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길고양이 사랑, ‘길고양이 사료그릇 시범사업’에 이어져
강동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다. 강동구는 지난달 31일 지역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으로 구성된 미우캣보호협회와 「길고양이 사료그릇 시범사업」업무협약을 맺고 18개 전 동 주민센터에 사료그릇 설치를 시작했다.
이 사업의 중심에서 서서 직접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사람들은 미우캣보호협회 회원들. 강동구 캣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우캣보호협회 김미자 회장을 만났다.
오래된 길고양이와의 인연, 길고양이에 관심
“도둑고양이, 들고양이로 불리고 있는 이 고양이들은 집이 없는 길고양이들입니다. 이사 가면서 버려지고, 병들어서 버려지고, 혹은 더 키울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버려져 길에서 떠도는 고양이들이죠. 사람에게 해가 되리라는 나쁜 선입견을 버리고 길고양이를 대해줬으면 합니다.”
김 회장이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 건물지하에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를 우연히 만나면서부터다. 6마리 새끼를 낳은 고양이를 살뜰히 보살피던 중 어느 날 어미고양이가 새끼 한 마리만 남겨둔 채 사라져버렸다. 한 마리 남은 새끼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키우기를 20년. ‘나미’라는 이름의 그 고양이는 지난달 그의 품에서 죽을 때까지 그의 가족이었다.
“나미를 키우며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마음이 갔어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밥도 주고, 물도 줬더니 언젠가부터 집으로 찾아오는 고양이도 생기더라고요.”
그는 20년 째 송파구와 강동구에서 정기적으로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 제일 큰 어려움
대부분의 캣맘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 활동하고 있다. 개인 돈으로 사료를 사 먹여야 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묵묵히 이겨내야 한다.
김 회장은 “고양이 먹이를 주며 욕먹기는 다반사”라며 “물벼락도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으면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과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길고양이는 일정 영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여 살아가는 영역성이 강한 동물입니다. 밥을 주면 그 지역에 고양이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하시지만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서 일정 영역에 머무르게 되면 다른 영역에서의 고양이 유입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영역에 고양이들이 사라지게 되면 다른 주변지역의 길고양이들이 그 지역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죠.”
쓰레기봉투를 찢어 주변을 더럽히는 행동도 “사료를 줌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 적절한 수의 길고양이는 쥐의 과도한 번식을 막아 주기도 한다.
발정기 때 울부짖는 커다란 발정음과 수컷끼리의 싸움 소리는 꾸준한 도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를 위해 2008년부터 서울시 각 구에서는 TNR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TNR 사업은
Trap(포획), Neuter(중성/불임), Return(제자리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 후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는 것이다. 개체수 조절을 위한 TNR 사업 역시 김 회장의 노력이 일궈낸 결실이다.
그는 “7여 년 전 용산구에서 TNR 시범사업을 벌였는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TNR 사업 시작을 위해 시청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민원해결에 도움 될 것
이번에 강동구에서 처음 시도되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는 지난 2월 지역 캣맘들과 만화가 강풀이 구청에 제안한 데서 시작된 사업이다. 길고양이 급식소에 그려질 고양이 캐릭터를 직접 만든 강풀이 사료그릇 50개와 사료 6톤을 기부하고 동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지역 캣맘들이 사료급식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 외에 필요한 경비 역시 모두 기부에 의해 진행된다.
김 회장은 “이번 길고양이 사료그릇 시범사업으로 쓰레기봉투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많은 민원이 많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고양이 포획도 쉬워져 TNR 사업도 더욱 효율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아울러 길고양이를 비롯해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미우캣보호협회는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함께 이끌어갈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문의 02-3425-5842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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