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와 세찬 바람을 뚫고 드디어 봄이 왔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애를 태우던 봄은 꽃소식으로 따스한 햇볕으로 왔다.
산과 들엔 봄꽃보다 반가운 봄나물이 지천이다. 재래시장 대형마트 생협 길가 노점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봄나물을 만날 수 있다.
봄이 주는 선물, 봄나물 =
요즘 김수진(44·아산시 탕정면)씨는 기회 닿는 대로 재래시장에 간다. 봄나물을 사기 위해서다. “지금 한창인 봄나물이 금방 들어가 버려요. 지금을 놓치면 1년 뒤에나 다시 봄나물을 볼 수 있어서 부지런히 챙겨 먹지요.” 김수진씨는 동네 뒷산을 오를 때나 주말농장에 가면 냉이 쑥 달래 등을 캐 오기도 한다. 김씨에게 ‘봄나물은 봄이 주는 선물’이다.
약초건강원의 심마니 김경만씨는 “지금, 이 이른 봄에 나는 풀은 모두 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산에서는 요즘 원추리 홑잎나물 달래 냉이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봄은 산야초로 효소를 담는 사람들이 바쁜 때다. 산에서 채취한 모든 약초가 효소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쓴 맛이 나는 머위의 경우 꽃이 먼저 핀다. 머위꽃을 관동화라고 하는데 폐질환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많이 보이는 눈개승마의 어린 순은 삼나물이라고도 불리며 쇠고기 맛이 나는 고급나물이다.
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다. 우리 몸은 체온유지를 위해 바쁘게 일하기 때문에 쉬 피로를 느끼거나 입맛을 잃기도 한다. 아산경희한의원 김성완 원장은 “봄에는 간이 많은 일을 하는데 한방에서 간에는 봄나물의 색인 녹색과 시큼한 맛이 힘을 준다고 본다”며 “또한 체온이 점점 올라가는 과정에서 심장이 과열되기 쉬운데 이때 쓴 맛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봄과 함께 우리에게 피로를 안겨주었다면, 우리 선조들은 해결책으로 봄나물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김성완 원장은 “푸른색과 쓴 맛이 조화를 이룬 봄나물이 열심히 일하는 간과 심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봄나물을 먹는다면 더 힘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의 양념으로 제 맛과 향을 살리는 나물 요리법 =
사찰요리연구가 양진제(50·천안시 광덕면)씨는 “봄나물은 넉넉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팔팔 끓으면 나물을 넣은 후 한번 끓어오르면 건진다”며 “보통 찬물에 헹구지만 선풍기 바람 등으로 열기를 빼 무치면 찬물에 헹군 것보다 영양이나 맛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봄나물은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만 무치면 특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며 “파나 마늘이 들어가면 강한 맛을 내기 때문에 나물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고 당부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맛을 내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 방식이다.
지금은 머위 쑥 원추리 등 땅에서 나는 나물이 한창이지만,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되면 나무에서 따는 엄나무순 가죽나물 등이 선보인다. 제철 절기를 따라 먹는 음식이 입에 달고 몸에 귀하다.
향과 맛이 강한 봄나물의 경우,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수진씨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 먹어봤던 기억이 있어야 나중에 어른이 돼서 그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한번만이라도 먹어보라고 권하며 나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나물을 새콤 달달하게 무치거나 고소하게 전을 부치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나물 반찬을 만들 수 있다.
봄을 식탁으로 불러들이는 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 몸에 좋은 봄나물 요리
*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무친 방풍나물
풍을 예방한다는 방풍나물
봄에 먹으면 풍을 예방한다는 말이 있다. 독특한 향과 투박한 식감, 특유의 맛에 끌린다.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조물조물 무쳐도 모자라지 않는 맛이 난다.
*새콤달콤한 세발나물 무침
갯벌에서 자라는 갯나물 세발나물
약간의 간기가 있다. 여느 나물처럼 간을 했다가는 짜지기 십상이다. 살짝 데치거나 생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치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신기하다.
향기가 일품인 미나리
해물의 비린내를 잡아줘 해물탕이나 찜에 적합하다. 향을 즐기려면 생채로, 살짝 데쳐 무침으로 먹는다. 새우나 오징어와 함께 전을 부치면 누구나 좋아하는 밥반찬이 된다.
산나물 대표주자 원추리
봄나물 중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는 으뜸이다. 독성이 있어 초순을 먹어야 하고 반드시 데쳐야 한다. 먹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장청소의 기능이 있다.
쓴맛에 도전해 볼 수 있다면 머위나물
운이 좋으면 논둑이나 밭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쌉싸름한 맛이 식욕을 돋우는데 특유의 쓴맛이 싫으면 데친 후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기도 한다.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치면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의 봄나물이다.
Tip. ‘자연요리 교실’ 열려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서는 사찰요리연구가 양진제씨의 ‘자연요리 교실’을 연다. 양진제씨는 연잎 표고버섯 생강 차조기 상추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간단한 조리법으로 재료 자체의 영양분과 맛을 살린 요리법을 선보인다. 요리교실은 4월부터 8월까지 매주 셋째 토요일 오후 2시 30분~4시 30분까지 총 5회 진행한다. 재료비와 수업 후 식사비, 가족을 위한 맛보기 음식이 포함된 수강료는 1회 수업당 5만원이다. 문의는 광덕산환경교육센터(572-2535)로 하면 된다.
프로그램
4월 20일 피로회복과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고 독성 물질에 대한 중화작용을 하는 연잎-
연잎밥, 쑥 겉절이
5월 18일 불로장수 식품 표고버섯 - 된장표고버섯탕수, 쑥갠떡
6월 15일 냉증을 없애 주는 생강 - 생강가지볶음, 표고버섯냉면
7월 20일 천연 방부제 차조기 - 차조기옥수수전, 애호박느타리전
8월 17일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상추-상추대궁전과 사과소스, 감자옹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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