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래시장을 지역의 명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시장상인들의 얼굴은 쉽사리 펴이지가 않는다. 우선 시장을 찾는 이가 많아야 재래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텐데 찾는 이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밀려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래내시장 한켠, 하지만 저녁 밥때가 되면 오고가는 발걸음들이 분주한 곳이 있다. 모래내시장에서 오랜 시간 한곳을 지키며 시장을 찾는 서민들과 전국 곳곳에 모래내표 젓갈과 반찬을 알리고 있는 모래내 젓갈·반찬(대표 허인숙)이 바로 그곳이다.
모래내시장의 대표 명소, 모래내 젓갈·반찬 가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주의 삼대시장하면 남부시장과 중앙시장 그리고 모래내시장이 손꼽힌다. 이 중에서 남부시장과 중앙시장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탈바꿈해 제법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반면 모래내시장은 아직도 큰 변화 없이 제자리에서 주춤하고 있다.
모래내시장은 오래전부터 완주, 고산, 소양, 진안 등 전주 주변의 시골사람들이 야채며 농산물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내다 파는 정겨운 서민들의 교류지였다고 전해진다.
오랜 시간 서민들의 삶의 일터로 또 소통의 장소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모래내시장은 그나마 침체기 속에서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모래내시장에는 그 역사만큼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가게들이 꽤 있다. 외진 곳, 목이 그리 좋지도 않은 시장 한구석에서 30년째 그 전통의 맛을 이어내려오고 있는 모래내 젓갈·반찬 허인숙 대표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그저 ‘내 식구가 먹는다’ 생각하고 산지에서 나는 재료들을 직송해 사용하고 있으며, 30년 동안의 경험으로 맛을 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거지요.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주는 단골들이 끊이지 않아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만의 비법? 좋은 재료와 천연육수, 그리고 정성이 바로 그 비법이예요!”
손님이 뜸한 오전을 선택해 찾은 반찬가게, 주인장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김치를 담근다는 허 대표는 오늘도 배추를 가르고 소금을 치고 양념을 버무리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도 김치를 안 담그는 날이 없어요. 그걸 알고 매일 생김치를 찾으러 오는 손님들도 계세요. 꼭 끼니때가 아니어도 김치를 담그고 나면 반찬 사러 온 손님들이랑 쭈그리고 앉아 밥 한 숟가락을 뜨기도 하며 정을 나누죠.”
역시나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움과 인정이 넘치는 풍경이다.
오후가 되면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반찬가게 앞은 북적거린다. 쉬는 날 문을 닫으면 미처 모르고 왔던 사람들이 다른 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 다시 찾을 정도로 매니아들이 많다고.
“정성이고 맛입니다. 우리집은 젓갈을 같이 하고 있으니 비용 부담이 적어 좋은 젓갈을 쓰는 것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해요. 김치맛은 젓갈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허 대표가 만드는 반찬에는 MSG(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직접 우려낸 천연육수를 사용하여 김치를 담그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제아무리 입맛이 깐깐한 사람이라도 한번 먹어보면 그 맛에 매료된다고. 또한 생산지에서 직송해오는 신선한 국내산 채소로 김치를 직접 손님들 보는 앞에서 담기 때문에 믿고 찾는 이들이 많다.
재래시장에 부는 디지털 바람, 하지만 입소문 무시 못해
모래내 젓갈·반찬을 찾던 고객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동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몸과 함께 모래내의 입맛도 그대로 가지고 갔다.
허 대표는 “처음엔 고객들이 하나 둘 이사를 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데 요즘은 세상이 원체 좋아 전화한통이면 전국 어디든 김치 배달이 가능하니 걱정할게 없더라구요. 입에 맞은 김치나 반찬 먹고 사는 것도 사실 복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먼곳에서 직접 찾아 오실 때도 있고 주문을 해서 먹기도 하고 또 고맙게도 주변 분들에게 소개도 해줘서 고객이 많이 늘었어요. 지금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으로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요”라고 말한다.
그 흔한 광고한번 해 본적이 없지만 현재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전국에 350가구가 넘을 정도라고.
그는 “재래시장이 옛날보다 많이 어려운 상황이예요. 주 고객층이 40대 이상의 장년이나 노년층 고객이지요. 하지만 예전보다 혼자 사는 사람들, 특히 남자분들이 많다 보니 꾸준히 반찬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단지 예전에는 친척들이나 자녀들에게 반찬을 보내 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그런 게 덜해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박해진거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미니 인터뷰-모래내 젓갈·반찬 대표 허인숙
‘내 가족같이’ 생각하는 마음이 30년 단골 만들어
재료값이 올라도 좋은 재료로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정갈하게 정성과 맛으로 승부로 거는 허인숙 대표. 내가 만든 음식이 어디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고 내가 그 자리에서 먹어도 걸릴 것 없이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신조이다.
단골이 끊기는 건 아니지만 어려워진 경기 탓에 주문량이 주는 건 현실이다. 또 재래시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찾는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인지상정이기에 아무리 단골을 자랑하는 모래내 젓갈·반찬가게도 파장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주에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를 간 모 신문사 기자도 전주에 오면 꼭 들러 일부러 반찬을 사가기도 하고, 정읍으로 이사를 간 부부도 입맛에 맞다며 아직도 일주일에 한번은 이곳을 찾아와요. 외진 곳에 있어도 30년 동안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감사하고, 타도시로 이사를 갔어도 그 이웃들까지 소개를 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지요”라고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멀리 갔던 고객들도 젓갈을 찾아 직접 방문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그의 30년 단골들, 그들이 있어 모래내 젓갈·반찬을 지금까지 잘 이어올 수 있었다.
“단골이 있어 큰 힘이 된다”며 자만하지 않고 겸손을 보이는 허 대표는 앞으로도 손님을 ‘내 가족같이’ 대하겠다며 마음을 다진다.
문의 : 063-275-7111, 010-9947-3104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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