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떠나는 ‘힐링열차’

숲에서 보낸 1박2일, ‘치유와 쉼’의 시간

“숲에 오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 … 명상·요가 통해 친구 이해”

지역내일 2013-06-02 (수정 2013-06-02 오후 7:57:36)




‘숲으로 떠나는 힐링열차’는 아이들에게 치유와 쉼의 시간이었다.


5월25일 세 번째 힐링열차는 대전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싣고 국립방장산휴양림으로 떠났다.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힐링열차캠프는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배려로 전국 유명 휴양림에서 진행한다. 방장산은 전남북 경계지역인 노령산맥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린다. 학생들은 가는 길에 장성군에서 개최하는 ‘홍길동 축제’ 현장을 둘러봤다.


“명상 요가 시간에 자기장 체험을 했는데 참 신기했어요. 손안에서 움직이는 자기장에 집중하다보니 잡생각이 사라져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유진아(노은중학교) 양이 힐링열차에 다녀온 후 소감문에 적은 얘기다. 유 양은 “힐링열차를 탈 때는 낮선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나 걱정했는데, 명상 요가 프로그램에서 친구와 손을 맞잡고 몸을 움직이다보니 아무런 거리감 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상실된 존재감을 심어줘야


백양사 근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홍길동축제장을 들러 홍길동 생가와 홍길동 테마파크 일원을 돌아보며 잠시 역사여행에 빠졌다. 방장산 휴양림에 도착해 에코어드벤처 시설을 보자 눈이 빛났다. 짧은 구간이지만 아이들은 짚라인에 스트레스를 날렸다. 여학생들만 좋아 할 줄 알았던 목공예 체험은 남학생들이 더 정성들여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목걸이를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겠다며 솜씨를 자랑했다. 아이들은 “돈 주고 사는 도금된 액세서리보다 훨씬 예쁘고 좋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은 명상요가프로그램에 참여해 명상에 집중했고, 특히 자기장 체험에 신기해했다. 옆 친구 손을 잡고 진행한 요가 프로그램에서는 서먹했던 친구 손을 자연스레 잡더니 어느새 깔깔대며 웃었다. 명상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국제뇌교육협회 김완주 전문강사는 “아이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자존감을 키워주고 특히 상실된 존재감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쉼과 치유를 통해 진로고민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양림 가까운 곳에 식당에 없어 25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식사는 휴양림에서 해결해야 했다. 스텝으로 참여한 휴양림관리소 직원들과 대전시교육청 직원들이 나서 70명분 식사를 준비했다. 저녁엔 숯불 바비큐 삼겹살 150인분을, 아침은 인근 농장에서 키운 토종닭 15마리로 영양죽을 끓였다.








◆치유의 숲에서 ‘너흰 모두 아름다운 꽃이다’ 응원 메시지


아이들은 새소리에 잠을 깼다. 특히 뻐꾸기 소리가 얼마나 큰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했다. 기차여행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늦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터라 피곤할 텐데도 숙소주변을 산책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 후 아이들은 세 개 조로 나눠 숲 해설가들을 따라 방장산 숲으로 들어갔다.


박찬현(느리울중학교)군은 “더운 날씨 때문에 많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접해본 숲의 상쾌함 때문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며 “숲 해설가 선생님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는 그동안 학업스트레스나 친구문제 등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했다”고 말했다. 박군은 특히 “시원한 숲 공기와 숲해설가의 ‘너흰 모두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따뜻한 말씀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해서 정말 좋았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아이들은 잎은 나물로, 뿌리는 조선시대 사약으로 썼다는 식물이야기부터, 솔방울이 날씨에 따라 벌어졌다 오므렸다 한다는 해설가 설명에 쏙 빠져들었다. 숲에서 나온 아이들 볼에는 작은 초록잎들이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함빡 웃으며 “이 이파리를 붙이고 있으면 모기가 도망간다”며 해설사 선생님의 말을 전했다.아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편백나무 숲길이 있는 축령산에 들러 편백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며 편백향에 흠뻑 취했다.


딸을 힐링열차에 보낸 김 선자(38·유성구 노은동) 씨는 “여행 다녀 온 아이 가방을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날이 더워 가방 속 짐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아이가 만들어 온 편백비누 향 때문에 짐이 온통 편백향으로 가득했다”며 “아이 몸에서도 편백향이 나고 평소 비염이 심했던 아이가 건강하게 여행을 마쳐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숲을 걸으면서 평소에는 누리지 못했던 자연을 느끼고, 답답한 도시에서 맛보지 못했던 일상을 체험했다. 강지연(대전어은중 3)양은 “힐링열차 캠프에서 나와 성격이 다른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생각처럼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번 여행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멘토로 참가했던 장희재(23·KAIST 생명화학공학과)양은 “어쩌면 중학생들은 마음의 벽이 없어 대화를 통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 가장 쉬운 대상인지도 모른다”며 “다만 우리 사회의 환경들이 이러한 소통에 필요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전시교육청 김승태 장학사는 “아이들이 도시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자연을 느끼고 싱그러운 5월의 숲에서 가슴속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털고 가는 치유의 시간을 가진 것 같아 다행이다”며 “숲으로 떠나는 힐링열차가 청소년들의 작은 쉼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성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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