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읽는 장소가 아니다. 책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사랑방이다. 그 중의 대표 격인 작은 도서관들이 그래서 유독 반짝인다. 책을 매개로 배우고, 시끌벅적 동네의 소소한 일상들을 나누는 작지만 특별한 우리동네 도서관을 소개한다.
*********주민과 시장사람들이 만난 ‘대추동이 작은도서관’
뜨거운 햇살도 문제없다. 지난 1일 조원시장 다람쥐공원과 대추동이 작은도서관, 인근 3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2013 조원1동 북페스티벌’이 치러졌다. 고정욱 작가 초청 북토크, 백일장, 원화전시, 체험활동, 북트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은 무척이나 상기돼있었다. 마을만들기 축제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선보인 북페스티벌, 그 뒤에는 조원시장의 명물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시장 내 작은도서관, 조원시장도 덩달아 들썩들썩!
“아파트 단지 안 도서관, 주민센터의 새마을문고 등은 많지만, 아마도 시장 내 도서관은 수원에서 조원시장이 처음일 것”이라는 정순옥 씨의 얘기에 ‘아하, 그렇지!’ 싶다. ‘나는 도서관’이라고 전면에 드러내놓고 있는 여타의 도서관과는 달리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시장 안 깊숙이 자리해 초행길인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시장구경도 하고, 사람냄새 솔솔 나는 시장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이 생기고 난 후의 변화에요. 도서관에 오려고 시장위치를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 도서관 프로그램은 인원이 꽉 차 도서관이 비좁을 정도가 됐거든요.” 도서관 자원봉사자 정순옥 씨의 말처럼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문을 열었고, 탄생배경에 걸맞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조원시장 상인회 교육장으로 쓰던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해 3천여 권의 도서를 갖춘 알록달록 예쁜 도서관으로 만들자 아이들도 신이 났다. 특히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도로 밖에 있는 아파트나 주민센터 내 도서관을 쉽게 이용할 수 없었던 저학년 아이들에게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제 보고 싶은 책을 실컷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능기부의 확산, 도서관 개관 후 더욱 탄탄해진 프로그램의 힘
매주 토요일은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이 더욱 북적댄다. 가족영화상영 뿐만 아니라 영어스토리텔링 수업이 진행된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의 실버인력뱅크 ‘생생놀이봉사단’ 어르신들의 전래놀이는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풍선아트, 논술, POP 등의 방학특강도 운영되는데, 이번 방학엔 도자기 만들기, UN의제수업 등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수강료는 무료, 조원시장 상인회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사실 프로그램들은 상인회에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왔던 것들이에요. 도서관이 생기면서 프로그램 대상도 확장되고, 재능기부자도 많아졌죠.” 논술수업을 맡은 정순옥 씨뿐만 아니라 ‘대추동이 문화마을만들기 추진단’위원들, 인근 지역의 대학생이나 미술학원 등 재능기부자들이 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 주변의 아파트 거주 주민들도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지역에서도 알게 모르게 구분됐던 문화적 차이가 좁혀지고, 서로 어우러지고, 하나가 되어가고 있으니,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참 신통방통한 놈이죠.(웃음)” 소외되고 낙후됐던 지역에 도서관은 그렇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아이와 함께 책으로 꿈꾸는 세상 ‘해님달님작은도서관’
■회원들의 힘을 모아 도서관의 문을 열다
지동의 골목길 안쪽 2층에 자리 잡은 ‘해님달님작은도서관’을 찾는 길. 도서관으로 오르는 계단 벽의 알록달록 벽화가 먼저 반긴다. 이곳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고 살짝 귀띔이라도 하는 듯하다.
2011년 12월에 문을 연 해님달님도서관은 어린이도서연구회 수원지회(이하 어도연) 부설 작은 도서관. 문후남 관장은 “94년부터 지속해 온 어도연의 모임을 위해 사무실을 마련했었다. 주로 오전에만 모임이 있어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공간 활용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도서관탄생 배경을 들려줬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재원도 마련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책들도 하나하나 챙겨가며 정성을 들였다. 그런 준비기간을 거쳐 도서관이 없던 지동에 자리 잡았다.
■모두가 편안한 아이들의 세상 탄생!
엄마들이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하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가꾸는 어도연 부설인 만큼 진정으로 책 읽는 도서관의 면모를 보여준다.
도서관 내부는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읽기 편하게 꾸며졌다. 출판사의 추천도서나 권수를 맞추기 위한 전질이 아닌 아이의 정서를 생각한 양서들이 가득 찼다. 전국의 엄마들이 직접 읽고 토론을 통해 추천서를 쓴 책들만이 서가를 차지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도서관은 놀이터이기도 하다. 아이와 어른이 눕거나 엎드리거나 뒹굴뒹굴 편안하게 책과 노닌다. 도서관의 절대 금기사항인 수다가 허용되고, 하굣길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혼자 읽다 지루해지면 사서활동 중인 회원에게 읽어 달랠 수 있다. 언제나 정성스런 목소리가 귓가를 스칠 것이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성들은 정말 소중하다. 내 모습을 만들어가는 힐링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책읽기의 재미를 통해 큰 배움을 찾고, 배려와 소통을 알아가기”를 문 관장은 소망했다.
■책으로 프로그램으로 마을 사랑방을 꿈꾸다
도서관이 자리 잡은 지 1년 반. 아직은 지역민들이 낯설어 하는 것이 아쉽다. 지역민들이 책을 매개로 오가며, 마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을 사랑방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책이 중심이 돼 소통과 공감을 이뤄가는 알찬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책 읽어 주기(화·금), 옛이야기 들려주기(금), 빛그림 상영(셋째주 수) 등은 오후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시작을 알린다. 옛아이들놀이(첫째주 토·오후2시)는 지동마을이 떠들썩할 정도로 신나는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토·오전10시~오후1시)에서는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문명’ 강좌가 진행 중이다. ‘이집트문명과 신화’가 7월20일까지 이어지고, ‘인더스문명과 신화’는 9월 달에 열릴 예정. 셋째주 토요일의 ‘그림책과 마주한 딸들의 수다’도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딸이지 않던가. 이 ‘딸’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공감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마련된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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