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주부의 초절약 유럽 여행기

배낭 메고 유럽으로 Go! Go!

부족한 외국어실력, 자신감으로 극복 …

지역내일 2013-07-06



유럽 배낭여행은 주부들이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꿈같은 일이다. 보통은 시간 언어 가족 경비 등을 걱정하면서 부러워만 한다. 주부 고경이(38)씨는 마흔 살이 되면 유럽으로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뒤 5년동안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아진 돈으로 드디어 지난 5월 언니 고경자(43), 친구 양은숙(38), 딸 윤지현(덕성초6)과 함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사나 가이드 없이 스스로 스케줄을 짜서 가는 12박 14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 온 고경이씨의 초절약 유럽 여행 노하우를 알아봤다.


그들이 유럽으로 간 까닭
고 씨는 전에도 여행사 없이 스스로 스케줄을 짜서 동남아, 일본 등으로 여러 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을 여행 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함께 책으로만 봤던 유럽의 문화재를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게다가 유럽은 여자들끼리의 배낭여행이라도 비교적 안전문제가 걱정 없고 일반적인 경로가 좋을 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로 정했다. 

고 씨가 말하는 외국여행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언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비행기 표, 숙소 예약을 하기 위해 구글 번역기, 영어회화 책, 다음, 네이버 사전 등을 총동원했다. 오히려 외국에 가서 현지인의 얼굴을 보고 하는 바디랭귀지는 자신(?)있지만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 대화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올라와 있는 후기도 읽어보고 대화 메일 중에서 가장 “핵심 단어만 이해해도 소통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고 씨는 ''Airb&b''를 전 세계의 숙소가 자세히 올라와 있는, 믿을 만한 Site라고 추천했다.

또 하나 고 씨가 힘들었던 것은 타고난 길치라는 점. 영국의 그리니치에서 지하철역을 찾기 위해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맴도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가이드 없이 외국 여행을 다닌다니 겁나지 않을까하는 질문에 “초행은 국내나 외국이나 똑같은 것 아니냐”며 웃어넘겼다.




유럽의 문화재, 그 웅장한 규모에 숨이 막혀
런던에서의 첫날. ‘대영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 여행객은 꼭 가는 곳이다. 외관은 웅대한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면서 규모가 거대했다. 이집트, 서아시아, 그리스, 로마 등에서 가져 온 가치 있는 미술 작품 등이 소장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박물관과 다른 점은 작품을 아주 가까이 가서 보아도 되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 등 박물관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뚫어져라 작품을 보고 있는 고 씨에게 딸 지현이는 왜 그리스, 이집트의 문화재가 영국에 이렇게 많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문화재 반환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음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때문에 대영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 씨는 이곳에 있는 한국관에는 한국문화재가 많이 없어서 안도하는 반면에 한국을 알리기에는 빈약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또 영국의 야경을 보느라 지하철 막차를 놓쳤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났다. 그때 만난 영국청년은 외국인 여행객인 이들에게 숙소 주인과 직접 통화를 해서 숙소까지 가는 콜택시를 불러 주는 등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고 씨는 가이드 없이 가는 배낭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현지인과의 자연스러운 접촉이라고 귀띔했다.

4박 5일을 런던에서 보낸 일행은 한국에서 예약해 둔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갔다. 유로스타는 심해바다를 터널로 뚫어서 만든 기차로,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데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미리 예약을 하면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 씨는 낮 5시쯤 에펠탑을 보고 선상에서 저녁을 천천히 먹은 후 오후 8시쯤 세느강 유람선을 타면 석양 사이로 루브르 박물관을 볼 수 있다며 그 모습이 프랑스 여행의 백미라고 조언했다. 참고로 프랑스는 5월이면 오후 9시쯤 해가 진다.

마지막 여행지 로마. 로마는 ‘이지젯’이라는 저가의 국적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지젯 역시 미리 예약하면 3분의 1 가격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모든 관광지를 가이드의 해설 없이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부해서 갔지만 바티칸시티투어는 가이드의 도움이 있으면 좋은 곳이다. 가이드와 함께 있어야 순서가 빨라지고 관광이 허락되는 장소가 따로 있기 때문. 그래서 이곳은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미리 가이드 예약을 해 둔 유일한 관광지이다. 고 씨는 베르고글리오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연기를 내뿜던 시스티나 성당 그 앞에서는 TV로 보았던 곳에 직접 와 있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로마의 콜롯세움, 포로로마노신전의 웅장한 규모 앞에서는 감동이 밀려왔다. 1000년이 넘은 건물이 즐비하고 그 건물에서 아직도 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여행 통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배워
고 씨의 이번 여행의 경비는 대략 1인에 250만원 남짓이다. 물론 가장 많이 든 비용은 비행기 표를 포함한 교통비다. 숙소는 여행객을 위해 빌려주는 아파트를 이용했다. 주방 기구,인터넷 까지 사용할 수 있고 깔끔하고 편했던 것에 비해 저렴하다. 식사는 주로 직접 해결하는 것이 원칙. 아침, 저녁은 만들어서 먹고 점심은 간편한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직접 싸서 다니기도 했다. 

길든 짧든 여행에서는 예민해지기 때문에 팀웍이 중요하다고 고 씨는 강조한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람끼리 가도 식성, 기호, 체력이 달라서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며 힘들어도 딸을 꼭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또 여행을 가려고 짐을 챙길 때는 너무 많이 넣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가방에 넣을까 말까 하는 물건은 과감히 빼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고 씨에게 여행은 삶과 비슷하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편하게 다니지만 감동이 덜하고, 힘들었던 여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또 여행을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한다며 배낭 메고 가는 외국여행에 너무 겁먹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말이 안 통해도 표정이나 단어 하나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단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며 웃는다. 고 씨는 “5년 후에 동유럽을 가려고 생각한다”며 “그곳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지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고경이 주부의 1인당 여행경비


비행기표
한국→영국, 이탈리아→한국 왕복 표 :약 120만원
영국-프랑스(유로스타): 약 7만
프랑스-이탈리아(이지젯) : 약 8만
※ 유로스타와 이지젯은 미리 예약할수록 저렴하게 이용가능하다.


숙소비
런던 4박5일 파리 5박6일 로마 3박4일
총 12박14일 : 54만


그 외
식사비 : 약 20만원(주로 스스로 해결)
그 외 입장료 : 약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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