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남산초등학교에 공항이 들어섰다. X레이 투시기, 검색대 및 검색봉, 여권, 항공권, 출입국신고서 등 공항에서 필요한 물품들이 곳곳에 보였다. 면세점도 자리했다.
곧이어 들어선 초등학생 20여명은 공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체험했다. 단, 대화는 모두 영어로 했다.
아이들은 처음 경험해보는 공항의 모습에 신기해하기도, 영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 쑥스러워하기도 하다 곧 상황에 몰입했다. “Please fasten your seat belts” “What is the purpose of your visit?” 등 공항에서 사용하는 표현도 곧잘 따라했다.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체험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니까 훨씬 재밌어요” “언니 오빠들이 재밌게 알려주니까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체험은 CEV(Cheonan English Village) 북일영어봉사동아리(이하 북일영어봉사동아리)가 진행하는 2회째 수업이었다.
* CEV(Cheonan English Village) 북일영어봉사동아리 아홉 명이 15일(토) 있을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일고 국제과는 공부만 할 거 같다고요?” =
북일영어봉사동아리는 북일고 국제과 학생들이 만든 신생 동아리다. 남산지역아동센터 남산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영어체험수업을 진행한다.
북일영어봉사동아리는 고등학교 진학 후 어떻게 하면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이들이 남산지역아동센터 선생님에게 영어마을 아이디어를 얻으며 시작되었다. 남산지역아동센터 조순이 시설장은 “마침 센터 아이들의 영어체험이 필요하다고 여기던 차에, 영어실력이 뛰어난 북일고 국제과 아이들이 함께 하면 어떨까 생각해 제안했지요”라고 말했다.
이후 조 시설장과 아이들은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 과정에서 체험공간을 인근 남산초등학교에서 제공하기로 하며 남산초등학교 학생들도 체험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아홉 명의 아이들 참여로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지난 1월 남산지역아동센터와 MOU를 체결한 후 2월부터 수업을 진행, 현재 4번의 수업을 끝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 나누는 마음 더 뛰어나 =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학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해왔다. 1학년 송지인양은 “중학 시절 한국 전래동화를 영어로 번역해서 출판해 그 비용을 탄자니아에 후원하는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직접 아이들과 만나니 더 생생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해온 활동과 다른 점이 있다. 그동안은 어른들 혹은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아이들을 만났다면, 이곳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주도한다.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교수안, 체험부스 작업까지 모두 아이들 몫이다. 1학년 길여경양은 “중학교 때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생들 영어를 가르칠 때는 교재 하나를 가지고 획일화된 수업을 했는데, 이곳은 직접 교안을 만들고 준비하는 등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다. 처음에는 반항적이고 말도 거칠었던 아이가 점점 적극적이고 밝게 변한 이야기, 처음에는 호응이 적었지만 갈수록 즐겁게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동아리 활동에 보람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북일영어봉사동아리는 앞으로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체험수업을 진행하고 남는 시간에 아이들의 학교 수업을 보완해줄 계획도 갖고 있다.
* 3월 16일 진행한 공항체험 수업. 북일고 국제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 학생들도 참여했다.
활동 자리 잡아 천안에 영어마을 만들었으면… =
1학년 김정엽군은 “국제과 친구들은 대부분 좋은 환경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운 학생들이다. 그 실력을 지역의 아이들과 나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이야기했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1학년 서상원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우리 스스로도 놀란다”고 말했다.
이태연 회장(3학년)은 “처음 천안영어마을이라는 이름을 걸고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행하다 보니 우리 힘으로 천안에 영어마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영어캠프도 욕심내본다.
15일(토)에는 다섯 번째 수업으로 ‘영화보기’가 진행된다. 이 수업 역시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교수안을 짜고, 체험공간을 구성한다. 시간과 노력이 상당한 작업이다. 하지만 북일영어봉사동아리는 그 수고를 기꺼이 즐긴다. 혼자만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그 실력을 나누고 함께하기 위해서, 지금 아이들은 수업준비에 한창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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