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내내 공부했는데 아이들은 놀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그게 내 수업 모토예요.” 김선희 교사가 다부지게 말한다. 놀이 같은 수업을 위해 그는 세상사에 늘 촉을 세우며 교과서에 살을 붙여줄 자료를 찾는다.
‘국어 공부의 핵심은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교과서, 신문기사, 칼럼, 독서, 영화, 다큐를 수업시간마다 전방위로 활용하며 아이들의 생각 꾸러미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생각의 힘 길러주는 국어 수업
‘써니 샘’으로 살아온 지 27년. 늘 의욕과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그를 보며 학생들은 “카리스마,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매일매일 배우겠다고 찾아와요. 한 공간에 무려 3년씩이나. 바로 이 점이 학원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학교만 가진 힘이자 경쟁력입니다.” 수업이 변하면 학생이 바뀌고 그래야 공교육이 바로 선다는 신념을 늘 품고 사는 그는 매 수업 시간마다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한 시간 수업을 분단위로 쪼개 시나리오를 짜요. 배울 내용에 어울릴 농담까지 맞춤형으로 준비하죠.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아이들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입시부담이 덜한 중학생들이라 국어를 통해 ‘공부의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한다. 희곡 단원에는 시나리오를 짜서 스토리보드 만든 다음 UCC를 제작하고 보고문을 배울 때는 또래끼리 관심 테마로 설문지를 돌려 조사한 다음 결과를 정리해 발표시킨다. 토론 노하우도 모둠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미니토론대회를 수시로 열며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디지털 키드’인 학생들과 24시간 소통하는 사이버교실도 별도로 운영중이다. 학생들의 글은 인터넷에 올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쓰기 실력을 높인다. 1년간 차곡차곡 쌓인 글은 한데 모아 학생 개인별로 책 한권씩을 펴낸다.
“책 날개에 들어갈 자기 소개글, 서문, 차례, 본문 구성, 그리고 맨 뒤 발행 후기까지 완벽한 ‘책꼴’을 갖추라고 주문해요. 책이 완성된 뒤 아이들이 느끼는 뿌듯함은 최고죠.” 그가 내민 학생들이 만든 책을 펼쳐보자 1년간 아이들의 ‘지적 성장’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김 교사의 추진력은 ‘해보니 되더라’는 경험을 통해 모든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다.
‘교사가 먼저 읽으니 아이들도 따라 읽더라’
특히 그가 강조하는 것은 독서. 10여년 전 어리광쟁이에다 공부와 담쌓고 살았던 초등학생 딸이 책을 통해 쑥쑥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독서가 지닌 힘에 확신을 갖게 됐다.
2005년 신양중학교에서부터 30분 아침 독서 운동을 시작했다. “오전 8시20분부터 8시50분까지 아침 자율학습시간 마다 교실에 들어가 나부터 먼저 책을 읽었어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중학생 필독서 가운데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 먼저 학급문고를 꾸몄다. 아이들에게는 독후감 쓰기 부담은 주지 않고 읽고 싶은 책부터 편하게 읽으라 권했다. 처음엔 담임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책을 펴들었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혼한 아버지가 감옥에 수감되는 등 곡절 많은 가정사를 지난 한 여학생에겐 책이 유일한 도피처였어요. 묵묵히 지켜봤죠. 1년쯤 지나자 문학 창작 시간에 가슴 아픈 가족사를 소설로 풀어내더군요. 문체며 문장력, 스토리 구성이 단연 돋보였죠. 무엇보다 자기 상처를 밖으로 내보이며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그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독서 전도사’로 자청하고 나섰고 6년 뒤엔 전교생이 아침독서에 참여했다. 지난해 잠실중에 부임한 뒤로도 책읽기에 발벗고 나다. 최근엔 신문 칼럼을 활용한 독서지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매주 칼럼 한 편을 읽은 다음 내용을 요약하고 견해를 써보도록 해요. 신문으로 세상 공부를 시키는 셈이죠. 게다가 요약 능력, 어휘력이 길러지고 시사 이슈에도 밝아지니까 두루 유용하죠.”
수업 노하우 전수하는 수석교사로 맹활약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해라’의 명령이 아니라 ‘어떻게 단계별로 해야 하는 지, 왜 하면 좋은 지’ 먼저 설득력 있게 제시한 다. 그런 다음 학생들의 작업물은 꼼꼼히 검토하며 피드백까지 해준다. “나는 엄한 선생님이에요. 교사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 다른데 내겐 엄격함이 나름의 제자 사랑이죠.”
학기말이 되면 자청해서 학생들에게 수업 평가 설문지를 돌려 수업 만족도, 개선 사항을 체크하며 ‘써니샘의 수업’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간다. 이런 집요한 노력과 담금질 덕분에 그는 수석교사가 됐고 수십 년간 쌓은 독서교육과 수업 개선 노하우를 동료 교사들에게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꼭 수업에 활용해야 직성이 풀리고 효과가 좋으면 남에게 알려주고 싶어 안달하는 성격이에요. 벤처정신이 요구되는 수석교사가 내겐 딱 맞지요.” 싱긋 웃는 그에겐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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