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못살고 병원 치료를 받기 어렵던 시절, 폐렴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가지게 하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암, 혈관질환, 내분비질환 같은 만성질환에나 사람들이 경계심을 갖게 되지, 이제는 폐렴이라고 하면 병원만 몇 번 방문하면 나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으니 참 좋아진 세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폐렴에 걸렸다고 하면 곧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뀌시고 심지어 진료실에서 눈물을 보이시는 분도 계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걱정스런 마음에 소아과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소아과 의사들이 약간 난해한, 이름도 생소한 이상한 병원체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는 경우를 아마 폐렴을 앓았던 아이의 부모님들은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 병원체의 이름이 바로 마이코플라스마입니다.
사실 마이코플라스마에 의한 폐렴은 전체 폐렴의 10~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호흡기 감염입니다. 이 병원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는 다른 병원체로서, 통상의 항생제로는 박멸이 힘들고, 마이코플라스마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는 따로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교과서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학동기 폐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소아와 젊은 사람들에게서 전염성을 가지고 호발하게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이 통계적인 부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학동기(school age), 즉 학교를 다니게 되는 만 7세 이후의 시기를 일컫는 용어이고 이시기에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이 흔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단체 생활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단체생활의 시작 연령이 몇 살 정도일까요?
대한민국 유치원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고종황제가 덕혜옹주를 위해 덕수궁 안에 지은 준명당이 우리나라 최초이고 이후 근대화를 거쳐 보편화 되었습니다. 산업화와 함께 이 마이코플라스마 감염 호발 나이 또한 7세 이상에서 약 4세 이상으로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체생활의 시작 연령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부터 탁아소가 생기어 1981년 691개가 되었고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이 제정, 새마을유아원으로 이름이 바뀐 후 점차 늘어 1990년에 2300여개가 되었습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으로 인해 현재의 어린이집이라는 명칭으로 통일 되어 2008년 3만2000여개가 되었으며 이후에도 기하급수로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맞물려 아이들은 1세 정도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이제는 갓 돌 지난 아이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앓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진단이 되고 적절한 항생제가 투여되면 대부분은 별다른 합병증 없이 약 2주간에 걸쳐 잘 낫습니다. 하지만 침묵의 폐렴(silent pneumonia)라고 불릴 정도로 전문지식이 없으면 진단하기 어려운 병이기도 합니다.
산업화에 따른 사회의 변화로 인해 단체생활의 연령이 어려지고 그로인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질병의 통계적 변화가 조금은 씁쓸하게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라도 기침이 오래간다면 소아과를 방문하여 진찰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본소아청소년과의원 배방점
이종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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