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학생들을 입시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국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점수가 오르나요?’ 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국어 공부를 조금은 해 본 친구다. 자기 나름대로 수능과 평가원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학원이나 방과 후 수업 등의 학습지도도 받아 본 친구들이 이런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러면 열심히 하는데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상, 열심히 하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막연하게 글을 읽는데 있다. 다양한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조문객으로 상주와 마주할 때를 기억해보자. 아무리 친한 친구가 상주라 해도 평소처럼 대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만약 상가(喪家)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면, 진심을 다해 친구를 위로하면 된다. 오히려 그 위로가 정해진 격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상대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릴 때 진정한 위로의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국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의 사고영역은 상식(국어개념과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상식을 채우려는 욕구보다는 다양한 글(작품이나 독해지문)의 배경지식에 대한 목표만을 염두에 둔다. 공부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상식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전혀 생각지 않는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추론적 사고나 비판적 사고를 운운하며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글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생각지 않으며, 글쓴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실내용 조차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능국어, ‘자기 문제부터 진단’하자
국어에서 ‘자기의 문제를 진단해 보라’ 하면 대부분 시영역이 부족하다든지, 문법영역이 취약하다든지 식의 특정 영역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 문제 진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반드시 먼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신의 글을 읽는 태도의 문제이며 문제를 푸는 사고의 문제점이다.
시험 후 다음과 같은 대화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상기해보자.
‘어!, 이게 왜 틀렸지’ ‘넌 어떻게 이것도 모르니?’ ‘난 이게 당연한 줄 알았지’
‘헛갈렸던 문제는 맞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는 오히려 틀렸네’
‘다른 애들이 쉽다는 건 틀리고 어렵다는 건 맞고…’
‘저는 남들하고는 생각이 좀 다른가 봐요’ ‘우리 애는 4차원인가 봐요’
이런 대화를 경험했다면, 학습량의 문제보다는 사고 습관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수능국어 영역을 내신국어 영역처럼 사고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문학작품은 꼼꼼히 분석해서 정확히 이해하려 하거나, 독해는 정답을 찾으려는 강박관념에 쫓겨 오히려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읽고 문제를 풀고 책에 지문의 배경지식을 정리해 놓는 경우다. 이런 학생은 배우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우선 겁부터 먹게 된다. 올바른 감상 이전에 작품의 내용만 훑게 되고 출제 작품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면서 출제자가 선택항지에 해석해 놓은 내용에 휘둘려 감상이 아닌 창작이나 재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독해 역시 마찬가지.
또 내신은 잘 나오는데 모의고사 등급은 좋지 못한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이라면 학습태도나 습관이 아닌 사고의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도 사고의 습관이 잘 못 된 경우가 많다. 배운 내용과 주어진 범위에 대한 수렴적 이해력은 뛰어나지만 배우지 않은 내용이나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변화에는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능 국어,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자
국어를 잘하고 싶다면 국어교과의 상식(개념)을 먼저 잡아라. 언어가 무엇인지, 문학은 무엇인지, 화법 작문 문법 독서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언어를 매개로 한 매체는 무엇이 다른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그와 같은 매체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곧 ‘국어의 상식이며 개념’이라는 것이다.
국어는 의사소통(생각교환)의 학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을 읽는 것은 글을 쓴 사람의 입장과 생각을 경청하는 것이다. 상식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글을 경청하자. 다음은 기출문제를 꼼꼼하게 여러 번 풀어 보자. EBS에서 아무리 많은 지문이 나온다고 해도 수능과 평가원 기출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고득점은 어렵다. 수능 국어는 아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공부한 EBS 지문 내용이라도 묻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다. 국어는 ‘개념은 외우고 지문은 정확히 이해하려 할 때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고병재 원장
생각의창 국어논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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