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도예작가 손잡은 도예교실 인기

핸드메이드 그릇이 주는 매력

지역내일 2013-04-16 (수정 2013-04-16 오후 2:42:39)

“흙이 쉽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되요.(박종환 소장)”
“욕심 비우고 손에 힘을 빼니 모양이 제대로 나오네요.(김지혜 수강생)”
명일동에 위치한 화목토 공방 안은 화기애애하다. 이날 수업은 아로마향 촛대 만들기. 흙을 만지는 수강생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지역 연계 평생교육강좌 ‘히트’
3월부터 시작된 도예교실은 강동구와 화목토도예연구소 박종환 소장이 손을 맞잡고 마련한 지역 연계 평생교육 프로그램. 도예에 관심은 있지만 고가의 수강료, 재료비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해 8월 처음 시작된 후 현재 두 번째 열리는 도예교실은 강동구평생학습센터의 히트강좌가 되었다.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그릇, 화분 같은 생활자기 위주로 강좌를 짰고 구청에서 수강료 일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배울 수 있지요. 인터넷으로만 20명 선착순 접수를 받았는데 서버가 다운될 만큼 경쟁률이 치열했어요.” 강동구평생학습센터 이종순씨가 귀띔한다. 


“도예로 인생후반전 준비해요”
주부, 미술학원장, 직장 은퇴자 등 수강생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첫 작품으로 컵을 만들었는데 솜씨가 서툴러 못난이 컵이 됐어요. 그래도 정이 많이 가네요. 집에서 늘 내가 만든 컵으로 커피를 마시며 애지중지 아껴요.” 수강생 금교희씨가 웃으며 말한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한지공예, 닥종이 인형, 목공 등 다양한 공예를 배우고 있는 윤주현씨. 타고난 손재주에 노력까지 더해져 완성품마다 다른 수강생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내가 주무르는 대로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도자기의 매력입니다. 전에 배운 목조각 기술을 접목해 볼 생각입니다.” 윤씨가 덧붙인다. 특히 그는 공예를 배우며 인생 이모작을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학창 시절에 공작을 좋아했는데 직장 다니느라 잊고 살았어요. 이제부터라도 도자기, 한지, 목공, 옻칠 등 최근에 배운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직업을 가질 생각입니다.”


부부 도예가가 알차게 강의 진행
강의는 부부 도예가인 박종환, 최선주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흙은 살아있는 소재라 다루기 까다로워요. 공들여 완성해도 건조 과정이나 구을 때 금이 가기도 하지요. 때문에 초급 과정의 수강생들에게 도자기 기초 이론부터 실습까지 강도 높게 가르칩니다.” 박 소장의 설명이다.
강의는 매주 한 번씩 총 12주 과정. 접시, 컵, 필통, 화분, 뚜껑 있는 그릇 같은 생활소품 위주로 만든다. “흙을 눌러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핀칭 기법, 흙을 기다랗게 말아 탑처럼 쌓아올리는 코일링 기법 같은 도예의 필수 기술 위주로 가르쳐요. 만든 그릇은 건조시켜 전기 가마에서 초발구이,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 과정을 거쳐 완성되지요. 흙을 만질 때의 말랑말랑한 느낌과 핸드메이드 그릇이 주는 매력 때문에 반응이 좋습니다.” 최선주 작가가 덧붙인다. 최 작가는 문화센터, 중고교 등지에서 지도 경험이 많은 노련한 도예 강사. 이 때문에 수강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나 궁금증도 바로바로 해결해 준다.
도예교실이 지역주민들 사이에 호응이 높자 강동구평생학습센터는 하반기 강좌 개설도 검토중이다.
문의 : 강동구평생학습센터 (02)3425-5200


<미니 인터뷰>
박종환 화목토도예연구소 소장
“도예가는 설렘을 먹고 산다”


“불의 심판을 받아야만 흙이 작품으로 완성되지요.” 젊음 시절 목공예, 금속공예,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뒤 최종적으로 도예를 선택했다는 박종환 소장(58세).
그가 명일동에 터를 잡은 지 10년 남짓 흘렀다. 현재 단국대 겸임교수, 강동미술협회 공예분과회장 등 맡고 있는 직함도 여러 개다. 특히 명맥이 거의 끊긴 전통 가마 축조기술을 임항택 명장으로부터 사사 받았다. 작가인 동시에 국내 손꼽히는 장작 가마 기술자라 전국 각지에서 러브콜을 자주 받는다.
지난해 강동선사문화축제 때는 빗살무늬토기를 만들어 가마에 굽는 모습을 재현해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도예는 ‘불의 예술’입니다. 1000도가 넘는 불 앞에서 24시간 꼬박 가마 앞을 지키죠. 불 때는 방식에 따라 오묘한 색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마 문을 열 때까지 이번엔 어떤 색깔을 선보일지 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설렘’이 고단해도 흙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그는 예술의전당 등지에서 전시회도 꾸준히 열고 공방에서 가르친 제자들과 화목토회원전도 매년 열만큼 도자기에 애착이 많다.
“사회 전 분야가 최첨단을 달리지만 한편으로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지요. 해외 명품 그릇에 열광했던 주부들이 점점 투박하지만 직접 빚은 생활자기의 ‘손맛’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도예가로서 뿌듯합니다.” 이 때문에 그의 공방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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