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미학자인 게오르그 루카치는 말했다. ‘다시 문제는 리얼리즘이다’라고. 그의 어법을 빌어 나는 말하고 싶다. ‘다시 문제는 독서교육이다’라고. 청소년기의 5~6년 간 매년 20권 정도를 꾸준히 읽어, 100권의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그렇다면? 이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독서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수능 국어 유형으로 개념화하자면, 이 문장은 간접발화가 아니라 직접발화다.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를 함축한 게 아니라 ‘진짜 질문’이라는 것이다. ‘독서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을 뿐더러, 부정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해도 의미 있는 답변일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강남의 교육 컨설팅 전문가가 모 케이블 프로에 나와 독서가 중요치 않다는 말을 버젓이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이 문제를,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 싶다. 인간 진화의 시평(time horizon)은 수십 만 년에 걸쳐 있다. 문자를 발명하고 문명을 진보시켜온 역사는 불과 수천 년, 인간의 몸은 원시사회의 생태구조에 맞게 적응되어 있다. 인간은 호모 텔레니쿠스(말하는 존재)로는 이미 오래 전에 진화했지만 호모리디니쿠스(읽는 존재) 단계까지는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동물이다. ‘책벌레’들의 기호는 후천적으로 발전시킨 적응반응이지 유전적 본능은 아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책읽기 어려운 건 육체적 진실이다.
문자가 등장했을 때, 고대의 현자 중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이도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가 한 예인데 그는 책의 한 구절에서 제자 파이드로스에게 문자의 폐해를 강력하게 역설한다. 이쯤해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반응이 유전적 지체에서 비롯된 것임을 넌지시 짐작해 볼 수 있다.
진화의 맥락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더 적응한 존재다. 남아수독오거서니, 일일부독서 구중생어극 따위가 의지(意志)를 깨우는 경구라면, 진화심리학에서 독서는 유전적 차원의 당위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다음 세대가 직면할 생존 경쟁이 유전적 차원에서 벌어질 것을 예고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더 나은 유전자를 갖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부모들은 여기에 돈을 쓰리라. 그러나 당분간 그것은 인공선택(artificial selection)의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독서의 독보적 효용성이 빛난다. 독서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적 진화에 인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인간은 문화적 유전자(meme)를 진화시키고 언젠가 그것은 보다 발전된 생물학적 유전자(gene)로 치환될 것이다.
잠정적 결론 하나. 유전적으로 훌륭한 자녀를 두고 싶고 대대손손 그 유전자를 이어가고 싶은가? 독서교육을 시켜라.
이제 전통적인 관점으로 복귀해 생각해 보자. 책 속에는 정말 ‘길’이 있다.
무라까미 하루끼는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패배한다’라고. 그 시간에,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명정(酩酊)의 거리를 헤매는 등, 일반적으로 취하는 여러 방편들이 있다. 그러나 길을 찾은 이들이 들려주는 후일담에 의하자면 답은 밖이 아니라 책‘안’에 있다. 책은 하나하나의 정황에 꼭 맞는 구체적인 ‘레시피’를 주기도 하지만, 여러 이슈에 두루 원용할만한 ‘마스터키’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해묵은 욕망을 놓도록 하는 결단이라든지, 어렵지만 그래도 원칙적인 길을 가라는 교시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독서를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독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독서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책 읽는 습관은 나이 들어서 갖기 힘들다. 어려서 독서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대학 잘 가는 것 하나, 결혼 잘 하는 것 하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것 하나. 이 중에 꼭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떨까. 교집합과 그것이 지시하는 확률적 논리를 무시한 질문이고 우문이지만, 내가 직접 질문하고 들어본 학부모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 하나의 대답 뿐만 아니라, 이 단락에 열거한 세 가지 질문,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결혼 잘 시키고, 행복하게 잘 살게 해 주고 싶은가? 모두에 확증적인 ‘솔루션’은 하나. 바로 ‘독서’다, 아니 ‘독서 습관’이다.
글 : 류달상
소설가
류달상 국어논술 원장, 대전논술학원장 <논술 97~논술 2014>매년 발간
문화공간 대전문화 에스프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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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수능 국어 유형으로 개념화하자면, 이 문장은 간접발화가 아니라 직접발화다.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를 함축한 게 아니라 ‘진짜 질문’이라는 것이다. ‘독서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있을 뿐더러, 부정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해도 의미 있는 답변일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강남의 교육 컨설팅 전문가가 모 케이블 프로에 나와 독서가 중요치 않다는 말을 버젓이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이 문제를,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 싶다. 인간 진화의 시평(time horizon)은 수십 만 년에 걸쳐 있다. 문자를 발명하고 문명을 진보시켜온 역사는 불과 수천 년, 인간의 몸은 원시사회의 생태구조에 맞게 적응되어 있다. 인간은 호모 텔레니쿠스(말하는 존재)로는 이미 오래 전에 진화했지만 호모리디니쿠스(읽는 존재) 단계까지는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동물이다. ‘책벌레’들의 기호는 후천적으로 발전시킨 적응반응이지 유전적 본능은 아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책읽기 어려운 건 육체적 진실이다.
문자가 등장했을 때, 고대의 현자 중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이도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가 한 예인데 그는 책의 한 구절에서 제자 파이드로스에게 문자의 폐해를 강력하게 역설한다. 이쯤해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반응이 유전적 지체에서 비롯된 것임을 넌지시 짐작해 볼 수 있다.
진화의 맥락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더 적응한 존재다. 남아수독오거서니, 일일부독서 구중생어극 따위가 의지(意志)를 깨우는 경구라면, 진화심리학에서 독서는 유전적 차원의 당위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다음 세대가 직면할 생존 경쟁이 유전적 차원에서 벌어질 것을 예고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더 나은 유전자를 갖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부모들은 여기에 돈을 쓰리라. 그러나 당분간 그것은 인공선택(artificial selection)의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독서의 독보적 효용성이 빛난다. 독서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적 진화에 인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인간은 문화적 유전자(meme)를 진화시키고 언젠가 그것은 보다 발전된 생물학적 유전자(gene)로 치환될 것이다.
잠정적 결론 하나. 유전적으로 훌륭한 자녀를 두고 싶고 대대손손 그 유전자를 이어가고 싶은가? 독서교육을 시켜라.
이제 전통적인 관점으로 복귀해 생각해 보자. 책 속에는 정말 ‘길’이 있다.
무라까미 하루끼는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패배한다’라고. 그 시간에,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명정(酩酊)의 거리를 헤매는 등, 일반적으로 취하는 여러 방편들이 있다. 그러나 길을 찾은 이들이 들려주는 후일담에 의하자면 답은 밖이 아니라 책‘안’에 있다. 책은 하나하나의 정황에 꼭 맞는 구체적인 ‘레시피’를 주기도 하지만, 여러 이슈에 두루 원용할만한 ‘마스터키’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해묵은 욕망을 놓도록 하는 결단이라든지, 어렵지만 그래도 원칙적인 길을 가라는 교시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독서를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독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독서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책 읽는 습관은 나이 들어서 갖기 힘들다. 어려서 독서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대학 잘 가는 것 하나, 결혼 잘 하는 것 하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것 하나. 이 중에 꼭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떨까. 교집합과 그것이 지시하는 확률적 논리를 무시한 질문이고 우문이지만, 내가 직접 질문하고 들어본 학부모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 하나의 대답 뿐만 아니라, 이 단락에 열거한 세 가지 질문,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결혼 잘 시키고, 행복하게 잘 살게 해 주고 싶은가? 모두에 확증적인 ‘솔루션’은 하나. 바로 ‘독서’다, 아니 ‘독서 습관’이다.
글 : 류달상
소설가
류달상 국어논술 원장, 대전논술학원장 <논술 97~논술 2014>매년 발간
문화공간 대전문화 에스프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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