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공부, 진학 ,친구관계 등으로 고민이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위클래스 제도가 있다. 지역교육청에 위센터가 있고, 일선 학교에는 위클래스가 있다. 위센터의 위(WEE)는 ‘우리들(We)’ ‘감성(Emotion)’ ‘교육(Education)’의 영문 머릿글자를 따서 지었다. 청소년들의 감성을 세심하게 살펴서 위기 극복을 돕는다는 뜻. 위클래스에는 전문적인 상담교사가 상주하고 있어 1대1 상담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율량중학교는 위클래스제도, 학부모 집단상담, 솔리언 또래 상담 등 소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다.
아이들의 고민 다양하다
율량중학교 5층에 위치한 위클래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찾아온다. 상담은 한 달 평균 50~60건 정도로, 스스로 상담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많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원만하지 못한 친구관계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경숙 상담교사는 “옛날에는 여러 형제들과 같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대인관계의 방법을 배우지만 요즘은 핵가족화 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은 부모님과의 갈등, 공부, 진로문제 등의 순이다. 김 교사는 여러 가지 고민을 들어보면 그 공통점은 ‘자존감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너 커서 뭐 될래?”, “~할 수나 있겠니?”하는 등의 무시하는 듯한 말이라고.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아이들은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감이 떨어지고 좌절한다.
또 “성적이 좋은 학생은 고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자녀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율량중 박정호 학생(3학년)은 위클래스에 오면 “우리들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무조건 강요하는 일이 없다”며 “위클래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학생들의 쉼터”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상담 봉사 통해 내 아이 이해하게 돼”
위클래스에는 학부모 집단 상담 자원 봉사와 솔리언 또래 상담도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모 집단 상담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 진행된다. 평소에 갖고 있었던 고민이나 생각거리들을 상담 자원 봉사자로 온 학부모에게 질문하고 조언을 듣는다.
취재를 위해 학교를 방문한 날은 ‘미래 희망 명함 만들기’를 주제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명함을 만들어 봄으로써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계획해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던 아이들이 학부모 상담교사의 조언에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학부모 엄미양(43)씨는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며 “학부모 상담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알게 된 것이 내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솔리언 또래 상담은 같은 친구끼리 상담자와 내담자가 되어 서로 고민을 주고받으면 대화가 더 잘되는 장점을 이용한 제도이다. 솔리언을 희망하는 학생은 전문 교사로부터 일정시간 상담교육을 받으면 솔리언 또래 상담가로 활동할 수 있고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학생들 마음치료에 학교가 나서야
공부만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로 아이들의 고민은 늘고 있지만 맞벌이 부모의 경우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어 서로 소통할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율량중 김진균 교감은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지만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더불어 마음치료를 해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위클래스는 편안하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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