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 시민토론회

“보편적인 고교 유형으로 정비하고 고교평준화 추진해야”

삼성만의 문제 아니다…일반고 슬럼화 우려 목소리

지역내일 2013-07-21 (수정 2013-07-21 오후 5:03:47)

아산시 탕정면에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자율형사립고 가칭 ‘은성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7시, 아산시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원 1층 강당에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각계의 분석을 내놓았다.



일반고 슬럼화와 공교육 붕괴 우려 =






김지철 도교육의원은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의 과밀학급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도교육청은 배방고와 은성고 신설로 걱정 없다는 입장이지만, 은성고는 삼성 임직원자녀가 70%이다. 이것으로 과밀학급이 어떻게 해결되겠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의원은 “북일고의 경우도 1년 학비가 1200만원 수준이다. 삼성측은 은성고 연간 수업료가 880만원이라는데 믿기 어렵다. 귀족학교임은 틀림이 없다”며 “충남교육청도 고교평준화 정책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교육정책을 일관하고 있다. 삼성이 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교육적인)기여 방법이 이것밖에 없냐고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진형 전교조 아산지회 참실부장은 “이전의 비평준화 체제가 학생들의 서열에 따른 체제였다면 자사고는 높은 등록금으로 교육 양극화를 초래해 성적과 경제력에 따른 서열체제를 강화한다”며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통교육과정 중 50%만 이수하면 되는 자사고 운영방침 상 입시 위주 국영수 교육만을 중시해 학교의 입시학원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상위권 중학생들의 자사고 쏠림 현상이 증가해 일반고의 슬럼화와 공교육의 붕괴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입학전형(삼성 임직원자녀 70%, 사회적 배려대상자 20%, 일반전형 10%)에 대해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총 학생 수가 1050명이며 매년 35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이 입학전형 비율에서는, 결국 충남지역 일반학생들은 고작 35명만이 입학할 수 있다”며 “과연 지역을 배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진형 참실부장은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도 최근 재벌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얼마든지 편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그들만의 학교가 될 수밖에 없으며 지역민들에게 소외감과 열패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진형 참실부장은 은성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특성화고 전환을 제안했다. 이 참실부장은 “실업계 고등학교가 하나도 없어 실업계고등학교를 가고 싶은 중학생들이 타지를 찾아야 한다”며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일반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등 고교 유형을 보편교육의 원칙에 맞게 정비해야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 아산, 고교평준화 노력 동참해야 =






이형빈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연구원은 “서울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사고에 대한 폐지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자사고 관련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당면 문제를 안고 있음직한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찾기 어려웠다. 이형빈 연구원은 저조한 참여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며 그 원인으로 충남이 오랫동안 심각한 비평준화 지역이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비평준화가 오랫동안 지속돼 온 지역의 특성상 자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이 평준화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또한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평준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한다”며 “천안과 아산이 함께 고교평준화 적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영주 전교조 천안지회 지회장은 “충남 16개 시 군 중 천안은 학생 수가 충남 40% 선인데도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15위에 불과하다. 삼성임직원이 70%인 그들만의 교육을 아산시민이 용인할 수 있냐”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산이 입는다”고 우려했다.
박진용 아산 YMCA 사무총장은 “전국 유일한 비평준화 지역인 충남이 오히려 수능성적은 매우 저조하다”며 “특정기업 자녀로 구성된 학교모델이 지역우수인재 유출 방지에 기여할 것인가”를 물으며 ‘은성고에 대한 재검토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아산YMCA, 아산시민연대, 어린이책시민연대아산지회, 아이쿱아산Y생협, 전교조아산지회, 민주노총아산시위원회, 아산농민회,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평등교육실현아산학부모회 총 9개 단체가 주최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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