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의 축제, 전주단오제

지역내일 2013-06-01

모내기를 끝낸 농민들이 모여 농악을 연주하며 풍년을 기원한다. 무더워진 날씨에 사내들은 웃통을 벗어던지고 씨름 한 판으로 더위를 잊는다. 이 때 만큼은 아낙네들도 거리낌이 없다. 흑단 같은 머리채를 시원한 유수에 풀어내며 삶의 고단함을 씻는다. 여인들은 그네 줄을 힘껏 당기고 쪽짚개를 박차고 날아오르며 휘날리는 치맛자락에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한다.
음력 5월 5일은 홀수인 양(陽)의 수가 중복된 날들 중에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자 추수까지 이어질 지난한 농사일을 앞두고 고된 일상을 잠깐이나마 던져버릴 수 있었던 때가 바로 단오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꼽힌 단오는 여름 특유의 건강함과 싱싱함을 뿜어내는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다.
단오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렸지만 손에 꼽히는 행사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와 전주단오제, 경북 경산, 전남 법성포 단오제가 유명하다. 특히, 강릉 단오제가 고대로부터 내려온 세시 풍습을 오롯이 지켜낸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면, 전주단오제는 해방이후 시민사회의 왁자지껄함과 화합을 보여주는 근세문화로, 또 민속행사에 대한 창조적 해석과 계승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전주단오제가 시민축제의 구심점이 된 것은 1959년의 일로, 전주시민의 날을 단옷날인 음력 5월 5일에 함께 기념하기로 하면서다. 이후 풍남문 중건 200주년을 맞이하던 1967년에는 명칭을 ‘풍남제’로 변경하면서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먹고 사는 일이 바빠 변변한 문화축제가 없던 시절, 풍남제는 시민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행사였다. 19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서커스 공연단과 노점상이 불야성을 이루던 풍남제의 화려한 풍경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위상이 높아지고 다양한 문화축제가 생겨나면서 풍남제도 시대에 맞춰 모습을 바꿔왔다. 2000년에 이르러서는 시민의 날과 풍남제의 개최일을 5월 1일로 변경했다가, 2007년에는 풍남제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전주단오’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개최 시기도 단옷날에 맞추게 되었고, 장소 역시 전주덕진공원에서 열리면서 단오의 정체성과 의의를 되새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전주 단오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고장, 전주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축제로 발전해왔다. 세시풍속을 재연하는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민이 함께 하는 한바탕 어울림 행사라는 현대적 의미의 ‘시민축제’라는 색채를 고스란히 지켜온 것이다. 많은 축제들이 명멸하고 있지만 단오제만큼은 전주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유서 깊은 행사로 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주단오제가 한바탕 잔치마당을 펼친다. 2013 전주단오제는‘에헤야 전주단오! 덕진공원 물맞이가세’라는 주제로 음력 5월 5일인 6월 13일과 14일 양일간 덕진공원일대에서 열린다. 예년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시민대동행사를 넘어 전주관광 발전을 위한 시민의 뜻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단오의 대표 콘텐츠인 물맞이 행사가 열리는 전주덕진의 수질 개선과, 전주의 대표자산인 덕진공원의 ‘전통정원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주시는 앞으로 덕진공원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정원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덕진공원의 전통정원화 사업은 예술회관과 건지산 가련산, 소리문화의전당, 동물원을 잇는 새로운 관광코스 개발로 이어져 한옥마을에 이은 제 2의 관광명소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앞서 시민들의 여론을 한데 모으고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열기 넘치는 응원과 지원을 받는데 축제행사만큼 적당한 때도 없으리라. 덕진공원 전통정원화를 향한 전주시의 도전과 온고지신의 축제 전주단오가 개척해나갈 새로운 길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전주단오제가 선사할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이른 무더위와 삶의 시름도 시원하게 날려버리시길 바란다. 



송하진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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