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처벌 차원으로 요양원 봉사활동을 갔다가 문제가 된 사건이 터졌다. 학생들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폭언을 일삼고 이 상황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SNS에 떠돌았다.
학교는 인솔교사 없이 징계 받은 학생들을 요양원에 보냈고, 기관은 몸이 매우 불편한 할머니를 학생들에게 맡겼다. 결국 이 학생들에게 요양원 봉사는 아무 의미가 없었고 노인들은 장난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의 본질을 알고 활동하기보다 점수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한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가 대신 점수를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입시에 허덕이는 아들 대신 엄마가 점수 채워 =
김선영(가명 43 아산시 배방읍)씨는 올해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면서 양심에 걸리는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평소 봉사활동과 옳은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김씨지만 자식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마음의 갈등은 있었어요. 하지만 어떡해요. 아들은 입시 공부하느라 바쁜데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봉사활동 점수를 무시할 수 없고…. 할 수 없이 내가 대신 가서 일해주고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왔어요.”
김씨는 “고3이 되도록 봉사시간을 채우지 못한 아들이 대학에 갈 때 불이익을 받을까봐서 였다”며 “아들은 무사히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는 봉사활동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진행되곤 한다. 점수를 채우기 위해 부모가 대신 활동을 하거나 학생이 가도 허드렛일을 하면서 시간만 때우다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봉사활동은 창의적체험활동의 하나로 에듀팟에 기록해야 한다. 무시할 수 없으면서도, 관심 없는 학생들에겐 실효성이 적다는데 대해 대부분 학부모들은 공감한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박수연(가명 44 천안시 성정동)씨는 “아이가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서로 돕는 사회 속에서 산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그러나 기관에서는 그곳이 어떤 곳이며 정말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등 제대로 된 사전교육이 없어요. 간단한 청소나 놀아주기 등만 잠깐 하면 두세 시간 이상의 확인서를 발급해주는데 아이들이 무슨 의미를 두겠어요?”라고 말했다.
봉사를 받는 기관도 고충이 없는 게 아니다. 아산시 모 요양원 손성현(가명) 원장은 “부모나 전문가가 와서 도와주면 더 도움이 된다. 애들이 실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마다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설 입장에서는 아이 대신 부모가 오더라도 확인서를 발급해줘서 누구라도 계속 와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충남도교육청, 봉사활동 수요처 관리도 ‘소홀’ =
이런 가운데 충남도교육청은 봉사활동정보센터 수요처 명단조차 엉터리로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시자원봉사센터’를 존재하지도 않은 ‘아산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로 올려놓고, 전화번호도 엉뚱하게 일반 가정집 번호를 수록해 놓았다.
가정집 수신인은 “벌써 이런 전화를 3년째 받고 있다. 이젠 아예 아산시자원봉사센터 연락처를 가르쳐주고 있다”며 “누가 자꾸 우리집 번호로 안내하나 했더니…”라며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이뿐 아니라 수요처 기관명도 잘못 명기돼 있는 시설들이 있어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학생생활지원과 강해자 장학사는 “올해 부임해서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 2012년에 새로 자료를 올린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자발적 참여 이끄는 봉사활동 필요 =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노력봉사 외에도 아이들이 흥미 있게 참여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봉사처를 찾는 요구가 늘고 있다. 또한 노력봉사와 진로·직업체험 및 자발적 봉사를 균형 있게 실천하도록 이끄는 교육청과 학교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학생 딸이 봉사활동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다는 강현숙(43 아산시 신창면)씨는 “이왕이면 진로·직업체험과 봉사를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택하겠다”며 “관심 있는 분야 봉사활동이라면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미래를 위한 진로 탐색이나 직업 체험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학습효과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직업탐색이 이뤄져야 할 중학교 시기는 진로·직업체험 봉사활동을 통해 폭넓은 진로 정보를 체득할 수 있고 스스로 참여하고픈 동기가 봉사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해자 장학사는 “도교육청은 진로체험지침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진로관련 봉사활동처 발굴은 지자체가 주도해야 할 것”이라며 “봉사활동 인정 여부는 각 학교의 봉사활동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답변했다.
아직 우리 지역은 진로와 맞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곳이 적다. 또한 진로·직업체험과 연계된 봉사가, 봉사시간은 현저히 적고 체험만으로 봉사시간을 채우는 사례가 종종 있어 봉사의 취지를 흐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인정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고생의 경우 학생들이 채워야 할 봉사시간은 연간 20시간이다. 이 중 학교 교육과정에 의한 봉사는 최하 9시간을 하게끔 되어 있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스스로 채워야 한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