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화학을 한다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 과정. 이것이 곧 과학발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 속에서 배우는 과학은 누군가의 의문에서 출발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체계화 된 개념들이다. 과학 지식을 숙지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체험을 통해서 과학 개념에 도달하는 방식의 과학교육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체험과학은 주로 동아리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학교에 다 있는 것이 과학동아리다. 하지만 서현고의 ‘알케미스트’는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현고 대표 동아리 중의 하나다. 16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알케미스트’는 화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열정을 자양분으로 성장하고 있다.
교과서 속 화학, 생활과 연계한 다양한 실험 시도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인 화학은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중세시대 금을 만들었던 연금술사를 지칭하는 말인 ‘알케미스트’. 그들의 다양한 실험이 근대 과학발전에 기여했으며 그들의 실험정신을 이어받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꿈을 꾸기도 하고, 꿈을 찾아가기도 한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누부터 향수, 그리고 미술시간에 배운 다양한 미술기법 속에도 화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부터 화학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1년에 10번이상 화학실험을 해요. 대부분의 실험 아이디어는 회원들이 토의를 통해서 나오고 결정되죠. 실험의 이유와 실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에 대해 예상해 보고 가설을 설정한 후 실험에 들어갑니다. 모든 실험과정은 보고서로 작성하고 발표를 통해 공유하는 것. 이것이 우리 동아리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2학년 윤자영 양의 설명이다. 얼핏 의미없어 보이는 실험도 구체적인 실험과정을 기획하면서 막막했던 화학이 점점 눈으로 보이게 되고 손으로 잡힌다며 된다고 3학년 최현주 학생은 덧붙인다.
“사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는 화학이 이렇게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 알케미스트 선배가 우리들 앞에서 간단한 실험을 보여주셨는데, 그것이 인상적이어서 별뜻없이 들어온 동아리가 바로 알케미스트에요. 그러던 제가 장차 약학을 전공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이게 다 지난 2년간 화학에 푹 빠져서 산 덕분이랍니다.”
실패의 원인 분석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도
미술기법의 하나인 마블링 제작과정 실험을 통해 액체와 물감의 성질을 탐구하는가 하면, 양배추 속에서 성분을 추출해 지시약을 만들기도 한다. 또 드라이아이스의 원리를 여러 측면에서 탐구해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알케미스트는 수많은 실험을 시도하면서 화학은 생활 속 거의 모든 부분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학생들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STEM의 경향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보다 더 큰 수확은 실험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3학년 박성호 군은 말한다.
“특히 마블링 제작과정 실험이 기억에 남아요.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 속에 이렇게 마법같은 과학이 숨어있는지 매번 실험을 할때마다 신기할 따름이에요. 동아리 실험을 하면서 늘 과학은 어떤 과목보다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꿈은 과학선생님인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답니다.”
알케미스트 학생들은 실험과정을 구체화하고 설명하고 발표하는 것이 이제는 생활화되었다고 알케미스트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알케미스트 활동 2년 동안 파워포인트 활용은 물론 리포트와 논문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고 최현주 양은 강조한다.
“모든 실험이 한번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더라고요. 실패했던 적이 더 많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도 하죠.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배려심과 협동심까지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소아병동과 고아원 방문 재미있는 과학실험으로 봉사활동까지
‘식품보존료 탐구에 따른 천연식품 보존료 개발’, ‘알로에와 미역귀 추출물을 이용한 항균 및 보습효과 연구’. 대학이나 대학원의 관련학문 논문 주제가 아니다. 바로 알케미스트 회원들이 교내 논문탐구대회에 제출한 논문 제목. 매년 교내 탐구논문대회를 개최하는데, 알케미스트는 그동안의 탐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3년 교내 동아리발표대회에서도 우리 알케미스트가 우수상을 받았다.
“우리들이 하는 모든 활동은 매년 소식지로 만들어요. 동아리에서 갖게 된 의문과 실험과정을 구체화해서 교내 논문 탐구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하면 화학경시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학생도 많아요. 이런 활동들이 밑거름이 돼서인지 일까요. 알케미스트 출신 회원들은 의대에 진학하거나 화학도의 길을 걷는 선배들이 유독 많답니다.”
윤자영 양의 설명이다.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학문인 과학. 그 중요도와 위상이 높은 만큼 과학자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나눔정신과 도덕성이다. 알케미스트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방학이나 학기 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소아병동, 교회, 고아원 등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간단한 과학실험을 보여주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고 담당 교사인 박혜천 교사는 말한다.
“우리 학생들은 동아리 축제기간에 교내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실험을 경험하게 했어요. 실험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은 마련된 모금통에 자발적으로 기부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모인 돈은 모두 유니세프에 기부했습니다. 모두 우리 학생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랍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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