니들을 만나러 시곡초를 방문했다. 

해마다 어린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시곡초 학부모회의 올해 공연 주제는 ‘게임 중독 예방’이다. 도시쥐 시골쥐 이야기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얹었다. 게임만 좋아하는 도시쥐 ‘루비똥’과 시골 출신 ‘꾹’이 쥐가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 게임중독의 심각성과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준다.

극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손미란씨는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좋은 병원도 비싼약도 아니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앙증맞은 생쥐로 분장한 엄마 배우들의 공연을 본 아이들은 금새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호준(시곡초 3) 학생은 “게임을 좀 하는 편인데요 오늘 연극을 보고 이제는 엄마와 약속한 게임시간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을 많이하면 게임중독에 걸리고 그러면 친구도 싫어지고 놀기도 싫어진다는 걸 연극을 보면서 알았어요”라고 말한다.

시곡초 학부모회는 올해로 3번째 동극을 제작했다. 2011년 성폭력 예방 동극을 시작으로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극 올해 게임중독 예방 동극을 제작한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엄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꾹’이 역할을 맡아 열연한 이경미씨의 아들은 “연극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수줍게 웃는다. 공연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연극 공연 후 아이들과 대화가 많아진 것도 공연이 주는 덤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은주씨는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난 후 ‘엄마 게임중독은 정말 그렇게 무서운 거야?’라고 물어와요. 그런 계기를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책으로 접했을 때보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실제로 교육전문가들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언어로 된 동극을 제작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다른 어떤 교육보다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시곡초 학부모회가 만든 공연은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초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에는 인근 유치원과 초등학교 6곳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했고 올해도 와달라는 학교가 줄을 섰단다. 엄마들이 만든 동극.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엄마의 따뜻한 매시지에 감동받고 엄마들의 뛰어난 연기실력에 또 한번 놀란다. 시곡초 학부모회 회원들과의 만남은 ‘역시 엄마란 위대한 존재’임을 새삼 실감케 한 만남이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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