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선생님 - 불곡고등학교 심유미 교사

지역내일 2013-05-27 (수정 2013-05-27 오후 11:00:09)

흔히 우리 사회에서 변화의 흐름이 가장 늦게 미치는 곳이 학교라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 우리 학교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 바로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이고 의미 있는 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는 우리 동네 선생님들을 만나 학교 울타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얘깃거리를 들어본다.


 천 번을 흔들려야 비로소 참 교사가 된다
 EBS프로그램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수업공개 계기로 참교육자로 거듭나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선생님이 되는 것을 꿈꿔왔다는 불곡고등학교 물리담당 심유미 선생님. 올해로 교직 7년차인 심 교사는 2009년 EBS프로그램인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교사로서는 쉽지 않았을 법한 결정, 본인의 수업을 전 국민 앞에 공개하면서 평가의 주체가 아닌 스스로 평가의 대상으로 나선 것이다. 프로그램 출연 후 3년여 동안 전문가의 코칭을 받고, 교육청 프로그램을 받으며 스스로를 성장시켰다.




수업에 대한 넘치는 확신과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
“정말 아름답고 인자하셨던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한테 반해 나도 이다음에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라면서 이 꿈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을 만큼 확고했죠. 그런 꿈을 이뤘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답니다. 수업에 대한 확신은 넘쳤고 아이들을 대하는 저의 태도도 자신감과 카리스마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교사가 EBS에 SOS를 요청한 것은 가슴 한켠에 늘 자리 잡고 있는 교사로서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두발과 복장, 학습태도 등을 단속하는데 자신만의 명확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심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섭고, 피하고 싶은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늘 아이들과 부딪히는 선생님이었어요. 아이들은 답답해하고 소리 지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죠. 시간이 흐를수록 제 앞에서 순종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위기감이 들었고 퇴근길 발걸음은 늘 무거웠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수업장면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심 교사는 엄청난 당혹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수업만큼은 자신감이 있었기에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내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갖고 있었다.






방송으로 자신의 수업 보면서, 비로소 문제 깨달았다

“사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흔한 기회도 아니에요. 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 수업은 상호소통의 과정이 아닌 지나치게 일방적이었고, 언어·비언어적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많이 안겨줬던 겁니다. 감정기복도 심해 제 감정에 따라 수업을 운영해 갔고,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피해를 보고 있더군요. 전문가들은 화면을 보면서 제 수업에 대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해 주셨는데, 그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창피함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으니까요.”
EBS제작진은 심 교사에게 두 가지 솔루션을 제안했다. 학생들을 대하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감성코칭을, 두 번째는 교육철학을 재정립하라는 과제가 심 교사에게 주어졌다. 아이들보다 교사의 감정이 중요하고, 감정의 기복 또한 심해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업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소통’이라고 교수님들이 조언해 주셨어요.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학생에게 다가가는 대화, 친구가 되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먼저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고 인정해주기, 비난보다는 칭찬 먼저 하기 등이 구체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샘, 그냥 옛날처럼 하세요. 힘들어 보여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서 바로 가슴이 달라지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출연 후 전문가들에게  지속적인 코칭을 받은 대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었지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왜 나만 달라져야 하는가?’, ‘정말 나는 문제 있는 교사인가?’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이 떠나지 않았어요. 달라지려고 애쓰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뭐라는 줄 아세요? “샘, 그냥 옛날처럼 하세요. 힘들어 보여요”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저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거죠.”
머리로 인지하고, 인지한대로 말하고, 행동하다보니 비로소 다가가는 대화가 가능해졌다. 선감정수용 후행동수정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면서 학생들과의 관계도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너는 어떤 잘못을 했고, 그건 나쁜 행동이니 고쳐!’라고 행동수정을 위한 대화를 했다면 지금은 ‘왜 그랬니? 억울했겠다’라고 아이의 감정을 먼저 수용해주고 대화를 시작해요. 아이는 억울한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받으며 흥분됐던 감정이 진정이 되죠. 그 이후에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사과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봄으로써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 감정코칭을 실천하면서 이전에 학생들에게 줬던 상처가 뼈저리게 아팠다는 심 교사. 잘못에 대해 비난하고 바로 행동수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 10분 만에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심 교사는 깨달았다.




늘 거칠고 아픈 아이들과 함께 흔들리며 성장해 가는 중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 겁이 안나요. 아직도 더 많이 배우고 다듬어야 하겠지만 어떤 얘기든지 들어 줄 준비가 되어있고, 제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제 수업도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 전의 심 교사 수업은 ‘학원선생님’과의 경쟁이었다. ‘학원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친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면서 공부의욕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채워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가 문제라서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코칭 교수님들의 말씀을 항상 가슴 속에 담고 산다는 심 교사.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존재 중의 하나라는 것을 늘 가슴에 무겁게 새기고 있다.
“저로 인해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저의 언행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심 교사는 생각한다. 천 번을 흔들려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처럼 모든 청춘은 거칠고, 늘 아프다. 생각이 이렇게 바뀌면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도, 교육에 대한 철학도 달라졌다. 교사는 아이들을 통해서만 비로소 자신을 볼 수 있고, 교육은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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