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양천구민은 봉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복주택인가?’ 선거철도 아닌데 곳곳에 나붙어 있는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최근 목동의 가장 큰 관심사 ‘행복주택’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5월 21일 느닷없이 ‘희망이 넘치는 따듯한 행복주택을 짓습니다’는 국토부의 발표가 있고부터 현재까지 정부는 공람공고까지 했지만 양천구에서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철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행복주택은 도심 내에 건설하여 서민층이 필요한 주택을 좀 더 현실성 있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목동의 유수지는 아니라는 결론. 목동행복주택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찾아 그 이유를 들어봤다.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유 3가지
목동에 행복주택이 건립된다는 발표가 있은 후 5월 27일 2~3차례 아파트 단지 대표들과 목동에 애착이 있는 주민들이 모인 결과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상대책위)를 만들었다. 비상대책위는 신정호 위원장을 비롯해 허선혜 부위원장 외 35~40명 정도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양천구민이면 누구든지 위원이 될 수 있으며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정호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치나 경제와 관련된 이익단체가 아니라 지역의 같은 구민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순수주민단체”라 소개한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목동행복주택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효과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지구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목표다.
지구지정의 철회를 요구할 만큼 목동행복주택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 신 위원장은 “비상대책위가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유는 3가지로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교통문제’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목동현대백화점 앞 공영주차장 일대다. 이곳은 상업중심지구에 올림픽대로와 서부간선도로를 연결하는 교통요충지다. 또한 목동종합운동장까지 맞닿아있는 일방통행길이라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라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다. 신 위원장은 “목동의 인구밀도는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다. 여기에 2800세대가 더 들어오면 양천구 관문 한복판에 교통대란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정확하게 용역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40% 정도 교통이 더 정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고 밝힌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변에 밀집된 업무 및 상업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주차수요를 흡수해 주고 있는 1,300면에 달하는 목동주차장에 대한 이전 대책조차 없는 것. 이것이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안전성’ 국토부에서는 ‘빗물펌프장의 유수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존 공공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물과 문화를 주제로 자원순환센터와 연계한 물테마홍보관 및 친수공간과 목동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유수지에 3층 이하 건물만 들어설 수 있는 규정도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 신 위원장은 “논리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면적에 따라 견딜 수 있는 물의 압력을 기술적으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빗물펌프장에 고층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50만 양천주민과 강서구 일부 지역의 안전성을 무시한 행정”이라 덧붙인다.
사실, 신월동과 강서구 일대는 상수 침수 지역이었다. 유수지 빗물펌프장이 생기면서 수해 피해가 줄었다. 얼마 전 게릴라 집중폭우로 현대백화점 앞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겼는데 유수지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양천구 일대는 예전처럼 침수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함에도 정부에서는 유수지 기능 확장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도 없이 행복주택건립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천구민이 뒤집어 써야 한다는 결론. 이것이 두 번째 반대 이유다.
마지막 반대 이유는 ‘교육’이다. 목동은 교육 때문에 이사 온 가정이 많다. 오롯이 자녀 하나 잘 키워보자고 안 먹고 안 쓰고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도 학급당 인원이 교육청 발표 자료보다 훨씬 밀집해있다. 그런데다 유수지에는 학교를 지을 수가 없어 2800세대가 들어온다 해도 학교를 지을 계획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 신 위원장은 “목운중학교의 경우 한반에 40명 가까이 수업을 받는다. 과밀화를 넘어 초과밀화 현상을 이미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으로 오목교 건너편은 목운중학교에 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목동중학교로 배정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상황을 뒤로한 채 2800세대가 학교 신설도 없이 들어서는 것은 기존 주민들뿐만 아니라 새로 입주하는 주민들 또한 함께 겪게 되는 힘든 문제가 될 것”이라 토로한다.
이런 상황은 모두 덮어둔 채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들을 ‘님비’나 ‘집단 이기주의’로 여론 몰이를 하고 목동주민들이 받게 되는 영향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행정 관료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분노한다는 비상대책위는 반대·철회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이다. 신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주택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며 “그 자리는 일반 아파트나 대형오피스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온다고 해도 교통 안전 교육이 해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박원순 시장도 목동유수지에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침수친환경공원이나 문화체육시설을 만들려고 했다”며 “목동주민의 숙원사업이었고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건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목동행복주택 비하인드 스토리
미니인터뷰_ 신정호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장
Q. 목동행복주택 열람공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A. 국토교통부는 안전행정부를 통해 관보에 행복주택 공람공고를 게재, 14일까지 예정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목동행복주택도 공람공고를 했는데 내용인 즉 ‘목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열람’이라는 것입니다. 공람공고도 행복주택이 아니라 보금자리주택입니다. 이는 법 개정이 아직 되지 않아 행복주택이라는 단어도 쓰지 못하면서 언론에는 이미 행복주택을 건설한다고 보도자료도 다 뿌렸으니 이것은 명백히 정부가 불법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Q. 열람공고 장소가 양천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목1동 주민센터로 바뀐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행복주택 열람공고 장소가 교통이 불편한 양천아파트 관리사무소입니다. 이는 양천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로 여겨집니다. 국토부에 몇 차례 시정 요청을 했으나 묵묵부답. 결국 당일 양천아파트에서 소동을 벌인 결과 ‘국토교통부에서 열람장소로 결정한 양천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교통 불편 등의 문제점으로 열람장소로 적합하지 않아 국토교통부에 협조 요청하여 6월 5일 2시부터 목1동주민센터로 변경한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목동행복주택을 반대하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A.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해서 반대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집주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목동은 세입자가 더 많고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이들의 대부분도 세입자입니다. 세입자는 집값하고는 상관이 없죠. 오롯이 아이 하나 잘 키우고자 목동에 들어와 사는데 이것이 해결이 안 되니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수가 너무 과밀이라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Q. 목동행복주택 발표 이후 처음으로 목동에서 민관정이 하나되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A. 목동 주민은 물론 양천구청 공무원, 지역 정치인,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협조를 이끌어 내고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목동에서 이처럼 민관정이 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양천구민의 화합이나 단결에도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