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천태만상

엄마들이 더 힘든 이유, 너희들은 아니?

지역내일 2013-04-23

4월 말에서 5월 초, 중·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이다. 새 학년이 되어 치르는 첫 시험인 만큼 학생들은 물론 엄마들의 열의도 뜨겁기만 하다. 
“시험 때만 되면 아이가 공부에 지쳐 예민해져 안쓰럽기 그지없다”고 자랑 섞인 말을 하는 엄마들이 있는가하면 “아이는 신경도 안 쓰는데 엄마인 내가 더 긴장하고 있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엄마들도 있다.
 중간고사를 맞는 다른 주부들의 마음은 어떨까. 다른 집을 들여다보며 더 현명하게, 또 조금은 덜 피곤하게 시험기간을 보내보자.
박지윤 오미정 오현희 리포터


입학 후 첫 시험, 내 아이의 포지셔닝은 어딜까?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을 앞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지원(가명, 잠실3동)씨의 심정은 복잡하다.
 지난 3월 학교 개인상담 때 담임교사는 입학 직후 치른 진단평가의 과목별 점수, 반 등수와 전교 석차까지 상세하게 나온 성적표를 내밀었다. 이제부터는 성적이 최우선이라는 무언의 암시였다. 특히 여중인지라 여학생들끼리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딸에게 성적표를 건네자 내심 충격 받은 눈치였다.
 영어, 수학 학원에서는 3월 중순부터 중간고사 대비에 들어간다며 모든 진도를 올스톱하고 내신 대비에 나섰다. 그런데 지나치게 시험, 시험 외치다 보니 되려 아이의 시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듯 보였다. 문제 풀이도, 문장 암기도 대충대충, 틀린 문제는 다음에도 또 틀리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잔소리를 그는 꾹 참고 있다. ‘엄마가 붙들고 앉아 억지로 공부시켜 봐야 그 때 뿐이니까 길게 봐야 한다. 첫 중간고사에서 매운 맛을 봐야 아이가 스스로 정신 차리고 공부하게 된다.’는 선배맘들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4월 한 달, 참을 인(認)자 가슴에 새기며 사는 그는 잔소리 대신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매일매일 딸 앞에 대령하고 있다.


애써 무시하는 엄마의 마음, 넌 아니?
 조유경(43·잠실동)씨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시험 기간 일체의 잔소리를 삼간다. 엄마의 잔소리와 아이의 성적이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해라’ ‘엄마가 물어줄까’ 이런 말들이 통했어요. 성적도 곧잘 나왔죠.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니 엄마의 잔소리는 잔소리일 뿐, 어떨 때 더 나빠지기까지 하더라고요.”
 고2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반항심에 아예 공부를 놔버린 적도 있다는 말을 들려주며 한숨 쉬는 조씨. 그 후부터는 시험 기간에도 일체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공부해야 하지 않니?’라고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단다.
 “공부하려는 마음이 중요한데...... 조금만 뭐라 말하면 잔소리라고 화부터 내니, 지금부터 인내하기 위한 도 닦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푸념한다. 그래도 조씨의 마음 한 켠에는 ‘이번엔 공부 좀 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시험보다 학교생활이 우선인 아이 
고재연(가명?41·성내동)씨는 첫 딸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는 첫 시험이라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보다 더 마음이 긴장된다. 아이는 오히려 중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 사귀고 새 생활에 적응하느라 공부보다는 학교생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듯해 걱정이 앞선다고. 학교가 남녀공학이라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서 벌써부터 커플이 생기고 아이가 전에 없던 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걱정은 배가 되었다.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고 시험도 며칠에 걸쳐 치르는 새로운 방식에 잘 적응할지도 관건이라고. 그래도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수업시간에 딴 짓 안하고 열심히    듣고 필기도 잘 하는 것 같아 조금만 공부 하면 되겠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에서 오자마자 또 열심히 전화기를 붙들고 톡삼매경에 빠져있는 아이를 보며 ‘아직 일학년이니까...요즘 세상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게 어디야’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스스로 위안해야 할지 고씨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 딸 열심히 하네’ 매일매일 칭찬
 고3, 고1 두 딸을 둔 김지운(가명. 잠실2동)씨. 자사고에 다니는 큰딸은 서울대를 목표로 알아서 척척 공부를 잘한다. 반면 올해 고교에 입학한 둘째 딸은 어릴 때부터 ‘엄친딸’ 언니한테 치여 기를 못 펴고 살았다. 중학교 시절에는 중위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졸업할 즈음 반에서 5등 안에 들만큼 성적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언니에 대한 열등감이 늘 있어요. 원래 몸이 약해 감기, 몸살을 달고 살았는데 고교생이 되니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매일 10시 넘어 집에 오고 주말에는 학원 다니느라 헉헉되죠.  그래도 첫 중간고사 잘 봐야 된다며 외식도 거절하는 걸 보니 안쓰럽고 가슴이 짠하네요.” 이 때문에 김씨는 ‘열심히 하네’라는 격려로 둘째딸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긴장감을 풀어주려 애쓴다. 두 아이 키워보니 타고난 ‘공부 그릇’이 자식마다 다르다는 걸 일찌감치 터득했기에.


수학 과외로 부족한 실력 채우기 
박유리 (가명? 40·픙납동)씨는 중1인 큰 딸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과목 실력이 부족해 고민이 많다. 초등학교 때야 문제집을 풀리고 학습지를 하면서 그럭저럭 성적이 나왔지만 아이가 수학이 어렵다고 할 때마다 속상했다고. 올해 인근 여중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입학 전인 겨울 방학 때부터 수학 과외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실력이 떨어져 있어 진도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생님도 아이가 이해력이 부족해 진도를 천천히 나가야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 상태. 박씨는 이번 중간고사는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성적을 올리기로 생각을 바꿨다. 수학성적이 하루아침에 잘 나올 리 없고 첫 시험인 만큼 첫술에 배부르랴 싶은 마음으로 생각을 넓게 가지기로 한 것.
박씨는 다음 기말고사 때를 기약하며 오늘도 열심히 수학선생님이 내준 숙제와 씨름하는 아이를 응원한다.     


아들아 넌 시험을 쳐라, 엄마는 집을 지킨다
유호경(45· 대치동)씨는 아이들의 학교시험기간이면 일체의 약속을 잡지 않는다. 큰 아들이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생겨난 현상(?)이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 4~5일치 장을 보는 것으로 시험을 준비합니다. 점심과 저녁, 그리고 간식거리를 마련해두는 거죠. 공부에 잘 집중할 수 있게 어느 때보다 집안 청소에도 더 신경쓰고요.”
 그러다보니 시험이 기간이 유씨에겐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의 시간. 하지만 정작 아들과 딸은 “시험은 내기 치는데 엄마가 더 힘들어 해?”라며 엄마의 노력과 고충을 무시해버린다.
 그래도 ‘엄마인 죄’로 모든 걸 인내한다는 유씨다.
 “물려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공부 외에 큰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째든 공부로 승부를 걸어야 하니 학교 시험이라도 잘 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엄마의 일이라 믿어요. 엄마로서 당연한 일에 인정받으려하는 제가 나쁜 엄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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