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 숲유치원에서 시작하는 ‘자연생태교육’
“자연 느끼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 중요 … 다양한 방식의 자연생태교육 고민 늘고 있어
넓은 농장에는 고추 상추 옥수수 방울토마토 등 갖가지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작물들에 물을 주기도,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따서 물에 쓱 씻어 입에 넣기도 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날씨에도 아이들은 아랑곳없었다. 아이들 얼굴에는 함박미소가 가득했다. 아이들이 즐거운 농장은 ‘힐링팜’이라 이름 붙인 정원형 텃밭. 천안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한 공간이다.
중앙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자연생태체험을 위해 학교에 텃밭을 조성, 지난 2일 개장식을 가졌다.
‘힐링팜’이라는 이름의 텃밭은 지난해 부임한 김준표 교장(57)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김 교장은 “부임하고 보니 원도심 지역인 만큼 학생 감소가 큰 고민이더라”며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를 조성할까 고민하다가 텃밭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장은 “최근 학교들에서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움직임이 많다”며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학교에 크게 텃밭을 조성해 학생 학부모 학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필요경비는 천안시 식생활개선자금, 시·도교육청 텃밭조성사업 등 공모에 참가해 마련했다. 학교 운동장 한 켠에 있던 테니스장을 없애고 1600㎡ 농장에 10~13㎡ 규모의 텃밭 60개를 조성했다. 학년마다 한 구역씩 맡아 각종 채소를 재배하고, 나머지는 학부모들에게 무료로 분양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가 조성한 텃밭을 반긴다. 6학년 강윤선 학생은 “테니스장은 아이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었는데, 5월 텃밭이 조성된 이후 아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텃밭을 가꾸고 이곳에서 논다”고 말했다. 개장식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는 “학교가 초록색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낀다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틈날 때마다 텃밭을 찾으며 학교와 더 가까워졌다.
* 7월 2일 개장식을 가진 천안시 중앙초등학교 정원형 텃밭 ‘힐링팜’.
학교 운동장에 넓게 조성한 텃밭은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생태교육 통해 능동적 학습 가능 =
자연생태교육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이 주는 무한한 생명력을 갖게 하자는 목소리다.
지난달 12일 천안시 불당동 서당초등학교(교장 이규필)는 ‘도시학교 친환경농업실천 모내기 행사’를 열었다. 서당초등학교는 몇 년째 모내기행사에서 가을 추수체험까지 진행하는 자연생태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당초등학교를 비롯해 청룡·쌍정·삼거리·신촌·성정·남산·서초등학교 등 8개학교는 (사)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회장 채희성)와 자매결연을 맺고 학교별 모내기 행사 등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내 농장은 고무화분에 학생들이 직접 모를 심은 뒤 물을 주고 우렁이를 투입, 벼 생육과정 등 친환경농업 생태환경을 관찰하며 벼를 재배하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중앙초등학교는 이에서 더 나아가 학교에 텃밭을 조성,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을 함께하도록 했다. 텃밭을 조성한 천안시도시농업네트워크 전한규 대표는 “도시농업에 대한 인식이 점점 넓어지며 경기 수원 인천 부산 등에서 학교 내 텃밭에 관심을 갖는 움직임이 있다. 농업의 긍정적인 요소를 학교가 받아들인 결과”라며 “중앙초등학교 텃밭은 자연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도록 작가들 전시장소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또한 “아이들이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도록 가을에는 폐기물 활용 전시회도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숲유치원에 대한 고민도 커져 =
초등학교에서의 자연생태교육 움직임은 아래로까지 내려간다. 우리 지역에서도 숲유치원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행복한아이세상(두정동) 유치원은 숲유치원을 운영한다. 한국숲유치원 충남지회장이기도 한 김홍철 원장은 지난해부터 다섯 개 반 중 두 반을 매일 두 시간씩 숲체험을 하는 ‘숲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홍철 원장은 “많이 놀고 많은 걸 체험하고 성취해 봐야 스스로 하는 힘이 생겨나는데, 그걸 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숲”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원장은 “자연생태수업에 대해 고민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이 많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일회성인 것이 한계”라며 “한 번 체험도 의미 있지만 생활 속에서 계속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의 숲체험은 계속된다. 날씨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바깥으로 나간다. 김 원장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을 체득하는 과정”이라며 “적응 과정을 이겨내면 달라지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숲반을 다니는 권해요(6세)군 어머니 임옥선(38?불당동)씨는 숲반 활동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임씨는 “학습을 많이 하는 유치원을 보냈는데 아이의 학습스트레스가 심했다. 마침 학습발표회에 갔는데 좁은 공간과 운동장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며 “마침 한 방송사의 독일 숲유치원 방송을 보고 수소문 끝에 숲반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의 변화는 곧 나타났다. 무엇보다 ‘힘들다’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학습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씨는 “학습을 전혀 안 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학습하는 것”이라며 “지금 시기 아니면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해요군처럼 숲반에 다니는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건강’이다. 감기에 적게 걸리고 튼튼해진다. 그와 함께 마음 건강도 함께한다. 숲에서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한 표정을 짓는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해결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며 “커가면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보호라는 의미로 모든 걸 차단하는 생활은 아이들에게 해결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원장은 “숲에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체험하고 해결한다”며 “숲체험교육은 교육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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