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 열정을 기울이니 오히려 내 삶이 들여다보인다는 이들이 있다. 무대 위에서는 아내라는 사실도, 엄마라는 무거운 책임도 훌훌 벗어 던졌다. 막이 내리면 언제나처럼 일상이 비집고 들어오겠지만, 무대에서는 오롯이 내 삶과 숨 쉬며 행복했다. 극단 ‘내일’의 7명의 주부들은 이렇게 연극과 함께 나를 찾으며 오늘을 살아간다.
내년이면 벌써 10살, 수원의 얘기를 담아내는 극단 내일
극단 내일은 2004년부터 수원체육문화센터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고 있는 주부들의 연극 동아리. 하지만 그 면면은 여느 프로 극단과도 견줄 만하다. 뮤지컬 ‘환희’로 창단 공연을 시작한 이래 매해 정기공연을 할 정도다. 2009년에는 ‘여섯여자이야기’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시민연극부문에 참여하는 등 매년 연극제에도 참여 하고 있다.
2011년 ‘마고성으로 간 루백’부터 그림자극으로 변신을 꾀했다. 김인애 단장의 설명이다. “연극은 무대, 조명, 음향 등 준비된 공간이 없으면 설 수 없고, 1년을 꼬박 연습해 일회로 끝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림자극은 조그만 공간만 마련되면 관객을 찾아 만날 수가 있다.” 올해는 그림자극 ‘반딧불이 이야기’로 찾아가는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극단 내일은 수원의 효자 이야기인 루백, 반딧불이 등 수원 이야기를 담아낸다. “수원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수원의 이야기를 수원사람을 위해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극단의 최고 자랑이라는 고경아 단원의 말에서 수원사랑을 짐작케 한다. 창단 10년인 내년 연말에는 그동안 여러 장르를 하면서 축적해 온 것들을 토대로 기념 뮤지컬을 기획 중이란다.
연극은 숨을 쉬게 하는 내 삶의 ‘산소통’
그들이 정열을 쏟아 붇고 있는 연극. 첫 만남의 계기와 그 의미가 궁금해졌다. 원년 멤버인 최경미 단원은 “자기발전을 위한 취미생활로 시작했지만 이제 연극은 애인(愛人)”이라고 전해준다.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숨어 있던 소질을 계발시킬 수 있는 기회까지 얻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단다.
정영희 단원은 3~4년전 우연히 딸이 센터에 극단 내일 모집 공고를 보고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연극이라 딸에게 진심으로 한 마디를 던진다. “고마워! 딸.” 2년차로 새내기로 불리길 원하는 고경아 단원은 극작과를 나와 관심이 있었다고. 대본을 완성하고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힘들지만 그에게는 활력소란다. 단원으로 활약하는 도중 둘째 출산과 복귀를 거듭할 정도인 김은기 단원 역시 ‘연극은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산소통’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시했다.
각자의 끼와 개성은 물론 숨은 재능까지 찾아내다
주부인 단원들이 똘똘 뭉쳐 팀워크를 발휘하며 만들어가는 공연. 때로는 배우로, 조명과 무대를 책임지는 스텝으로 제 역할에 충실한 결과 한 편의 극을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런 연극은 많은 것을 주며 성장을 이끌었다. 최현수 단원은 비중 있는 역할을 하며 관객과 소통하고 나니 연극의 맛을 알고 성취감을 느꼈다고.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순간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 아찔함을 경험했다는 홍혜숙 단원. 긴장감만 맴돌던 그 절박한 순간을 이겨내고 나니 인생의 매순간 두려움에서 헤쳐갈수 있는 힘을 얻었단다. 단원들 모두는 “주부들이라 가정생활과 병행해야 하니 언제나 돌발 상황의 연속이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보람을 얘기했다.
극단 내일은 매주 1회 수업과, 공연이 있으면 공연일정에 맞춰 회의와 연습 등을 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자기도 미처 몰랐던 무한한 재능을 찾아낸다. 숨은 재능을 찾아 열정을 펼쳐낼 새 단원을 위해 내일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극단 내일 정기공연소개 -반딧불이 이야기
내용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수원시를 의미하는 반딧불이를 캐릭터화해,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그림자극.
일시 7월23일 오전11시
장소 수원체육문화센터 4층대강당
관람료 무료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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