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억원 ''못쓰는'' 전북교육청 왜?

최근 3년새 4079억원 불용 처리 … 전북도의회 "재정·사업진단 시급"

지역내일 2013-07-21
"한푼이 아쉬워 정부부처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예산을 확보해 놓고 1000억원 넘는 돈을 못쓰고 넘기고 있습니다. 그리고선 돈이 없다고 빚을 냅니다. 매년 되풀이됩니다. 이젠 지적하기도 지쳤습니다"
전북도의회 김연근(교육위)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다 못해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교육 행정을 책임지는 전북도교육청이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불용액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회가 전북도교육청 예산 결산 검사결과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불용액으로 처리된 금액이 407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예산에선 975억원을 불용처리해 전체 예산의 3.5%를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2011년 1159억원(예산대비 4.4%) 2010년 1944억원(7.8%) 보다 조금 줄어든 수치다. 전북도교육청보다 예산규모가 큰 전북도의 2012년 불용액 비율이 1.8%(854억원)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쓰지 못하는 예산이 증가하면서 예비비 비율만 큰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예비비 비율은 예산의 0.3%를 기준으로 편성하는데 3년간 전북도교육청의 예비비 비율은 기준액의 12배를 넘겨 편성됐다. 전북도청 예산관계자조차 "이해하기 힘든 예산 집행"이라고 의아해 했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나타날까. 전북도교육청은 ''기관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예산 대부분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예산인데 예산수립 이후에 지원되는 경우가 많아 다음해로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예산관계자는 "교육청 예산집행은 일반 지자체 집행과 다른 양상을 띤다"면서 "700개 이상의 학교와 직속기관 예산이 포함돼 단일한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북도교육청의 불용액 수준은 타 교육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간 불용액 가운데 예산의 50% 이상을 불용처리 한 사업규모가 42건(438억원)에 달해 예산편성부터 신중한 검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김연근 의원은 "현재 불용액 규모는 교육현안 사업을 지연·사장 시키는 심각한 수준으로 매년 되풀이 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예산수립 전에 재정·사업진단을 거쳐 잘못된 관행을 끊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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