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아버지 요리교실’을 찾아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요리 만들며, 가족과 더 가까워져요

지역내일 2013-07-07

앞치마를 두른 자연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온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흐뭇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요리를 배우고, 가족을 위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르는 아버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요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며 행복해하는 아버지들, 양천구 아버지요리교실을 찾아가 보았다. 
유광은 리포터(lamina2@naver.com)
아버지요리교실메인
갈수록 늘어나는 요리하는 아버지들
“오늘 만들 요리는 오징어순대와 짬뽕입니다.”  
앞치마를 두른 삼십 여명의 남성들이 최소영 요리강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운다. 희끗한 머리카락과 얼굴에 보이는 주름살, 중년을 훌쩍 넘은 이들도 보인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처럼 강사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양천구청에서 진행하는 아버지 요리교실은 일 년에 4회, 3,6,9,12월에 정기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대기자가 많아 10월에 추가로 운영된다. 아버지 요리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양천구청 여성보육과 우현애 팀장은 “요리교실에 대한 아버지들의 높은 관심에 깜짝 놀랐다”며 “2008년부터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아버지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선생님 두반장이 뭐에요?”
“오징어가 원래 원통형인가요? 마른 오징어를 보면 세모난 모양이던데...”
“짬뽕 만들 때 새우 껍질은 왜 안 까나요?”
최소영 강사의 요리 시범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들은 궁금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초창기부터 수업을 진행해온 최소영 강사는 아버지 요리교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아버님들이 질문을 아주 많이 하세요. 요리에 대한 열정도 강하셔서 출석율도 높은 편이지요. 하지만 레시피 대로 잘 따라 하지 않아서 맛은 다 제각각이지요.^^”


요리를 통해 아내의 마음도 헤아리게 돼
아버지요리교실짬뽕을 만드느라 여기저기 매운 냄새가 진동하는 틈에 한 팀에서 다급하게 최소영 강사를 부른다. “선생님, 우리 팀 짬뽕 못 먹어요. 해물 볶다가 다 태워버렸어요.”볶다가만 후라이팬을 바라보는 아버지들의 표정이 망연자실이다. 요리를 배우는 것이 좋아서 두 번째 참가했다는 허수복씨의 표정도 난감하다. 허수복씨는 “요리를 배우다보니 요리하는 것이 재밌기도 하지만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요리하느라 힘들었을 아내의 수고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아버지 요리교실에 참가한 아버지들은 요리를 통해 아내를 많이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최소영 강사는 “아버지들이 요리를 배우러 왔다가 요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내를 많이 이해하게 된다”며 “배운 음식을 가족들에게 선보이며, 가족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윤석광씨는 아버지 요리교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을 몰랐어요. 아버지 요리교실 덕분에 동네에서 제대로 요리를 배울 수 있게 됐지요. 평상시 가족들을 위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주기는 했는데, 이제는 근사한 요리를 가족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좋아요.” 
어설픈 칼질을 시작으로 땀을 흘려가며 만든 음식을 시식하는 시간. 아버지들은 한번 맛보라며 리포터에게 짬뽕을 선보였다. 투박하지만 정직한 아버지의 손맛이 매콤한 짬뽕국물에서 느껴졌다.


요리를 즐기는 아버지들 미니인터뷰 



임동환
임동환씨
“평일에는 사업하느라 바쁘지만 토요일엔 이렇게 좋아하는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주말에 결혼한 아들, 딸 식구들을 불러 제가 직접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있어 배우는 보람이 큽니다. 지난번에 아이들에게 오삼불고기와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이번 주말에도 아이들이 오는데 무슨 요리를 해줄까 고민 중입니다.”





허수복
허수복씨  
“집사람이 쌍둥이 손녀들을 돌보느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하게 됐어요. 요리의 기본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습니다. 요리를 배우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 동안 아내가 음식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김충기
김충기씨
“평소에 요리를 너무 할 줄 몰라 참가하게 됐어요. 백화점 요리 강좌를 수강하려 했는데 대부분 주부대상이더군요. 시간도 그렇고 주부들과 같이 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수업을 듣고 나니 요리가 한결 수월해졌어요. 평소에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을 잘하는 편인데 이제 요리까지 할 수 있게 돼 좋습니다.”






김정국
김정국씨
“아직 싱글이라, 음식을 스스로 해 먹고 싶어 배우게 됐어요. 밥짓기, 찌개 종류는 자신 있는데 제대로 된 요리는 아직 자신이 없어요. 양념소스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네요. 결혼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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