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사꾼 잔치 열렸네

제1회 안산도시농업한마당

지역내일 2013-07-10 (수정 2013-07-10 오후 5:11:45)

먹거리에 대한 불안으로 ‘내가 먹는 채소는 직접 농사 지어 먹겠다’는 도시농민이 늘어나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텃밭 5평만 있으면 상추, 고추, 가지 등 여름철 채소류는 물론 가을철 배추와 무 등 김장거리를 길러 먹고 가을걷이 후 봄에는 마늘과 감자를 심어 먹는 알찬 도시농업. 주 5일제 정착으로 매주 하루는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직장인들과 무료해진 노년, 농사에 푹 빠진 어르신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사

최근 도시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지구 온난화 예방, 가정 공동체와 지역공동체 부활 등 도시재생을 위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안산 도시농업의 현 주소를 돌아보고 농사짓는 다양한 노하우를 교류하는 ‘제1회 안산도시농업 한마당’이 지난 6일 노적봉공원에서 열렸다.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민들과 농업에 관심 있는 시민 1천 여명이 참가해 도시농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도시농업 한마당에는 보리타작, 멧돌 돌리기, 키질하기 등 농사체험과 퇴비, 액체비료, 친환경 병충해 예방법 등 농사 정보, 재활용품을 활용한 텃밭 만들기, 무동력 배수장치 등 좁은 공간을 활용한 농법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적봉 공원에 산책 나왔다가 농업박람회장을 찾은 전경옥(이동 거주)씨는 “좁은 공간에서 상추나 채소를 키워먹을 수 있는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농사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미경(본오동 거주)씨는 “도시에서 시골의 여유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며 “오늘 퇴비 만드는 법이며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 이었다”고 말했다.

농사2

올해 처음 도시농업 한마당을 개최한 안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시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하며 도시농업을 적극 장려하는 중이다. 현재 안산시가 분양하는 도시텃밭은 초지동 의료시설 부지와 단원구청 옆 공공청사 부지, 신길동 63블럭 등 3곳. 이곳에서 2700여 가구가 농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안산시농업기술센터 강덕형 영농소득계장은 “안산시가 분양한 텃밭 뿐 아니라 개인 농장에서 농사짓는 시민들도 많아 인근 지역에 비해 도시농민이 많은 편이다. 올해는 35개 단체에게 좁은 공간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상자텃밭 1400개를 분양했고 내년에는 개인에게도 상자텃밭을 분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상자 텃밭에 열린 탐스런 토마토처럼 익어가는 안산 도시농업. 도시농업 한마당 표정을 들여다봤다.




‘그땐 그랬지’ 농사란 이런거야
도시농업 한마당에서 관람객들의 가장 큰 인기를 큰 부스는 당연히 체험 행사장. 특히 도리깨를 이용한 보리타작과 밀타작, 키질, 방아 등. 힘들었던 농사일은 아이들의 놀이 겸 체험활동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산도시텃밭시민연대’가 마련한 농사체험코너에 참가한 정하옴(사동거주)학생은 “쌀을 이렇게 만든다니 너무 힘들다. 앞으로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거름, 비료 내손으로 만든다
안산시가 분양한 농장에는 원칙이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비닐사용이 금지되어있다. 이왕 짓는 농사 친환경으로 지어보자는 뜻이다. 친환경 농사에 꼭 필요한 거름은 농부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날 행사장에는 톱밥과 음식물쓰레기, 낙엽을 이용해 만든 거름과 각종 액체 비료가 판매됐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농사 정보를 나누는 초보 농사꾼들의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았다.




저를 키워보는 건 어때요?
농업한마당 한 켠에 마련된 안양축협 부스. 주인을 따라온 송아지 두 마리가 맑은 눈망울을 꿈뻑이며 구경꾼을 구경하며 앉아있다. 행사장에는 벌, 누에까지 등장했다. 보라색, 파란색 색소에 물들인 뽕잎을 먹고 온 몸이 변한 누에는 같은 색깔 누에꼬치를 뽑아낸다. 누에꼬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도 보고 꿀벌 벌집에 꿀을 모으는 과정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농업한마당은 아이들에게 생생한 교과서다.




집에서 농사지어볼까?
행사장을 찾은 주부들의 가장 큰 관심은 텃밭 상자. 페트병과 생수통을 잘라 심지형 화분을 만들면 거름 손실이 적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심지형 화분은 채소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플라스틱 병으로 심지화분을 만드는 코너와 거실 벽면에 상추를 키우는 벽걸이형 화분 앞에도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터뷰>
“직접 키워 먹는 맛! 안 먹어본 사람은 몰라요”
친환경 농업 자치회 회장 이남주씨




보리타작마당에서 만난 도시 농부 이남주씨. 사유지에서 텃밭 농사를 지어오다 지난해 친환경농법을 가르치는 도시농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운 진짜 농부다. 이 씨는 친환경 농법에 따라 직접 거름과 비료를 만들어 사용한다. 이렇게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여 모임도 만들었다. 그녀가 회장을 맡고 있는 ‘친환경 농업 자치회’다.

이남주

“풀과 소변을 섞어 비료를 만들기도 하고, 쌀 뜨물을 받아서 비료를 만들어요. 내가 먹은 것, 먹고 남는 걸로 거름을 만들어서 다시 사용하면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씨가 농사짓는 땅은 7평 남짓. 그녀의 밭에는 없는 게 없다. “얼마 전에 감자와 마늘을 캐냈고 지금은 들깨, 우엉, 참깨, 상추, 대파가 심어져 있다. 가을엔 배추와 무를 심어서 김장을 할거다”며 자랑한다.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고 땅이 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도 남주씨에게는 큰 재미다. “처음 농사 지을 땐 없던 지렁이가 생기고 얼마 전엔 밭에 뱀이 나타나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도 했어요. 일일이 거름을 만들어 써야하는 친환경농법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 맛은 일품”이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남주씨는 “다들 소비하기 바빠서 생명의 소중함을 잘 몰라요. 상추하나 고추하나도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그런 소중함을 알아야 덜 버리고 덜 쓰면서 살아 갈 것”이란다. 요즘 친환경 농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리포터에게도 함께 농사짓기를 권한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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