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군산 경암동 철길과 구암교회

나를 찾아 떠났다가 나라를 찾아 돌아온 여행

멈춰선 폐선로에 길을 물어보고 군산 3.1 운동 기념관에서 답 찾아

지역내일 2013-06-28 (수정 2013-06-28 오후 1:27:59)

여느 해보다 일찍 찾아왔던 장마가 잠시 주춤하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아래 발품을 파는 게 두려워 오후의 중반에 군산으로 향한다. 처음엔 혼자만의 여행을 작심했는데 군산에 있는 지인이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다.
어린 시절과 10여년 전에 경암동 철길 부근의 원룸에서 청춘을 보냈다는 그녀. 반가운 마음에 덥석 함께 할 의향을 전하고 군산으로 떠나본다.



지금은 버려진 경암동 철길, 그 위로 역사는 달린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 내 한 몸 뉘일 곳이 있다면 그 만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몸뿐만 아니라 머무는 시선마저도 편안케 해주는 곳 군산.
전주역에서 50분가량 달려 도착한 군산시 경암동. 그곳에는 철길은 있지만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로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철길마을이 있다.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 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법한 풍경이 색만 입힌 채 도시의 한곳을 차지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갯벌이었다고 해. 일본이 이 일대에 방직공장을 만들려고 간척사업을 했다고 하더라구. 군산역에서 방직공장 부지까지 2.5키로 구간에 철길을 놓았다고 하는데 결국 방직공장 대신 종이공장이 들어섰다고 해. 해방 후에도 종이회사가 차례로 공장을 차지해 이 철도를 ‘종이철도’라고도 불렀대” 군산 지역민답게 제법 역사적인 근거를 대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루에 두 번 다니던 기차는 2008년 6월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폐선이 되었고, 1950년 전쟁통에 황해도에서 내려온 피란민이 지은 판잣집들이 아직도 이열횡대로 마주보고 섰다.
그 옛날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당한 마을. 하지만 그런 설움이 지금은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군산의 명소로 자리매김 한지 오래다.
 
수탈의 도시 군산에 울러 퍼진 “대한독립만세!” 함성을 찾아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채 5분 거리(차량)도 안되는 구암교회로 발길을 옮겨본다. 군산은 ‘발 닿는 곳 모두가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한곳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녀가 안내한 곳. 바로 기미년 3월 5일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구암교회이다.  



구암교회는 구 구암교회와 신 구암교회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데, 구 구암교회는 2008년 11월에 리모델링을 하여 군산 3.1운동 기념관으로 개관하였다.
“아이들 있는 집은 군산에 오면 꼭 이곳에 와봐야 해. ‘쌀 수탈의 도시 군산’이라 하여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건 많이들 알지만 한강이남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 군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이 없지. 하지만 교회 측이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군산 3.1 운동 기념관’으로 재개관해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함으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거 같아”라며 의식(?)있는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기념관 안에는 독립만세운동 당시의 사진과 재판기록문, 독립운동을 했던 학생들의 의복과 태극기 등이 전시되고 있으며, 영상을 통해 관련 인터뷰들과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 구암교회의 전시물이 3.1 독립운동 자료의 끝이 아니다. 신 구암교회로 이동해 6층부터 10층까지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과 자료들을 대하노라면 구암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근대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픈 역사와는 달리 10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군산의 금강은 너무나 아름답다.




현재를 보고 과거를 느끼며 미래를 열어야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슴속에 꿈틀대는 뭔가를 갖고 사는 사람들 같다. ‘늘 눈에 보여서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묻어버린 채 무디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늘 한 공간에서 과거와 공존하며 사는 그들에겐 특별한 일도 아니리라.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만난 군산을 여행중인 모자는 “모르는 척 잊어버린 척 하고 살아왔는데 군산에 오니 아픈 과거가 곳곳에 남아있네요. 하지만 그 아픔이 우리에게 또 희망이 되고 빛이 되리라 믿어요”라며 말한다.
모처럼 아들과 둘만의 여행이라며 온갖 포즈로 사진활영을 주문하던 그들은 또 다른 군산의 모습을 찾아 떠났다.



또 구암교회 마용기 장로는 3.5 만세운동이 일어난 경위를 들려주며 “이런 우리 전북이 지역 간에 어디서 만세운동이 먼저 일어났는지를 두고 싸울 일이 아니라 구암교회가 한강이남 최초의 3.1 만세운동이자 남부지방들의 3.1 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된 곳임을 전북 도민들은 자랑스러워하고 또 알려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셨다.
민족의 아픔 6.25가 있는 호국보훈의 달 6월. 요즘 젊은이들에게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고 물어보면 ‘북침’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그 안에는 북이 먼저 침략을 했기 때문에 북침(?)이라 정의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볍게 떠난 군산으로의 여행이 가슴속에 뭔가 대단한 것을 품고 온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근대역사 여행을 계획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역사여행이 우선돼야 할 듯.
1919년 3월 5일 그날 군산에 모인 힘을 이어받아 똘똘 뭉친 전북으로 일어서야 할 때이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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