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선사고 영어교사 이선미

에너자이저 선생님의 일침 ‘당당하게 살라’

지역내일 2013-07-23

“무조건 예스” 3년 전 강동구에 첫선을 보이는 혁신고등학교에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동료 교사의 제안에 이선미 교사의 첫마디였다. 그 후 수업과 학생 상담에다 각종 학교 행사 진두지휘하고 끊임없이 열리는 회의와 출장에 파김치가 되고 야근을 밥 먹듯 해도 교직경력 27년차인 그는 “요즘, 참 행복하다.”며 웃음 짓는다.

이선미


혁신고에서 맛보는 행복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의 본질은 늘 똑같죠. ‘누구와 함께’ 하냐가 관건이죠. 요즘처럼 동료들끼리 의기투합해 의미 있는 성과물을 하나 둘씩 만들어 나가는 그 과정이 신납니다.” 이 교사의 음색에는 생기가 묻어난다.2011년 개교할 때 처음 만난 신입생들이 올해 고3이 됐다. 3년 내내 함께 울고 웃었기 때문에 속정이 흠뻑 든 그는 3학년부장이란 중책을 맡아 수험생 제자들의 12년 공부 농사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진로 때문에 갈팡질팡했던 아이들이 3학년이 되니까 어느 정도 지원 대학, 학과가 좁혀져요. 이번엔 고3을 대상으로 색다른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학생들이 직접 희망 대학, 전공과 교수들과 연락해 인터뷰한 후 보고서를 내도록했습니다.” 처음엔 시간 없다며 아우성치는 고3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부쳤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고3을 위한 색다른 진로 경험
“진정성을 담아 이메일을 보낸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교수님들로부터 답신이 오니까 아이들이 깜짝 놀래요. 생활기록부, 포트폴리오 들고 교수님을 만나서 직접 전공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듣고 격려까지 받으니까 자신감을 갖더군요. 막연하게 전공을 정한 아이들에게는 따끔한 질책과 실질적인 진로상담을 해주신 교수님도 계시고요. 다들 각양각색의 경험을 했죠. 맨땅에 헤딩하듯 섭외부터 미팅까지 스스로 진행하며 다들 깨달은 게 많은 눈치예요.”
그는 제자들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데 열정을 쏟아 붓는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고3이 되면 기가 푹 죽어요. 참 마음이 아프죠.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교사가 너무 앞서서 재촉하면 아이들이 오히려 수동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제자들과 ‘밀당’을 하는 중이다.


‘제 몫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라’
살갑게 건네는 교사의 한마디에 학생들의 기가 산다는 걸 잘 알기에 그는 ‘요즘 어떠니?’, ‘무슨 일 있니?’ 늘 먼저 말 걸며 아이들을 살핀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사회에 나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 같은 마음’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모듬별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꾸준히 시키는데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고 영어 기초가 아예 돼있지 않는 한 남학생 차례가 됐어요. 교사인 나조차도 그 아이가 영어로 발표할 거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속한 모듬원들 수행평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무조건 달달 외워 발표하더군요. 내심 감동했죠. 나중에 따로 불러 ‘넌 참 책임감 있는 아이구나.’ 칭찬해 줬더니 얼굴에 생기가 돌더군요.”   우리 사회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예민한 청소년기 제자들이 가족 붕괴의 피해자가 되는 걸 목격할 때마다 엉성한 사회 안전망에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는 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품어주자고 늘 다짐한다.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분이세요. 시간 허투루 쓰는 걸 질색하시죠. 특히 이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걸 채워 넣으며 그 배움과 깨달음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죠. 이런 담금질 덕분에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가 개방적이고 유연합니다.” 이 교사를 곁에서 지켜본 선사고 유신모 교감이 덧붙인다.
수시 원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요즘, 다양한 입시 정보가 필요한 고3학생들을 위해 이 교사는 동료들과 함께 서울 중상위권대학, 서울 중하위권대학과 수도권 4년제 대학, 전문대학까지 3차례에 걸쳐 대학설명회를 열만큼 억척을 부린다. ‘드림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뭉친 교사들끼리 인문학 특강, 서울대와 함께하는 이공계 특강, 연구논문쓰기 대회 등 특색 프로그램도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가끔은 열정이 과하다는 주위의 핀잔도 받아요(웃음). 때론 ‘지금 뭐하는 거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요. 그래도 나로 인해 아이들의 눈빛이, 말투가 조금씩 바뀌면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게 되요. 아이들이 나의 엔돌핀입니다.”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얼떨결에 교사가 됐지만 그에게 ‘선생님’은 천직이다. 
“우리 학교의 교가는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지었어요. ‘우리들의 뜻이 실현되는 곳, 교사와 학생의 벽을 허무는 곳, 서로의 인권과 개성이 존중되는 곳, 따뜻한 보금자리’ 교가 속  이런 학교를 만드는 게 선사고의 목표입니다.” 교사로서 쉼 없이 27년을 전력질주한 그의 눈빛은 깊고 맑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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