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속에 모래 자갈 숯을 넣고 간이 정수기를 만드는 거야. 이 더러운 물이 정수기를 통과하면서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실험해 보자” 지난 10일 저녁 본오동 열린지역아동센터. 10여명의 초등학생 앞에서 제법 능숙하게 실험과정을 가르치는 사람은 청춘의 상징 여드름 자국이 선명한 고등학생들이다.
형·누나에게 배우는 과학 재밌어요
안산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폴라리스’ 소속 학생들은 매달 본오지역아동센터를 찾아 과학실험교실을 진행한다. 이날 실험은 간이 정수기 만들기. 투명한 컵 속에 숯과 활성탄, 모래, 자갈을 층층이 깔고 그 사이마다 거즈를 깔았다. 리포터가 찾아간 시간 앳된 교사들의 거즈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어리지만 좁은 공간에는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약간의 긴장감이 서릴 정도로 진지함이 가득하다.
드디어 흙탕물 투입. 실험 결과를 보며 정수기의 원리를 알아가는 초등학생과 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고등학생들의 문답이 끊이지 않는다.
형이나 누나와 배우는 과학수업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본오지역아동센터 안지원 학생은 “안산고등학교 누나와 형들이 와서 실험수업을 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며 수줍은 미소를 피어올린다. “학교에서 정수기 만드는 걸 TV로 배웠는데 이렇게 형들이랑 직접 만들어보니까 더 신기하고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폴라리스’ 덕분에 과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봉사활동 섭외부터 실험 준비까지 직접
폴라리스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다.
김명하 지도교사는 “동아리 운영의 주체는 아이들이다. 일년 동안 자유탐구 주제를 무엇으로 정할지 봉사활동은 어디로 갈지 무슨 실험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이고 교사는 아이들이 결정한 것을 실행할 때 조금의 도움을 주는 정도”라고 말한다.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도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은 올해가 벌써 5년째다. 한 해동안 봉사활동을 할 지역아동센터 섭외도 아이들 스스로 진행한다.폴라리스 회장 백소연 학생은 “과학 탐구반 하면서 실험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재밌는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가르치다보면 우리도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고등학생이 지역아동센터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신공부며 대학입시 준비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고등학생이 그 틈을 쪼개 실험 준비를 해야 한다. 완벽한 실험을 위해 모의실험도 여러 차례 거쳐야한다.
안산고 2학년 조예은 학생은 “과학교실을 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란 거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와서 아이들과 과학실험을 하면서 아이들이 작은 결과에도 좋아하는 걸 보면 덩달아 저도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자꾸 오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관심분야 탐구주제 정해서 발표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과 함께 폴라리스의 중요한 활동은 매년 2회씩 진행하는 자유탐구활동이다. 한 학기 동안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조사 실험 한 후 동아리 회원들 앞에서 발표한다. 김명하 교사는 “생물이나 화학, 지구과학 등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탐구가 이뤄진다. 때로는 대학 전공 교재를 참고해 발표를 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안산고등학교 대표 동아리 폴라리스는 2004년 전국 학생 발명품 대회에서 과학기술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0 ‘경기도 학생과학 발명품 경진대회’ 우수상, ‘제5회 WISE 여고생 연구발표대회’ 지역예선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3학년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 실적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꼭 대학 진학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건 아니구요. 뭐든지 우리들 스스로 정하다 보니 확실히 많이 자라는 것 같아요. 졸업하고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나 후배를 믿는 마음도 생겨서 든든하고 뿌듯하다”는 백소연 학생. 폴라리스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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