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교육 강화정책에 따라 대학 역시 논술 문제를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교에서 다루는 내용을 그대로 논술문제로 출제하는 등으로,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지난 2013학년도 대입 수시 논술시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대학이 고교 교과서나 EBS 교재 등에 실린 내용을 제시지문으로 출제했다. 각 대학 출제교수와 교사들이 모여 출제범위를 논의하는 등 고교 수준에 맞는 난이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변화는 2014학년도 논술시험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헌데, 이 같은 변화가 실제 논술시험을 치루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변수로 작용을 할까?
이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대입논술 시험이 상대평가란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즉, 문제가 쉽거나 어렵거나에 관계없이, 다시 말해 합격점수가 높던 낮던 상관없이, 합격하는 학생과 불합격하는 학생이 갈리기는 피차일반이라는 얘기다. 다만 차이 나는 것은, 예전처럼 문제가 어려워 논제파악조차 힘들었을 때에는 시험을 치루고 나올 때 학생 스스로 합격·불합격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시험이 쉬워지면서 뭔가 잘 본 것 같고 또 그래서 합격할 것만 같은, 그런 싱숭생숭한 마음이 합격자발표 때까지 이어지는, 그 차이밖에는 없다.
무릇 시험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쉬우면 남도 쉽고, 내가 어렵게 느끼면 남들도 어렵게 느끼는 게 바로 시험이다. 헌데 문제는, 적어도 대입논술 시험에 있어서는 문제가 쉬워질수록 합격권에 드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에는 수준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수능시험처럼 난이도 자체가 아주 쉬운데다가 그것도 객관식의 찍기 문제로 출제되는 경우에는 변별력에 그다지 차이가 없다. 하지만, 대입논술시험처럼 주관식인데다가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의 경우에는, 차근차근, 곧이곧대로, 꾸준하게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고 단기간에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한 학생 간에는 수준(평가점수) 차이의 간극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논술지문이 지나치게 어려워 논제파악조차 어려운 경우에는 논점이탈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독해력만 갖추었어도, 어느 정도는 합격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시지문이 교과서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 있는 지금, 제시지문을 독해 못해 논점이탈에 빠지는 경우는 당초부터 합격권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혹시나 하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일 뿐이다.
즉, 지금처럼 논술지문이 쉬워질수록 논제파악력, 지문독해력, 논증구성력의 내용적인 부분은 물론, 문장표현력, 단락구성력, 논리연결능력의 형식적인 부분 등 논술시험 평가항목의 전 영역을 충실하게 만족시켜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논술전형을 뚫고 바라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이를테면, 지문독해력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기에 여기에 더해 제시지문을 재구성하고 압축해서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논증구성력에 대한 변별력이 낮아졌기에 여기에 더해 논거를 구체적이고 설득적이며 타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전에는 문제의 지시에 맞춰 답안을 작성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이것 갖고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더해 답안의 논리적 연결흐름에 맞춰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적이고 매끄럽게 전개시키는 고도의 문장표현력까지 필요해졌다.
더군다나 제시지문이 교과과목을 위주로 하여 출제되다 보니 기존의 비문학에 더해 시, 소설, 산문, 희곡 등의 문학작품은 물론, 도표, 자료, 그림 등의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문제유형도 계속해서 바꾸어 가며 출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평소 글쓰기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이 이것을 논술시험에 맞춰 논증형식으로 서술하기란 무척 어렵다. 실제 2013학년도 논술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의 상당수가 적잖이 당황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입논술 시험의 변화의 흐름에 맞춰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리고 그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문제(정확히 말해 제시지문)가 쉬워질수록, 원리원칙대로, 곧이곧대로 논술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논술공부의 핵심인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꾸준히, 철저하게 공부해나가야 한다.
특히 글을 읽고 이를 논증으로 구성하는 요약 연습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실제 당락의 결정이 이것으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요약훈련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음을 생각할 할 때, 기왕에 논술전형을 뚫고 대학에 합격할 요량이라면, 일찍부터 시작하라.
김태희 선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도사
저서_ <논술로 대학을 바꾼다>, <대입 통합논술>, <대입 통합논술 기출문제 주제별 합격답안 20> 外
논술카페_ 네이버에 “논술의 개념을 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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