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논술에 대한 오해 1 - 내신이 안 좋으면 논술은 하나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내신이 안 좋으면 논술은 하나마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상식에 비춰봐도 맞지 않다. 수시 전형은 크게 입학사정관제 전형, 학생부 중심 전형, 면접 중심 전형, 논술 중심 전형으로 나뉜다. 이렇게 다양한 전형을 대학이 마련한 것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자는 취지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 중심 전형, 면접 중심 전형은 특기가 있거나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이고, 논술 전형은 비록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논술을 잘 하는 학생이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다고 보고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전형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학생부(내신)가 안 좋다고 논술을 해도 소용없다는 논리는 근거가 없는 미신이다. 실제로 각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밝힌 가이드라인을 보면 논술은 4~5등급의 학생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의 학원에서도 그런 사례는 매우 많았다.
수시 논술에 대한 오해 2 - 수능도 못하는 애가 논술을?
논술에 대한 또다른 오해는 수능 성적도 안 좋은 학생이 어려운 논술로 합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다. 괜히 논술에 투자할 바에야 그냥 수능에 올인하는 게 좋지 않냐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논술을 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만약 논술이 쉬워서 수능 1~2등급의 학생들이 다른 등급의 학생들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다면 논술은 하나마나다. 하지만 논술은 모두 못한다. 따라서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도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논술 전형에도 최저 등급이 있다. 하지만 그 최저 등급은 어떤 학교를 가기 위해 정시에서 필요한 등급보다는 훨씬 따기가 쉽다.(최근엔 32개 대학이 최저 학력기준을 완화했다.) 예를 들어 고려대는 일반 전형에서 2개 영역 2등급을 요구한다. 정시라면 2등급 2개로 고려대에 합격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매년 2등급 2개만으로 고려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있다.
수시 논술에 대한 이해 1 - 이렇게 쓰면 합격한다
2011학년도. 종철(가명)이는 글씨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빴고, 맞춤법도 자주 틀렸으며, 논제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종철이의 현 상태에 대해서 어머니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쉽지는 않을 거라는 솔직한 전망을 덧붙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는 학원을 신뢰했고 종철이는 학원에 계속 나왔다. 종철이는 쓰고 또 썼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칭찬을 받는 경우가 없었지만 종철이는 지치지 않았다. 어느날 논제에 대해서 토론할 때 종철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누구의 생각을 흉내낸 것이 아닌 자신이 소화한 내용이었다. 종철이는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칭찬을 받은 종철이의 얼굴에 엷은 홍조가 비쳤다. 종철이는 수능 등급이 언어 4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1등급을 받았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수험표를 찢어버릴 정도였으니까. 아버지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고 어머니는 재수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강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등록을 안 하냐는 전화였다. 서강대 경영학부 논술 우선 선발(100명 중 20명)로 합격.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8700명 중 20등 안에 든 성적이었다. 종철이가 합격 다음 다음날 학원을 찾았을 때 필자는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종철아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니?”. (그는 논술 수업에서 그것을 믿지 않았었다.) “예”. “네가 합격한 것보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 선생님은 더 기쁘다.”
수시 논술에 대한 이해 2 - 논술은 첨삭이 가장 중요하다
논술은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 논술은 미문(美文)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니다. 논술은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의 해결방안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무상급식 문제를 예로 들면 이 문제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떠나서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이의 존엄성을 돈과 바꿀 수 있느냐의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제한할 수 있느냐의 기본적인 물음은 제쳐두고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등의 용어를 외워서 쓰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논술은 얄팍한 기술을 가르치면 안 된다.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발견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첨삭은 중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글을 텍스트로 삼아 선생님의 능력으로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 각각의 논술의 나무는 잘 자란다.
결어 - 우리는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 속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갖자
논술은 로또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면 이 세상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대학을 꿈꾸자.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희망이 되자. 네가 합격하면 넌 또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거야. 힘내라. 화이팅!
윤권호 국어·논술
원장 윤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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