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회적자본, 텃밭상자 6천개서 시민자본 영근다
대전농업기술센터, 6평(坪)기적 일궈…대덕구 ‘로하스 도시농업’ 기틀 마련
“상추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감당할 수가 없네요. 싱싱한 상추 뜯어다 이웃과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김미향(37.대전 서구)씨는 주말에 남편과 아이 셋을 데리고 유성구 교촌동 ‘행복농장’을 찾는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올해는 고구마 상추 토마토 고추 피망을 심었다. 올 때 마다 키가 훌쩍 자란 토마토를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김길자(71.서구)씨도 여섯평짜리 텃밭에 야채를 10여종이나 심었다. 텃밭을 가꾸면서 남편과 대화를 더 많이 한다. 텃밭을 가꾸는 이웃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정보도 나눈다.
대전시 농업기술센터가 마련한 ‘행복농장’은 무료다. 센터는 65세 이상 실버, 자녀가 3명 이상인 다둥이, 다문화가정을 위한 텃밭을 마련했다. 사용료는 안내지만 열심히 가꾸지 않으면 퇴출시킨다. 대전시내에 이런 주말농장이 40여곳으로 3만여평에 달한다. 최근 시와 구청들이 텃밭지원에 나서면서 참여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있는 도시농업은 전국 자치단체 단골 메뉴다. 지역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과 대화, 나눔을 실천하는 ‘신뢰의 장(場)’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대전은 여기에 사회적자본확충의 핵심인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 형성을 접목시켰다.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확산에 이어 시 농정도 ‘사회적 자본을 접목한 도시농업 활성화’로 방향을 잡았다.
시내 공공건물과 아파트단지 옥상, 자투리 공간과 근교 주말농장에 판을 깔아주자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작물 가꾸기 교육과 함께 상자텃밭 6000개를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시의 지원을 받아 주민들이 가꾸는 옥상텃밭도 100여개나 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삭막하고 단절된 아파트 문화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도시농업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 중 눈에 띄는 곳이 대덕구다. 대덕구는 도시농업과 생태•학습도시를 융합해 구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대덕구는 ‘LOHAS 도시농업’을 내세우며 ‘대덕구-충남대 농생대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11월 전직원이 도시농업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특히 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도시농업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구 평생학습센터에 작물재배 강좌와 대청호 두메마을에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 첨병
도시농업 활성화 첨병을 맡은 것은 시 농업기술센터(기술센터)다. 기술센터는 식물가꾸기를 통해 생명존중 사고 및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원예활동 지원 사업에 나섰다. 가장먼저 초등학교에 도시농업 바람이 불고 있다. 대전 중구 선화 초등학교 아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생화동아리, 텃밭가꾸기, 친환경농사법을 배우고 있다.
전교생 180명 모두가 ‘벼 한 포기 심기’에 참여했다. 가을에는 타작을 해 거둔 쌀로 뻥튀기와 떡을 만들어 먹었다. 엄마들은 식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눴다. 선화초교 이금숙(59) 교장은 “텃밭을 통해 아이들은 살아있는 식물과 교감합니다. 정서안정과 집중, 생명의 소중함은 자연스럽게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텃밭을 찾은 나비나 벌, 개미 등 곤충을 살펴보며 관찰일기를 쓴다.
기술센터 직원들은 농업기술 보급뿐 아니라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전국최초로 공무원교육원인 시인재개발원에 ‘도시농업의 이해과정’ 3개 과정을 교과목에 편성했다. 각 자치단체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은행 등 정부조직에서 교육문의가 쇄도 하지만 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센터직원 32명 모두 ‘주특기’를 한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전국지도직 공무원 강의기법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서진석씨는 포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달인’으로 통한다. 대전뿐 아니라 전국 포도농가에서 서 씨를 찾는다.
도시농업 이론가로 소문난 기술센터 지태관 도시농업팀장은 지난해 행정학 농업정책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태관 팀장은 “도시농업의 핵심은 나눔과 이해 배려 소통”이라며 “언젠가는 관 중심에서 시민들 스스로 가꾸고 만들어가는 제2 새마을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난 2월 사회적 자본 확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사회적자본확충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민선 5기 후반기 핵심시책으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염 시장은 “무형의 가치를 형성하는 사회적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관문이고 지름길”이라며 “대전을 사회적자본 확충의 선도도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농업기술센터와 상담하면 실패 확률 적어''
‘다 때려 치고 농사나 짓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할 곳이 대전시 농업기술센터다. 기술센터는 도시농업 뿐 아니라 귀농 귀촌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골정서만 동경하다 귀촌한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튕겨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센터에서는 땅 확보에서 집짓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소개를 해준다. 농업도 실제 소득과 관련된 품종에서 농사법까지 가르친다.
1년 과정인 그린농업대학은 전원생활과 친환경농업 과정 2개 반(80명)을 운영한다. 농업대학 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입학 대기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버섯, 배, 복숭아 등 과수에서 산야초와 효소, 텃밭까지 교육과 실습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술센터 육종욱 기술보급과장은 “농어촌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귀농하는 경우 매우 높다”며 “무엇을 재배할지 품목을 결정하고 원주민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시골정서를 느끼고 배우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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