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맛 나는 연잎밥 먹으러 나들이 오세요!”
알려주고 싶은 동네맛집 - 배방 들꽃여행
“제 맛 나는 연잎밥 먹으러 나들이 오세요!”
21번 국도에서 배방 아파트촌을 지나 5분이나 왔을까. 한적한 논과 밭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한번쯤은 생각 없이 지나쳤을 길에서 아담하고 단정한 모습의 ‘들꽃여행’을 만난다.
* 들꽃과 야생화가 한창인 들꽃여행
밥집은 나누고 베푸는 곳=
전통차와 연잎밥, 연냉면이 들꽃여행의 주 메뉴다.
자리에 앉아 연잎밥을 주문하고 나니 고소하게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하다. 창 너머 이름 모를 들꽃과 바람에 살랑대는 초록들판을 바라보며 눈과 마음이 먼저 호사를 누린다.
동행한 친구들과 한판 농이 무르익을 무렵 연잎밥상이 한 상 차려졌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여며진 연잎밥과 나물 9가지, 세 종류의 장아찌와 김치, 전과 들깨미역국이 전부 제 자리에 차려지고 나니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새에 감탄이 절로 난다. 몇 가지 반찬을 더 청해 가며 식사를 마치자 국화꽃차와 모시떡이 나왔다.
* 대추차와 모시떡
들꽃여행 이성아 대표는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사찰음식기행’ 기사를 연재하다가 연잎밥에 대해 알게 됐고 맛과 영양이 어우러진 건강식이라는 생각에 연잎밥집을 열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밥집은 나누고 베푸는 사업입니다. 내 집에 온 손님께 내 솜씨로 지은 밥 한 끼 대접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깊은 신뢰를 가지고 찾아 올만한 식당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요.”
* 가지에 칼집을 내고 양념을 올린 뒤 팬에서 쪄낸 가지찜이 맛나다.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의 90% 이상은 이성아 대표가 근처 들과 산에서 채취한다. 인공적으로 키운 것과 제철 야생에서 자라는 나물은 비교할 수 없으므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연잎밥은 이틀에 한 번씩 직접 싼다.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가지고 재료의 맛을 가리지 않을 정도의 양념으로 제대로 된 맛을 내지요. 저는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차린 집밥을 손님들께 대접합니다.”
*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소박하지만 정감 어린 엄마 밥상 자꾸 떠올라=
마당에서 야생으로 자란 당뇨에 좋다는 돼지감자로 만든 간장장아찌. 애호박을 기름에 지져서 조선간장으로 양념한 호박무침, 감자전을 부쳐서 간장으로 양념한 감자무침, 쑥향이 살아 있는 쑥전과 고들빼기 무침. 반찬 하나하나의 맛이 부담 없고 담담하다. 자꾸 손이 가 양에 넘치게 먹고 돌아섰는데도 속이 편안하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게 하도록 이성아 대표는 설거지를 할 때도 고무장갑을 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릇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물을 뜯고 물일을 하느라 거칠고 투박한 이성아 대표의 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천연항생제인 아카시꽃으로 담근 간장 장아찌의 반응이 좋아 내년 여름에는 여러 종류의 꽃장아찌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 대표는 눈을 반짝였다. 더 좋은 밥상을 위한 궁리는 계속될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잘 대접받고 온 밥상이나 편안하고 한가롭던 주변경관보다 먼저 주인장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 눈망울을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 그 고집어린 밥상을 오래도록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 품어본다.
* 들꽃여행 앞마당에 돼지감자가 쑥쑥 자라고 있다.
연잎밥 1만2000원
연냉면 8000원
전통차
들꽃여행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 174번지. 534-8005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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