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정부도 각종 지원 대책과 예산을 쏟아 부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동구 암사시장은 지난 3월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 대상 시장으로 선정, 국비를 포함해 총 20억 원이 투입돼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갖춘 시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신바람 난 분위기 속에서 변신을 준비 중인 암사시장을 다녀왔다.
8호선 종착역인 암사역과 바로 연결되는 암사시장. 역세권에 위치해 하루 3만 명의 유동인구가 지나고 암사동, 천호동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어 입지여건이 좋다.
1978년 노점상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규모가 커졌고 현재 120개 점포가 영업 중이며 연매출 8백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강동구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2009년 시설현대화사업을 마무리했다. 시장 바닥을 화강석으로 포장하고 지붕 위에 아케이드를 설치했으며 개방형 화장실, 미니 도서관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손님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탄탄한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고민도 컸다. 이 일대는 반경 2km 안에 현대백화점 천호점, 이마트, GS마트, 홈플러스 등 5곳의 유통 공룡이 각축을 벌이는 격전지였다. 심사숙고 끝에 상인들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바꿔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선사시대 볼거리, 먹거리 갖춘 전통시장
“암사시장은 상인회를 중심으로 상인들끼리 잘 뭉치는 데다 특히 인근의 선사 유적지가 가까워 스토리 마케팅에 강점이 있지요. 이 점을 주목해 시장 브랜드를 개발해 나가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옥철 암사시장 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장의 설명이다.
암사시장은 역사와 문화 시장이 어우러지는 ‘문예시전(文藝市廛)’으로 포지셔닝을 준비 중이다. “선사주거지는 관광객은 꾸준한데 먹을 곳이 변변치 않아요. 그래서 유적지와 시장을 하나의 관광 벨트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문 단장이 덧붙인다.
우선 선사시대를 테마로 한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신석기인들의 수렵생활에서 착안한 불돌맹이 화덕구이, 화살촉을 사용한 생선구이 메뉴를 출시하고 ‘선사 시대’를 모티브로 빈대떡, 국수, 김치, 전통주 등의 특화 브랜드를 구상 중이다. 또한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단위 손님을 위해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 건강간식을 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 이름도 암사시장에서 암사선사시장으로 바꾸고 시장 내부도 벽화 등 선사시대 분위기를 살려 인테리어를 꾸미며 선사유적지와 암사시장을 오가는 관광마차와 셔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원시인 체험, 토기 만들기 등의 체험 이벤트도 선사문화축제와 연계해 개최할 계획이다.
발코니 활용한 ‘에어 카페’ 준비
특히 이곳만의 차별화된 공간인 ‘에어 카페’도 준비 중이다. 일자로 쭉 뻗은 암사시장은 점포마다 천정에 발코니가 있다. 이 유휴 공간을 상업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시장의 대표 먹거리를 선보이는 가족식당, 맥주타운으로 만들고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설치할 계획이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변화가 진행 중인 암사시장에 상인들의 관심 역시 뜨겁다. 4년 전부터 만두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성일 사장은 “암사시장은 입지가 좋고 시설 현대화도 다른 곳보다 빨리 됐다. 앞으로 주차시설 같은 편이 시설이 개선되고 시장 홍보가 많이 돼 손님들로 늘 북적였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친다.
특히 상인들끼리 신상품 개발, 공동배달 등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자며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독특한 상품, 이벤트,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된 암사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단계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문옥철 암사시장 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장
‘시장닥터’라는 별명이 붙은 문 단장은 LG에서 18년간 마케팅과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다 컨설팅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해외 무역 관련 노하우가 많은 그는 외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해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다 세계의 전통시장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2011년부터 서울시내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시장 활성화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은평 신응암시장, 양천 목삼시장, 서대문 인왕시장 등 6곳의 전통시장에 컨설팅을 진행,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시장의 특화 먹거리 개발, 스토리텔링 마케팅 분야에 노하우가 많다.
올해 암사시장 단장을 맡은 그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상인들에게 마케팅과 혁신 마인드를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구청의 협조를 받아 강동구 내 인적 자원, 인프라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차별화된 대표 상품을 개발할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다. 에어카페 등 시설 공사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라며 계획을 밝혔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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