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 줄이기 위한 담배 적정가격, 수학으로 풀어내다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OECD 22개 가입국 중 가장 낮은 반면 흡연율은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최근 담배가격 인상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다.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담배 적정가격, 얼마나 될까?’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학생들이 있다. 송림고 수학동아리 ‘매스홀릭’ 회원들이다.
수학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는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실생활 연계형 수학이 바로 이른바 ‘STEAM’이다. 매스홀릭은 수학과 우리의 삶을 연계시켜 다양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송림고 최고 인기동아리다.
실생활과 연계된 흥미로운 논문들, 대학에서도 좋은 평가받아
“뉴스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담배가격 인상 논란에 대해 접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인데요.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됐고, 저를 비롯한 매스홀릭 친구들과 함께 수학연구보고서를 쓰게 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적정 담배가격은 7300원이에요. 현재의 흡연율은 약 39%인데 담배가격을 7300원으로 올리면 17%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흡연자들은 담배가격이 지금보야 약 3배정도 높아지면 담배를 끊겠다는 의미겠죠.”
배민수 학생의 설명이다. 우선 회원들은 현재의 흡연율을 조사하고 가격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흡연율의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수요조사에 대한 설문지를 만들어 거리로 나가 설문조사도 시행했다. 연구에 필요한 기본 개념은 도서관을 찾아 경제학과 경제수학관련 도서를 찾아 공부했고, 경제학이론중 수요함수와 가격탄력성을 이용해 적정담배 가격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매스홀릭 회원들이 쓴 재미있는 논문들은 수없이 많다. ‘타구의 방향에 따른 적절한 수비수의 위치선정’, ‘매의 비행원리’, ‘미확인 생물체의 수학적 증명이 가능할까? -뱀파이어, 외계인,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중심으로’ 등 제목만 들어도 읽고 싶어지는 흥미로운 소논문과 연구보고서들이다.
매스홀릭 출신들 중에는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한 선배들도 많다. 이처럼 수학에 대한 학문적인 열정이 후배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매스홀릭이 주목받는 동아리로 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서바이벌 게임으로 즐기는 치밀한 전략싸움 ‘수학대전’
“우리의 생활 거의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매스홀릭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난해하게 접했던 직선과 곡선의 방정식을 이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야구속에도 숨어 있다는 사실이 알아갈수록 놀라울 따름이에요. ”
나병준 이규옹 학생의 말. 회원들은 매스홀릭 활동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에 중독되었다 입을 모은다. 한 문제도 깊이있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내신이나 수능 성적도 눈에 띄게 올라가게 되더라고.
매스홀릭은 매달 ‘수학대전’ 활동을 펼치는데, 회원들 앞에서 문제를 풀고 공격권을 가진 학생들이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친구들 앞에서 문제를 풀고 질문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질문이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허투루 준비할 수도 없다고 김지현 학생은 설명했다.
“그냥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대전 형식이라 공격권을 가진 친구들에게 계속 공격을 받게 되요. 물론 문제를 푸는 학생도 수비권이 있긴 하죠. 마치 서바이벌 게임하듯 수학을 즐기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흥미진진해요. 문제선정부터 풀이과정 그리고 공격과 수비까지 수학대전은 치밀한 전략싸움이랍니다.”
‘수학대전’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매스홀릭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입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활동이 아니라 단지 수학을 게임처럼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서술형논술형 시험이나 수리논술과 구술 등 입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김대현 학생은 설명한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뿐만 아니라 수학 개념을 적용하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머리 속에 확실히 정리가 되어야 해요. 마인드맵 그리듯 자연스럽게 수학의 체계가 잡히는 것 같아요.”
수학 잘하기 보다는 좋아하고 즐기는 학생들의 모임
매스홀릭 회원들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2박 3일 동안 수학캠프를 다녀온다. 회원들 간의 우정과 팀워크도 쌓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50여명의 회원들이 모둠을 만들고 수학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캠프 활동도 매우 흥미롭다.
“50명의 회원이 총 8개의 개별 부스를 만들어요. 스도쿠, 가위바위보 확률게임, 야구게임 등 재미있는 수학을 체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수학 캠프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활동인데, 아이디어부터 기획까지 캠프의 모든 일정은 회원들이 토의를 통해서 만든답니다.”
매스홀릭 정승기 지도교사의 설명이다. 매스홀릭 회원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수학을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더 적합한 동아리가 바로 매스홀릭이라고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수학을 즐길 마음만 가지고 오면 되요. 우리가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인 ‘러닝맨’은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하잖아요. 그 속에도 자세히 보면 수학이 들어있어요. 제작진이 미션을 주고 출연진은 이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수학적인 눈을 가지고 보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매스홀릭은 그런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수학을 즐기고 좋아하면 잘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입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